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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가 16일 저녁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구치소로 향하기 위해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뉴시스> |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가 17일 또 구속됐다.
이혜경 동양그룹 부회장이 소유한 미술품을 법원의 가압류 전에 미리 빼돌려 판 혐의를 받고 있다. 홍 대표는 2011년 오리온그룹의 비자금 세탁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된 데 이어 3년 만에 또 구속됐다.
홍 대표가 처음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건 6년 전 삼성특검 때다. 그 뒤 미술품이 관련된 대기업 비자금 수사 때마다 홍 대표가 단골로 등장했다.
◆ 3년 만에 다시 구속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는 동양그룹에 대한 법원의 가압류 절차가 결정되기 전인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이혜경 부회장이 빼돌린 미술품 330여 점 중 10여 점을 넘겨받아 임의로 판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미술품 2점의 판매대금 15억여 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6월 이 부회장과 홍 대표 사이에 수상한 자금거래가 있다는 정황을 잡고 이 부회장의 미술품 보관창고와 서미갤러리에서 400점 이상의 그림과 조각품, 골동품 등을 압수했다.
홍 대표는 빼돌린 미술품 10여 점을 40억 원 상당에 매각했다. 대부분의 판매대금은 이 부회장에게 흘러들어갔다.
이 부회장이 보유한 미술작품에 비디오아티스트인 백남준 작가의 설치미술 작품과 한국 단색화의 거장으로 불리는 정상화 작가의 작품, 미국 팝아트 작가 클라에스 올덴버그의 작품 등이 포함됐다.
홍 대표는 2011년 오리온그룹 비자금 사건에 연루돼 구속됐다가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현재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1천억 원대 미술품 거래를 대행하며 법인세 30억 원을 탈루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홍 대표를 상대로 미술품을 처분한 경위 등을 수사한 뒤 이혜경 부회장과 함께 기소하기로 했다.
◆ 또 홍송원? 재벌가 비자금 수사 때마다 등장
홍 대표는 검찰의 재계 비자금 수사 때마다 등장했다.
홍 대표는 2008년 삼성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특검팀의 조사를 받으면서 처음 유명세를 탔다.
당시 그는 90억 원대에 이르는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작품 ‘행복한 눈물’ 을 낙찰받아 삼성에 넘긴 인물로 지목됐다. 그러나 2002년 구입 당시 금융전표 보관기한이 지나 무혐의 처리됐다.
그 뒤 2011년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인사청탁용 그림 로비 의혹, 2012년 저축은행 비리수사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과 임석 솔로몬회장의 불법 교차대출 중개의혹에도 그의 이름이 어김없이 등장했다.
홍 대표는 10년 전부터 미술계에서 철저한 비밀주의로 일관하며 ‘은둔의 딜러’로 통했다.
작가들과 특별한 친분은 없는 대신 삼성가를 비롯한 재벌가 인사들과 두터운 인맥을 쌓아 고가의 미술품을 중개했다.
미술계 인사는 “홍 대표가 재벌 집안의 숟가락 수까지 꿰뚫고 있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라며 “홍 대표가 여러 차례 물의를 일으켰음에도 여전히 건재한 것은 이런 특수 역할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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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8년 2월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가 삼성그룹 관련 비자금 의혹을 수사중인 삼성특검팀에서 소환조사를 마친 후 사무실을 나오고 있다.<뉴시스> |
◆ 홍라희 리움 관장과 인연
홍 대표는 특히 홍라희 리움 관장과 인연으로 유명하다.
홍 대표는 삼성 비자금 사건이 터지기 전부터 홍라희 관장의 취향을 잘 읽는 것으로 유명했다. 홍 관장의 취향대로 미술품을 뉴욕 등지에서 구매하며 그의 집사 역할을 해왔다.
한때 미술계에서 이들을 가리켜 ‘홍-홍’투톱으로 부를 만큼 둘의 사이가 좋고 호흡도 잘 맞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2004년 이후 삼성 내부에서 지나치게 홍 대표에게 의존한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삼성과 거래는 크게 줄어들었지만 둘의 인연은 계속됐다.
그러나 이 둘의 관계는 2011년 오리온그룹의 비자금 사건을 계기로 멀어졌다.
당시 검찰이 담철곤 오리온 회장의 비자금 사건을 수사하던 중 홍 대표가 관여한 사실을 밝혀냈고 이 사건으로 홍 대표는 검찰에 구속됐다.
이 때 드러난 홍 대표의 비리는 홍라희 관장과 소송전으로까지 번졌다. 홍 대표는 구속된 와중에 홍 관장에 대해 미술품 값 530억 원을 받지 못했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홍 대표는 삼성과 법정 공방을 벌이다 5개월 뒤 오해가 풀렸다며 소송을 취하했다. 당시 막후거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 결혼 후 재테크 위해 미술계로 뛰어들어
홍 대표는 1953년 충남 서천 출생으로 이화여대 사회체육과를 졸업한 뒤 미술계에 발을 들였다. 재테크를 위해 미술품 경매사업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홍 대표는 원래 전통 옹기 컬렉터로 시작했다가 1980년대 뉴욕 화랑가에서 미니멀 등의 현대미술사조를 두루 섭렵하면서 화랑주로 변신했다. 국내 화랑가에 1990년대 서구 현대미술 명품들을 유입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홍 대표의 혼맥도 그의 활동에 도움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홍 대표의 남편은 박담회 전 온누리교회 부목사다. 그는 박무신 삼화제분 창업주의 동생이자 삼화제분에서 회장까지 지낸 박정신 전 회장의 아들이다. 삼화제분은 서청원 의원과 사돈관계일 정도로 정재계 인맥이 두텁다.
박 전 부목사는 80년대 중반까지 사업가의 길을 걷다 목회자의 길에 들어섰다. 현재는 목회 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홍 대표의 여동생은 홍정원씨로 남편이 구자철 예스코 회장이다. 구 회장은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의 4남이며 구태회 회장은 LG그룹 창업주 구인회 회장의 동생이다.
홍 대표의 두 아들은 모두 홍 대표를 이어 미술품 거래를 하고 있다. 큰아들 박원재씨가 원앤제이 대표고, 둘째 박필재씨는 서미앤투스 이사로 일한다.
홍 대표는 90년대 중반 서명없는 피카소의 복제판화를 팔았다가 화랑협회에서 제명당한 후 2006년 준회원 자격을 되찾았다. 이 때문에 전시회보다 미술품 중개사업을 주로 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