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그룹이 글로벌 종합식품회사로 성장을 꾀하는 데는 임창욱 명예회장의 ‘투자 DNA’가 큰 힘을 발휘했다.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 전문경영인 체제를 세우고 비자금 조성 혐의로 투옥되기도 했지만 그룹 차원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활발한 인수합병과 기업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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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 |
임 명예회장은 1987년 임대홍 창업자의 뒤를 이어 회장 자리에 올랐다. 그는 “10년만 회장직을 하고 은퇴하겠다”고 밝혔고 1997년 명예회장으로 물러났다. 대상그룹은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됐다. 하지만 아무도 임 명예회장이 실질적으로 은퇴했다고 보지는 않는다.
임 명예회장은 2005년 비자금 조성 협의로 투옥됐다. 대상그룹이 대상홀딩스 중심의 지주사체제로 전환하자 임 명예회장은 대상홀딩스 대표이사를 맡았다. 이른바 ‘옥중경영’을 했다. 대상그룹은 당시 “임 명예회장이 대표이사에 등재된 것은 대주주로서 책임경영 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상징적 조치일 뿐 경영 복귀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당시 대상그룹은 나드리화장품, 두산식품 등의 인수합병을 성사시켰다. 물론 임 명예회장의 작품이었다.
임 명예회장은 2007년 정부의 특별사면으로 1년7개월의 수감생활을 끝냈다. 대상그룹은 “어두운 터널을 빠져 나온 것 같다”며 “임 명예회장이 그룹의 글로벌화 등 사세확장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 기대는 현실로 나타났다. 2009년 대상그룹은 식품사업과 관련한 기업들을 인수하고 설립하는 등 식품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기 시작했다. 삼성전자 출신인 박성칠 사장이 대상에 자리를 잡으면서 공격적 경영이 계속됐다.
2009년 과일차 및 과일잼 제조판매업체인 복음자리를 인수하고 천일염 제조법인 신안천일염, 외식업체 와이즈앤피(현 대상HS)를 잇따라 설립했다. 2010년 유기농식품 판매 전문업체 초록마을을 인수하는 한편 식자재 유통업체인 대상베스트코를 설립했다. 2012년 소스전문업체 정풍, 2013년 냉동식품업체 진영식품을 인수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대상그룹은 ‘미원 회사’에서 종합식품회사로 변모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임 명예회장은 개인적으로도 투자시장에서 ‘큰 손’으로 통한다. 기업에 대한 투자는 임 명예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유티씨앤컴퍼니를 통해 이뤄진다. 유티씨앤컴퍼니는 1998년 임 명예회장이 설립한 투자 및 구조조정 전문회사 유티씨인베스트먼트에서 2008년 분할됐다. 초록마을의 경우 유티씨앤컴퍼니가 인수했다 대상그룹에 되판 것이기도 하다.
유티씨앤컴퍼니는 지난해 10월 SM엔터테인먼트 자회사 ‘SM C&C’의 전환사채 40억원을 사들였다. 증권가에서는 임 명예회장이 엔터테인먼트산업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9월에는 유티씨앤컴퍼니와 유티씨앤컴퍼니 산하조합인 유티씨기업구조조정7조합이 소프트웨어업체 디지탈아리아를 인수했다가 지트리1호조합에 100억원에 되팔기도 했다.
물론 임 명예회장의 투자가 성공만 한 것은 아니다. 실패도 꽤 있다. 대표적 경우가 디지털아리아다. 디지털아리아는 유티씨앤컴퍼니가 240억 원에 인수했지만 쓴맛을 봤다. 유티씨앤컴퍼니는 2009년 김종학프로덕션을 인수해 회사 이름을 더체인지로 바꾸고 교육사업에 진출하는 등 300억 원 이상 투자했지만 사실상 실패했다. 디지털아리아를 인수한 뒤 더체인지와 합병했지만 디지털아리아마저 상황이 악화대 결국 손을 들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