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가시방석에 앉아있는 기분일 것으로 보인다.
부영그룹은 문재인 정부에서 공정위 고발과 지자체 직권조사 요청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간담회 명단에 들지 못하면서 대통령을 직접 만나 어려움을 호소할 수 있는 기회도 얻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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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
24일 재계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과 만날 15대기업에 부영이 포함되지 않았다. 부영은 공정위가 올해 발표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 현황에 따르면 재계 자산순위 15위(농협 제외)에 올라 있다.
최양환 부영 사장은 11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주관한 15대그룹 간담회에 참석했다. 대통령 대기업 간담회를 준비하는 사전모임 성격의 회동이었기 때문에 이 자리에 참석한 부영도 자연스레 대통령 간담회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정작 청와대가 발표한 간담회 대상 15대기업에는 부영이 빠져 있었다. 대신 일자리창출 모범기업으로 꼽힌 오뚜기가 포함됐다.
부영은 문재인 정부 들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영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취임한 뒤 대기업 가운데 첫 제재대상이 됐다. 김 위원장은 계열사를 누락신고하고 지분을 차명으로 신고하는 등 대기업집단 공시의무 위반을 이유로 이중근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부영은 고의성이 없다고 해명했으나 김상조 위원장 체제가 워낙 기대를 받는 상황에서 첫 매를 맞은 셈이라 주목을 받았다. 부영의 불공정거래 행위 전반으로 공정위의 수술이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이 밖에도 전국 22개 지자체가 부영주택의 임대보증금 인상에 반발하며 공동대응에 나서고 있으며 하자보수 문제로 입주자들과 진통을 겪고 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18일 동탄2신도시 동탄 부영23블럭 아파트를 방문해 하자 현장을 점검한 뒤 페이스북에 “부영이면 소위 대기업인데 수준이 이 정도인가”라며 “하자 투성이에 안전 불감증에 땜질식 처방에 도지사 나왔을 때만 모면하고 보자는 식”이라고 비난했다.
부영을 향한 각종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 점들을 고려할 때 청와대가 부영을 격의없는 소통대상에 포함하는 데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또 부영을 제외함으로서 재계 전반에 청와대의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다는 의견도 있다.
이중근 회장은 복잡한 심정일 것으로 보인다. 주목을 받게 되는 부담스런 자리를 피하게 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일 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을 만나 나름대로 억울한 부분을 호소하고 기업의 입장을 설득할 수 있는 기회를 잃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일 것이다.
일각에서 문재인 정부에서 부영 길들이기를 하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와 부영의 사업이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에 주거안정을 두 개나 포함시켰을 정도로 적극적인 공공주거 확대정책을 예고하고 있다. 부영은 공공임대주택사업으로 15대그룹까지 올라선 만큼 정부의 주거정책 추진에서 역할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