얻을 명분은 크고 잃을 실리는 적다. 안철수 의원이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정당공천을 하지 않기로 한 데 대해 내놓을 수 있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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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새정치연합 운영위원장 |
새정치연합 창당준비위원회 안철수 운영위원장은 24일 기자회견을 열어 "정치의 근본인 약속과 신뢰를 지키기 위해 이번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안 위원장은 "지난 대선에서 저를 포함한 세 명의 후보는 기초단체 정당공천 폐지를 국민 앞에 약속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안 위원장은 그러면서 새누리당을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지금 여당은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던지고, 공약이행 대신 상향식 공천이라는 동문서답을 내놓았다"며 "대선공약조차 지키지 않는데 정말 진정한 상향공천을 이룬다는 약속은 지켜지겠느냐"고 되물었다.
안 위원장으로서는 어찌 보면 승부수를 던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해 정당공천을 하지 않을 경우 세불리기에서는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은 불보듯 뻔하다. 하지만 그 실리는 그다지 크지 않다. 당장 새정치연합은 인물난에 시달리고 있다. 광역단체장 후보를 구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초단체장이나 기초의회 선거까지 신경 쓸 겨를은 사실 많지 않다.
이런 현실이 안 위원장으로 하여금 명분을 좀더 편하게 선택하도록 했다. ‘새정치’에 걸맞는 차별성을 확보하고 ‘국민과 약속을 지키는 정치집단’이라는 선명성도 얻을 수 있다. 안 위원장으로서는 이번 6월 선거는 대선으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에 불과하다.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어느 정도의 결과만 얻어도 교두보는 충분히 확보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차별화 효과는 어느 정도 가시화될 것이다. 새누리당은 대선공약을 이행하지 않고 민주당도 공천을 유지하는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특히 민주당과 호남과 수도권 등의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치열하게 다투고 있는 상황에서 혁신의 모습을 보여줘 주도권을 잡을 수도 있다.
안 위원장이 "기초단체장과 의원선거가 광역단체장 선거에 미치는 효과나 이어질 국회의원 선거에 미칠 영향력까지 감안한다면 이번 결정은 커다란 희생을 각오한 것"이라면서도 "국민들의 뜻과 원칙을 지키는 정치세력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 달라"고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안 위원장은 여당이 국민불신을 유도하고 있다면 국민에게 ‘분노할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사실상 약속을 지키고자 ‘희생하는’ 새정치연합에 표를 달라는 요구인 셈이다.
물론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도 논란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실론을 내세우는 주장도 있었으나, 안 위원장이 “원칙은 지켜야 한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세워 정당공천 문제를 밀어부친 것으로 알려졌다.
새정치연합 송호창 의원은 이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것은 현실정치세력 중에도 약속을 실천하는 세력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미약하지만 정치의 희망이 될 것이다. 지방선거에서 의회나 기초단체장이 중요하지만 약속을 지킨다는 명분이나 책임의식 면에서는 설득력이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허를 찔린 감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공천폐지 공약이행을 요구하며 새정치연합과 공조했지만 내부적으로는 공천폐지 불발에 대비해 상향식 공천제 등의 대안을 마련해 놓고 있었다. 따라서 ‘약속이행’이나 ‘새정치’라는 의제에서 새정치연합에 밀릴 수밖에 없게 됐다. 무엇보다 의제 선점을 하지 못한 것이 뼈아프다.
새누리당은 애써 평가절하는 모습이다. "책임정치를 포기한 것이자 반쪽 정당에 머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의미를 깎아내렸다. 박대출 대변인은 "새정치연합이 정치 현실을 무시하고, 뜬구름을 잡듯 제3의 길로 가겠다면 정치적 선택으로 받아들인다"고 했다. 그는 "선거를 앞두고 급조된 신생 정당이다 보니 시장·군수·구청장으로 추천할만한 인물을 찾지 못한 탓이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