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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
국내 장수기업으로 유명한 삼양그룹이 100년 기업을 목표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국내서 창업한 지 100년이 지난 ‘장수기업’은 7개에 불과하다. 50년을 넘긴 기업들도 전체의 2%밖에 안 된다.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은 삼양그룹 주력사업을 설탕 밀가루 등 소비재사업에서 화학과 신소재 등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 100년 기업을 향한 변신
김 회장은 창립 90주년을 맞아 지난 2일 임직원들과 소백산을 등반했다.
김 회장은 이날 “삼양이 90년을 넘어 100년 기업이 되기 위해서 많은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면서도 “이렇게 하나로 뭉치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삼양그룹의 장수비결에 대해 “중용은 보수적 경영과 위험을 수반하는 경영 사이에 균형을 맞춰나가는 것”이라며 “이런 중용은 위기상황에서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그동안 삼양그룹의 변신을 위해 노력해 왔다. 그는 삼양그룹의 사업구조를 신소재와 바이오제약 사업으로 재편을 추진해 왔다. 또 무엇보다 경직되고 보수적이었던 기업문화를 바꾸려고 했다.
김 회장은 창의적 기업문화를 만들기 위해 지난 1일부터 ‘근무복장 자율화’를 도입했다. 임직원들은 넥타이를 풀고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회사에 나올 수 있다. 삼성그룹이나 LG그룹 등 여느 대기업보다 더 파격적 기준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회장은 “삼양그룹의 활발한 사업구조 개편과 함께 복장 자율화를 통해 역동적 조직문화를 만들 것”이라며 “딱딱하고 엄숙한 분위기가 활기차게 변하고 있어 업무효율도 좋아졌다”고 말했다.
◆ 장수기업 삼양그룹은 어떤 곳인가
삼양그룹은 제당, 화학, 제약사업을 주력으로 한다. 일반 소비자들에게 설탕과 밀가루 브랜드인 ‘큐원’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B2B(기업간 거래)가 많다보니 규모에 비해 인지도가 높지 않다.
삼양그룹은 지주회사 삼양홀딩스를 중심으로 10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총자산순위는 44위며 지난해 매출은 4조5760억 원을 기록했다.
삼양그룹의 매출구성은 화학 58%, 식품 32%, 바이오제약 1%, 데이터시스템 관련된 개별사업 9%로 이뤄졌다.
삼양그룹의 주력계열사는 식품과 제당사업을 담당하는 삼양사다. 삼양사는 지난해 매출액 1조3453억 원, 영업이익 209억 원을 냈다.
삼양그룹은 김연수 창업주가 1924년 설립했다. 그 뒤 1950년대 제당산업, 1960년대 섬유산업, 1980년대 석유화학산업, 1990년대 바이오의약산업으로 사업을 다각화해 왔다.
김연수 창업주는 3남 김상홍 회장과 5남 김상하 삼양그룹 회장에게 사업을 물려줬다. 현재는 이들의 자녀들이 주요 계열사 경영일선에 참여해 사촌경영 방식으로 그룹을 경영하고 있다.
창업 3세이자 삼양그룹의 얼굴인 김윤 회장은 2004년에 지주회사 회장에 올랐다. 그는 ‘생활을 풍요롭고 편리하게 하는 기업’이라는 새로운 비전을 선포한 뒤 사업다각화를 계속 추진했다.
김 회장은 그뒤 10년 동안 그룹의 주력사업을 설탕과 밀가루에서 화학과 바이오의약으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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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이 지난해 대전 삼양그룹연구소에서 열린 '삼양 이노베이션 R&D페어 2013'에서 연구성과를 둘러보고 있다. |
◆ 식품사업 줄이고 신소재사업 늘리는 구조개편
삼양그룹은 2011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 사업부문별로 책임경영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젊은 기업으로 체질을 바꿔 100년 기업으로 삼양그룹을 세우겠다는 것이다.
김 회장이 그룹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화학사업을 고부가가치를 내는 신소재사업으로 탈바꿈하려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러나 삼양그룹에서 화학사업의 실적은 부진하다. 화학부문은 지난해 매출 8854억 원을 올렸지만 530억 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다행스럽게도 기술개발에 투자한 결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삼양그룹은 옥수수로 친환경 소재인 ‘바이오 플라스틱’을 개발하는 데 세계에서 두 번째로 성공했다. 이 소재는 모바일 기기, 전자제품 외장재, 친환경 건축자재 등 다양한 곳에 쓰인다.
김 회장은 “지난 6년 동안 350억 원의 연구개발 비용을 투자해 원천 제조기술을 개발한 결과 최근 상업생산에 성공했다”며 “신사업분야에서 미래 성장동력을 지속적으로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또 삼양그룹은 뒤늦게 뛰어든 바이오사업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삼양그룹은 자체 기술력으로 수술용 봉합사시장에서 세계 3대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제품의 95% 이상이 수출돼 세계 봉합사 원료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 식물세포 배양을 기반으로 한 항암주사제도 개발하고 있다.
◆ 그러나 여전히 위기인 신사업
그러나 김 회장이 사업구조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신사업으로 꼽은 일부사업은 여전히 위험한 상황에 놓여있다.
삼양이노켐은 사업 초기에 삼양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한껏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에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삼양이노켐에 지분 20%를 투자한 미쓰비시상사도 사업에서 발을 빼는 모양새다. 주요제품인 플라스틱소재 BPA(비스페놀-A)의 시황이 급격히 안 좋아졌기 때문이다.
삼양이노켐의 재무구조가 계속 악화될 경우 차입금 1140억 원을 다른 계열사가 대신 갚아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삼양홀딩스는 지난 5월 삼양이노켐에 유상증자 형태로 350억 원을 지원했다.
삼양그룹 관계자는 “앞으로 1~2년 내에 시황이 개선돼 실적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추가지원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