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스마트폰업체 팬택 인수를 검토 중이라는 보도를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중저가 스마트폰에서 자체 브랜드와 기술경쟁력으로 승부를 보는 기존 전략을 계속 유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중저가 스마트폰을 대폭 재편한 효과로 최근 스마트폰사업의 실적과 점유율이 상승세로 돌아서자 제품경쟁력 강화에 점점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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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준호 LG전자 MC사업본부 사장. |
8일 LG전자는 “팬택 인수를 검토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이날 여러 매체에서 팬택 인수설이 보도되면서 한국거래소에서 조회공시를 요구받은 데 따른 것이다.
팬택은 지난해 법정관리를 거쳐 쏠리드에 인수된 뒤 국내에 출시한 신제품 ‘IM-100’이 판매부진으로 사실상 실패에 그치며 대규모 영업손실을 냈다.
이후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 해외시장을 공략할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현지업체와 합작법인설립 등 진출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어 반등 가능성이 불투명하다.
LG전자가 팬택을 인수할 경우 기술특허와 연구인력, 생산시설과 브랜드 등을 확보해 중저가 스마트폰 출시를 확대하며 점유율 상승에 도움을 받는 효과가 예상됐다.
하지만 최근 LG전자의 스마트폰사업 전략을 볼 때 얻을 수 있는 장점은 많지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팬택 인수설을 공식적으로 부인한 만큼 기존의 전략을 유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지난해 스마트폰사업에서 대규모 영업손실을 보자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인력을 감축하는 등 비용절감에 노력을 기울였다. 스마트폰 라인업도 주력모델을 중심으로 대폭 재편했다.
이런 상황에서 팬택을 인수할 경우 고정비 부담이 더욱 늘고 다시 스마트폰 라인업을 늘리게 될 공산이 커 구조조정 효과가 희석될 수밖에 없다.
최근 들어 이런 대규모 구조조정과 라인업 재편효과가 점차 자리잡아 LG전자의 스마트폰사업 실적과 점유율 상승에 본격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LG전자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는 1분기 영업손실이 2억 원에 그치며 흑자전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 전체 영업손실이 1조2천억 원에 이른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성과다.
시장조사기관 SA에 따르면 LG전자의 미국 스마트폰 점유율은 최초로 20%를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위 삼성전자와 격차는 4.6%포인트에 그쳤다.
LG전자 관계자는 지난해 출시된 V20에 이어 중저가 라인업 K시리즈와 X시리즈가 시장에서 확실하게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해 자리잡으며 흥행해 점유율 상승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G6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판매도 중요하지만 중저가 스마트폰도 충분한 성과를 내야 실적반등에 기여할 수 있다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수요층을 공략할 수 있고 생산공장의 가동률도 높여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LG전자는 “이제 스마트폰사업은 매출이 늘어날수록 수익도 개선되는 구조에 접어들었다”며 “올해 출시를 앞둔 중저가 신모델에 높은 기대를 걸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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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전자의 2017년형 중저가 스마트폰 'K'시리즈. |
LG전자는 미국에서 최근 90달러(약 10만2천 원)에 불과한 2017년형 K3를 출시하고 대용량 배터리를 앞세운 ‘X파워2’도 6월 출시를 잠정결정하는 등 중저가 신제품을 꾸준히 출시하고 있다.
이전에 소비자들에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았던 K시리즈와 X시리즈가 시장에서 인정받으며 판매량도 일정 수준으로 자리를 잡아가자 라인업 확대에 자신감을 찾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LG전자 관계자는 “시장에서 반응이 좋았던 중저가 스마트폰을 업그레이드해 출시하는 방향으로 준비하고 있다”며 “흥행을 검증받은 만큼 성장에 계속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LG전자가 MC사업본부에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자 증권가에서는 스마트폰사업 중단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마저 나왔다. 하지만 중저가 스마트폰의 실적기반이 안정적으로 자리잡을 경우 기초체력을 확보해 본격적으로 반등을 추진할 동력을 마련할 수 있다.
전자전문매체 엔가젯은 “LG전자 스마트폰은 삼성전자와 중국업체들에 밀려 꾸준히 지속가능성을 의심받아왔다”며 “하지만 적자폭이 크게 줄어 다시 회복가능성을 찾을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