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기술개발에 나선 주요 반도체기업들이 토요타와 BMW 등 완성차기업과 협력을 확대하며 고객사 확보와 사업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도 전장부품을 신성장사업으로 점찍고 자율주행기술을 개발하고 있지만 완성차업체와 안정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하지 못할 경우 후발주자로 시장에서 자리를 잡기 어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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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
미국 반도체기업 엔비디아는 수년 안에 완전한 자율주행차를 선보이겠다는 목표를 두고 일본 토요타와 기술개발협력을 맺었다고 11일 밝혔다.
토요타는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반도체솔루션 ‘드라이브PX’를 기반으로 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 엔비디아와 토요타의 기술인력이 협력해 연구를 진행하게 된다.
엔비디아의 드라이브PX는 카메라와 레이더, 센서 등 주요부품과 인공지능기술을 모두 적용할 수 있는 반도체모듈로 현재 업계에서 설계기술력과 성능이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외에도 벤츠와 아우디, 테슬라 등 주요 완성차업체가 엔비디아와 자율주행기술 개발에 협력하고 있다. 자율주행차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할 경우 모두 엔비디아의 반도체를 기본적으로 탑재할 가능성이 높다.
인텔 역시 자율주행 반도체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며 엔비디아의 기술력을 추격하는 데 온힘을 쏟고 있다. 인텔은 BMW와 자율주행 기술개발에 협력하며 공동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자율주행기술은 이르면 2020년부터 보급이 본격화돼 향후 출시되는 거의 모든 자동차에 탑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기업들의 기술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상용화가 더 앞당겨질 수도 있다.
삼성전자도 지난해부터 전장부품을 주요 신사업으로 점찍은 뒤 자율주행 기술개발을 본격화했는데 최근 국토교통부에서 자율주행차 시범운행 허가를 받으며 예상보다 빠른 발전속도를 증명했다.
최근 인수가 마무리된 미국 전장부품업체 하만의 자율주행기술과 시너지를 낼 경우 삼성전자가 이른 시일 안에 자율주행 반도체시장에서 주요 경쟁업체로 급부상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영국 가디언은 “삼성전자는 자율주행차 관련사업에 비교적 후발주자로 진출했지만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며 “스마트폰과 반도체사업의 성공신화를 다시 보여줄 것이라는 업계의 기대가 높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는 하만이 개발하고 생산하는 인포테인먼트 등 전장부품에 자체개발한 자율주행 반도체와 소프트웨어를 적용해 완성차업체에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주요 경쟁업체와 달리 아직 완성차업체와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지 못했다는 점이 삼성전자의 자율주행사업 진출에 최대 약점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아우디에 인포테인먼트용 반도체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고 테슬라와도 자동차용 반도체를 공동개발해 공급하는 방안을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 업체는 이미 엔비디아와 자율주행 반도체 개발에 협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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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가 인수한 하만이 개발중인 자율주행기술. |
완성차업체들이 자율주행기능 탑재를 본격화할 경우 기술개발에 꾸준히 협력해오던 업체의 부품을 탑재할 가능성이 높다. 자율주행기술은 안전문제와 직결되는 만큼 공급업체를 변경할 경우 안전성을 검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미래 전장부품사업의 핵심으로 꼽히는 자율주행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완성차 협력사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진출할 수 있는 사업분야는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아직 자율주행사업 진출을 공식화하지 않은 애플 등 강력한 경쟁업체들도 이른 시일에 본격적으로 완성차 고객사 확보에 나설 공산이 커 삼성전자가 협력사를 확보해야 하는 과제는 더 다급해지고 있다.
현대차는 자체적으로 자율주행기술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지만 삼성전자와 결국 협력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가 자율주행 시스템을 현대차 ‘그랜저’에 적용해 시범운행에 나서는 것도 이런 가능성에 더 힘을 싣는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율주행기술의 발전에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모두 필요해 한 업체가 단독으로 추진하기 쉽지 않다”며 “다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전략적 협업을 확대하는 가운데 국내업체들도 협력에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