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강력한 부동산대책을 내놓으면서 후분양제 논의에 더욱 불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 지정 등 극약처방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후분양제 등 근본대책 마련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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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미 정의당 대표(왼쪽)와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 |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3일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정부가 후분양제 도입과 분양원가 공개를 외면하고 있다”며 “시민사회의 요구에도 유보적 입장만 고수하더니 이번 대책에서도 빠졌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8.2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뒤 후분양제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손금주 국민의당 대변인은 “투기억제대책으로 부동산문제를 잡을 수 없다”며 “후분양제 도입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용신 정의당 정책위의장도 “근본적인 제도 개혁을 위해 먼저 후분양제와 분양원가 공개가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후분양제 법안을 발의한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은 더욱 적극적으로 의견을 냈다.
정 의원은 2일 성명서를 통해 “이번 8.2대책은 가격정책과 공급정책이 빠져있어 투기를 부채질하는 것과 같다”며 “주택가격 정상화에 영향을 주는 후분양제와 분양원가 공개 같은 핵심정책을 수립해 발표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정 의원은 “후분양제는 참여정부에서 로드맵까지 제시하며 시행해왔던 제도”라며 “후분양이 주택공급 축소로 이어져 소비자 피해를 키웠다는 근거 없는 주장으로 개혁을 가로막는 국토부 관료들을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이번 8.2 부동산 대책에서 투기과열지구 지정과 양도세 중과 등 수요관리 대책을 총동원했다. 보유세 확대 정도를 제외하면 사실상 나올 수 있는 카드는 다 나왔다는 분석이 많다.
그렇지만 이번 대책이 단기적으로 집값을 잡는데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주택시장 안정을 낳을지는 미지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투기억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고 수요공급 관리대책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부가 초강수를 내놓은 다음에도 부동산 상승이 이어질 경우 가격정책에 손을 댈 수밖에 없다. 후분양제가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후분양제는 주택을 짓기 전에 분양을 하는 선분양제와 달리 시공이 거의 마무리됐을 때 입주자를 모집하는 방식으로 시장 과열을 막고 분양가를 투명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이 부동산 정책에 관여하고 있는 점은 후분양제 도입 가능성에 힘을 보탠다. 김 수석은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을 지내며 후분양제 도입을 추진했다.
참여정부는 2007년 공공부문부터 후분양제를 의무화하기로 했지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후분양제 도입이 무산된다. 이번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참여정부와 유사한 부분이 많아 후분양제 부활을 예상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건설업계는 후분양제 도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8.2 부동산대책의 경우 투기억제방안 위주로 마련돼 건설사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후분양제 도입이 건설사에 미칠 파장은 만만치 않다.
건물을 짓기 전에 분양하는 선분양제와 달리 건물을 짓고 분양하는 후분양제는 건설사가 공사비의 대부분을 담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재무상황이 좋지 않은 건설사의 경우 주택사업을 펼치는 데 큰 부담을 느낄 것으로 여겨진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