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일제히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사업을 별도 조직으로 분리한 뒤 대규모 투자를 벌여 본격적인 육성에 나설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동안 메모리반도체에 집중됐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며 위탁생산시장의 가파른 성장에 힘입어 새 성장동력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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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왼쪽)과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15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위탁생산사업 강화는 전략적으로 매우 바람직한 변화”라며 “효율적인 사업구조를 갖춰내 긍정적인 효과를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최근 조직개편에서 시스템반도체 설계사업부와 위탁생산사업부를 별도 조직으로 분리하는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각 사업부를 담당하는 임원도 신규선임해 전문성을 강화했다.
그동안 삼성전자가 단일 사업부에서 설계와 위탁생산을 모두 진행해 애플과 퀄컴 등 주요 고객사들이 제기했던 기술유출우려를 해소하는 효과가 예상된다. 각 사업의 규모를 키우기 위해 대규모 연구개발과 생산투자가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이 연구원은 “그동안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사업에서 투자 대비 큰 성과를 보지 못했지만 사업부 분리를 통해 애플과 퀄컴 등의 주문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 역시 위탁생산사업부를 자회사로 분리한 뒤 본격적인 육성에 나설 계획을 세웠다. 최근 임직원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며 올해 안에 조직개편을 마무리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그동안 메모리반도체에만 집중한다는 전략에서 벗어나고 있다”며 “투자부담은 적으면서 큰 이익을 볼 수 있는 효율적인 신사업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의 반도체사업 영업이익에서 시스템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3~4% 정도에 불과하다. SK하이닉스 역시 1% 미만으로 대부분의 실적이 메모리반도체에 집중돼있다.
반도체 위탁생산 시장규모는 사물인터넷과 자율주행차 등 반도체가 탑재되는 신산업의 발달로 향후 메모리반도체보다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반도체에 의존을 낮추고 새 성장동력을 마련하려면 위탁생산사업 확대가 가장 효과적인 전략인 셈이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반도체 위탁생산시장이 매년 두자릿수의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며 전체 반도체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빠르게 높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김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대만 TSMC 등 경쟁사의 투자에 대응해 매년 위탁생산 매출의 최대 40% 정도를 시설투자에 사용하며 적극적인 외형성장을 추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메모리반도체 호황기가 이어지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내년까지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위탁생산사업의 확대로 ‘양날개’를 달게 되는 셈이다.
다만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에 비해 위탁생산사업 진출시기가 늦고 공정기술력도 크게 뒤처져있는 만큼 향후 기술발전속도에 따라 시장경쟁력 확보여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 연구원은 “인텔과 삼성전자 등 글로벌 반도체기업이 위탁생산사업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계속 나타나고 있다”며 “고객사 확보를 위해 기술경쟁력을 꾸준히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