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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 GS타워에서 열린 GS칼텍스 2014 시무식에 참석한 허진수 GS칼텍스 부회장이 뉴비전을 발표하고 있다.<뉴시스> |
GS칼텍스가 위기다. GS칼텍스의 부진은 GS그룹을 흔들리게 한다.
GS칼텍스를 맡고 있는 허진수 부회장의 리더십도 시험대에 올랐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19일 열린 GS 최고경영자 전략회의에서 “잘 나가던 기업도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고 변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 밖에 없는 냉정한 현실인식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허창수 회장의 발언은 마치 GS칼텍스를 두고 한 말 같다.
◆ GS칼텍스의 실적부진, 어느 정도인가
GS칼텍스는 2분기 영업손실 701억 원으로 정유 4사 가운데 최악의 실적을 냈다. 이는 창사 이래 최악의 분기실적이었다.
GS칼텍스는 1분기 영업이익 814억 원을 기록해 현대오일뱅크 다음으로 정유 4사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영업이익을 냈다. 하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무려 79.3%나 영업이익이 줄었다.
GS칼텍스는 지난해 매출 45조6598억 원, 영업이익 9천억 원을 기록했다. 2011년 영업이익 2조를 냈는데 반토막이 났다.
시장점유율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현대오일뱅크에게 내수 점유율 2위 자리를 넘겨줬다. GS칼텍스가 한 번도 내주지 않았던 자리였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GS칼텍스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2009년 24.7%였는데 지난 1분기에 21.1%로 떨어졌다.
급기야 GS칼텍스은 신용등급이 하향조정되는 수모도 당했다. 국제신용평가인 S&P는 지난 3월 GS칼텍스 회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BBB’에서 ‘BBB-’로 한단계 강등했다. 무디스도 2월 GS칼텍스의 신용등급을 Baa2로 내렸다.
정유업 특성상 글로벌시장이 주요 활동무대라는 점에서 국제신용평가사의 GS칼텍스 신용등급 하락은 경쟁력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더욱이 GS칼텍스의 회사채 만기가 속속 돌아오는 상황에서 앞으로 자금조달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GS칼텍스의 실적부진은 GS그룹 전체를 흔들고 있다.
GS그룹의 지주회사인 GS는 지난해 매출 9조5831억 원에 영업이익 5521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대비 매출액 1.4%, 영업이익 19.3% 감소한 것이다. GS칼텍스의 부진한 실적이 반영된 것이다.
GS칼텍스가 GS그룹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GS칼텍스는 GS그룹의 최대 현금창출원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GS그룹 매출의 63% 이상을 책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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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창수 GS 회장이 9월19일부터 이틀 동안 춘천 엘리시안 강촌리조트에서 '장수기업에서 배우는 지속성장 전략'을 주제로 열린 'GS 최고경영자 전략회의'에 참석했다. <뉴시스> |
◆ GS칼텍스 실적부진의 원인
GS칼텍스 실적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무엇보다 정유부문의 매출 부진이다.
상반기 매출에서 정유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74% 정도다. 정유부문은 상반기에 2369억 정도의 손실을 냈다. 정제마진이 급격히 하락한 탓이다.
중동 산유국가들이 원유 수입량을 줄이고 수출량을 늘리고 있어 GS칼텍스의 원유수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GS칼텍스는 중동 산유국가들에게 석유를 사와 정제한 뒤 원유를 중동에 팔았으나 이제는 중동 산유국이 공격적으로 정유시설을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다가 중국과 유럽의 경기부진으로 원유수요가 감소해 정제마진은 더욱 하락하고 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수출 주력제품은 전체 80%를 차지하고 있는 석유제품인데 중국과 일본쪽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부진했다”고 말했다.
GS칼텍스는 지난해 해외매출이 29조8097억 원으로 전체 매출 44조695억 원의 67.6%를 차지했다.
GS칼텍스는 석유화학사업에서 영업이익 내 정유부문의 부진을 만회했다. 그러나 석유화학사업의 영업이익도 줄고 있다. 지난해 4분기에 1579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지난 1분기에는 843억 원으로 감소했다.
◆ 기대 한몸에 받고 등장한 허진수의 시련
허진수 부회장은 2012년 12월 GS칼텍스 대표이사에 올랐다.
허 부회장은 허창수 회장의 친동생이다. 허 부회장이 GS칼텍스의 CEO에 오르자 가족경영을 중심으로 GS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허 부회장은 GS칼텍스에서 잔뼈가 굵었다. 미국 유학을 다녀와 1986년 GS칼텍스 전신인 호남정유에 입사해 정유영업본부·생산본부·석유화학본부·경영지원본부장 등을 두루 거쳤다.
허 부회장은 28년 동안 생산부터 영업·재무까지 전 분야를 경험했기 때문에 GS칼텍스의 부진한 영업실적을 끌어 올릴 것이라는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그러나 허 부회장이 GS칼텍스를 이끄는 동안 GS칼텍스의 실적은 결과적으로 초라해 졌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2011년의 반토막이 났고 지난해 4분기와 올해 2분기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업계에서 허 부회장이 오너가문이 아니라 전문경영인이었다면 자리를 보전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말도 나온다.
허 부회장은 지난해 초 "2012년 경영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고 실적도 부진했다"고 책임을 통감하기도 했다.
허 부회장은 올해 초 시무식에서 "에너지와 화학분야에서 세계 최고수준의 가치를 구현하자“고 강조했다. 그는 선제적 위험 관리와 전략적 대응, 영업채널 최적화, 소통과 실행중심의 조직문화 강화 등을 실현하자고 했다.
그러나 허 부회장은 계속된 실적부진에다 ‘여수 기름유출 사고’라는 엎친 데 덮친 격의 시련을 겪었다. GS칼텍스가 기름 유출양을 축소해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허 부회장은 사고 발생 26일 만에 사고현장에 모습을 나타내 뒤늦게 사과문을 발표해 도덕적 논란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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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25일 오전 전남 여수시 신덕마을을 찾은 GS칼텍스 허진수 부회장이 우이산호 충돌 유류 유출 사고로 기름이 덮친 마을 갯가를 무거운 표정으로 둘러보고 있다.<뉴시스> |
◆ 허진수, 경영 시험대를 통과할까
허 부회장은 강력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사업다각화를 추진하는 등 GS칼텍스의 실적부진에서 탈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는 특히 안전에도 신경쓴다. 허 부회장은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안전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최고보안책임자를 새로 만들어 CEO 직속에 배치했다.
허 부회장은 지난 5월 석유화학사업본부와 윤활유사업본부를 1개 본부로 통합하고 경영지원본부를 폐지하는 등 임원 단위조직을 15%나 축소했다. 본부조직은 7개에서 5개로, 임원 수도 59명에서 50명으로 감소했다. 그뒤 6월 팀장급 10여명을 추가로 줄이는 등 구조조정을 계속하고 있다.
허 부회장은 이와 함께 사업다각화를 더욱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정유부문 외에도 바이오부탄올이란 친환경 액체연료, 고부부가가치 탄소섬유 등을 개발하고 있다. GS칼텍스가 개발한 탄소섬유복합소재 ‘탄소섬유 LFT’는 자동차 부품용으로서 기아차가 출시한 ‘올 뉴 쏘렌토’의파노라마 선루프 프레임에 최초 적용되기도 했다.
허 부회장은 또 미국산 비정제유 콘덴세이트(초경질유) 40만 배럴을 국내업계 최초로 도입해 원유 원가절감에도 주력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허창수 회장이 그룹 계열사 CEO들에게 위기를 강조하고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질수록 허진수 부회장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며 “허 부회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라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