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에서 분사한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IC가 장기적으로 SK그룹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SK텔레콤 등 계열사가 사물인터넷과 자율주행 등 신사업을 확대하며 그룹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시스템반도체 설계역량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
|
|
▲ 최태원 SK그룹 회장. |
최태원 회장이 SK하이닉스시스템IC를 중심으로 시스템반도체 기술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인수합병을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의 신사업분야에서 반도체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주력계열사인 SK텔레콤은 통신사업 이외로 진출분야를 확대하며 신성장동력 육성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자율주행기술과 사물인터넷 플랫폼이 가장 성장전망이 밝은 신사업으로 꼽힌다.
SK텔레콤은 최근 국토교통부에서 서울대와 공동개발한 자율주행차의 시범운행을 허가받았다. 자체개발한 기술력을 객관적으로 인정받은 데 이어 첫 주행실험에서도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
SK텔레콤의 사물인터넷 플랫폼도 차츰 성장세에 접어들고 있다. 가전제품에 이어 헬스케어와 콘텐츠사업, 자동차 전장부품까지 영역이 확대되며 SK매직, SK렌터카 등 SK그룹 계열사를 통한 시너지도 본격화되고 있다.
SK텔레콤은 이런 신사업분야의 핵심기술인 교통관련 정보와 초고속 통신기술 등을 대거 확보하고 있어 경쟁업체들보다 유리한 입장에 놓여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SK그룹의 신사업 경쟁력 강화에 가장 중요한 과제는 반도체기술을 자체적으로 확보하는 것으로 꼽힌다.
자율주행차에는 센서와 구동칩 등 반도체가 대량 탑재되고 사물인터넷 기기에도 통신반도체와 센서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 외부업체에 반도체 공급을 의존하면 기술발전에 한계를 맞을 수밖에 없다.
SK텔레콤과 같이 통신업체로 시작해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등 새 분야로 발을 넓히는 일본 소프트뱅크가 반도체사업에 수십 조원을 투자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삼성그룹과 LG그룹 등 비슷한 신사업분야에 뛰어든 대기업도 반도체기술 확보를 가장 핵심적인 과제로 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SK그룹의 반도체 계열사인 SK하이닉스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반도체 전문기업으로 SK텔레콤이 신사업에서 필요로 하는 시스템반도체와는 다소 거리가 멀다. SK하이닉스의 시스템반도체사업분야는 이미지센서와 반도체 위탁생산 등에 그친다.
SK하이닉스에서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사업은 매출비중이 2% 안팎에 불과한데도 최근 자회사인 SK하이닉스시스템IC로 분사한 것은 결국 SK그룹 차원의 시스템반도체 역량확보를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실제로 SK하이닉스시스템IC가 단기간에 실적에 기여할 가능성은 낮다.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올해 SK그룹 차원의 IT사업전략을 총괄하는 SK수펙스추구협의회 ICT위원장에 올랐다. 반도체사업이 그룹 내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SK하이닉스시스템IC 대표이사에 기술전문가가 아닌 검사 출신의 김준호 사장이 오른 것도 그룹 차원에서 시스템반도체 육성에 힘을 실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를 더한다.
김 사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물로 SK그룹이 하이닉스를 인수할 때부터 실무를 담당했고 이후 SK하이닉스의 인사와 투자 등을 총괄하는 경영총괄을 계속 맡아왔다.
SK하이닉스가 수년만에 SK그룹의 주력계열사로 자리잡는 데 기여했을 뿐 아니라 과거 SK텔레콤의 경영효율화에도 성과를 내며 능력을 증명한 핵심인물로 꼽힌다. 그만큼 SK하이닉스시스템IC가 사업규모는 미미한 수준이지만 그룹 차원에서 주목받는 계열사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
|
|
▲ 김준호 SK하이닉스시스템IC 사장. |
문제는 SK하이닉스시스템IC가 자체적으로 SK그룹이 필요로 하는 수준의 기술역량을 확보하기가 만만치않다는 점이다. 사업분야가 위탁생산에 한정돼있고 인력도 부족하다.
따라서 SK그룹이 시스템반도체 역량강화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반도체 관련업체를 인수하는 등 SK하이닉스시스템IC를 위한 적극적인 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유력하게 제기된다.
최태원 회장은 최근 SK하이닉스의 도시바 반도체사업 인수전 참여를 주도하고 직접 협상에 나서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며 공식석상에서 반도체사업의 중요성도 꾸준히 강조하고 있다.
하이닉스는 SK그룹에 인수되기 전에 시스템반도체의 매출비중이 전체의 3분의1에 이를 정도로 높았지만 구조조정을 거치며 대부분을 외부에 매각했다. SK그룹의 지원에 힘입어 과거의 위상을 되찾을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
박성욱 부회장은 최근 반도체 관련행사에서 “이제 시스템반도체분야를 더 집중적으로 해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시스템반도체 경쟁력 확보는 미래를 위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