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2017-09-11 16: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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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업계 규제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새로운 전선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이해진 전 네이버 의장을 평가한 발언을 놓고 한 차례 폭풍이 휩쓸고 지나갔는데 IT업계의 누적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본격적인 규제가 이뤄질 경우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와 IT업계 사이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발단은 김상조 위원장의 언론 인터뷰에서 비롯됐다. 김 위원장이 이해진 전 네이버 의장을 놓고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처럼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모습이 부족하다며 아쉬움을 피력한 것이다.
공정위는 최근 네이버를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포함하면서 이 전 의장을 총수로 지정했다. 이 전 의장은 총수 지정을 피하기 위해 김 위원장을 직접 만나기도 했는데 이런 노력은 무위로 돌아갔다.
게다가 김 위원장이 이 전 의장을 만난 소감을 전하면서 부정적인 언급을 해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다음 창업자인 이재웅 벤처기업협회 부회장은 9일 페이스북에 “김 위원장이 얼마나 대단하지는 모르겠지만 정부 도움 없이 최고의 인터넷기업을 일으킨 기업가를 이렇게 평가하는 것은 오만”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부회장은 논란이 불거지자 오만하다는 표현을 부적절하다고 수정했고 이후 페이스북에 해명글을 올리기도 했다. 김 위원장 역시 11일 “저의 발언이 부적절했다”며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그럼에도 파장은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를 향한 IT업계의 불만이 이번 일을 계기로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해석이 많다.
IT업계에서 김 위원장과 공정위가 구시대적인 시각으로 IT업계를 바라보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IT업계가 이번 논란에 대체로 “이 부회장이 할 말을 했다”, “속이 시원하다”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는 이유다.
김 위원장은 IT업계를 향한 규제의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과 IT업계 사이에 파열음이 나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수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7월 네이버와 카카오 등 IT기업과 관련해 “데이터 독점뿐 아니라 IT산업 전체에 대한 문제의식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IT산업을)성숙한 산업으로 보면 이들은 시장 지배적 사업자“라고 판단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IT산업 규제에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김 위원장은 “현재 시장구조에서만 보는 건 문제가 있다”며 “규제가 장래에 어떤 결과와 어떤 미래를 가져올지 몰라 고민”이라고 밝혔다.
그는 “해외에서 이뤄진 논의를 따라가면서 우리 현실에 맞는 규제로 접근할 것”이라며 “공정위의 판단이 한국 미래 산업지도를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취임 인터뷰에서도 구글과 페이스북 등 IT기업의 시장지배력 남용에 문제를 제기하며 규제를 검토하겠다고 예고했다. 전반적으로 기존에 공정위의 규제 영역에서 벗어나 있던 IT산업을 규제대상으로 바라보겠다는 시각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IT산업 규제에 나서기 위한 구체적인 사전작업도 추진 중이다. 공정위는 11월까지 비가격경쟁 이슈에 관한 경제분석 기법 및 사례연구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이 연구용역의 내용은 가격경쟁 기반의 경제분석에서 벗어나 네이버, 카카오 등 디지털경제의 비가격경쟁시장을 분석하는 것이다. 공정위는 연구용역 과업 지시서에 ‘네이버, 카카오 등의 비즈니스 전략 파악’을 명시했다.
공정위가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포털의 데이터 독점과 알고리즘 담합 등을 경쟁법 집행에 반영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네이버의 경우 국내 검색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카카오(다음)을 포함하면 두 회사의 검색점유율은 90%에 이를 정도로 독과점현상이 나타난다. 공정위가 규제의 잣대를 들이댈 경우 이를 바탕으로 한 서비스 개발 등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외국의 경우 이미 IT기업의 독과점 규제가 많이 진행되고 있다. 유럽연합(EU)는 6월 구글에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24억2천만 유로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는 불공정거래 과징금액 사상 최대 규모다.
조너선 태플린 서던캘리포니아대 교수는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의 독과점을 지적하면서 “이들이 멈추지 않는다면 깨뜨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1984년 80%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나타낸 AT&T를 8개의 회사로 분할한 적이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