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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성환 홈플러스 사장 |
도성환 홈플러스 사장이 사면초가의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실적악화와 노조파업, 경품비리에 따른 도덕성 논란 등 안팎으로 악재가 겹친 상황이다.
도 사장은 홈플러스를 14년 동안 이끌던 이승한 회장이 떠난 뒤 홀로서기를 하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극복해낼지 주목된다.
업계는 도 사장이 이런 난제를 해결하는 데 따라 향후 입지가 결정될 것으로 내다본다.
◆ 실적 악화와 로열티 20배 급증
17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올 상반기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 감소했다. 경쟁업체인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각각 0.6%, 2.9% 감소한 데 비해 감소폭이 큰 편이다.
영업이익도 점점 줄고 있다. 홈플러스의 영업이익은 2011년 4242억 원이었지만 지난해 2510억 원으로 반토막났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6.1%에서 3.4%까지 떨어졌다.
홈플러스는 영업이익이 줄어든 데 대해 의무휴무 등 영업규제 영향 때문이라고 했지만 이마트의 경우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2.04% 감소하는 데 그친 점을 감안하면 영업규제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
게다가 홈플러스는 이런 실적악화에도 모회사인 영국 테스코에 지나치게 높은 로열티를 지급해 더욱 큰 부담을 안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테스코 본사에 616억1700만 원의 로열티를 지불했다. 2011년 34억 원, 2012년 30억 원에서 20배 가량 급증했다.
홈플러스는 “기존에 한국 홈플러스의 매출 대비 로열티가 0.05% 정도로 1~2% 정도인 다른 나라에 비해 크게 낮았다”며 “영국 국세청이 테스코에 문제 제기를 하면서 로열티가 정상화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 악화일로 치닫는 노사관계
홈플러스 노동조합은 추석연휴(5~10일) 동안 총파업을 벌였다. 노조는 시급 500원 인상을 요구했지만 회사는 200원 인상을 고수해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홈플러스 노조는 지난달 말에도 임금협상이 결렬되자 3일 동안 총파업했다.
노사는 지난 4월부터 13차례나 입금교섭을 벌이고 있지만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노조가 추석연휴 파업이라는 강수를 뒀지만 회사 역시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노조는 홈플러스가 폐지를 약속했던 ‘점오계약제’도 고수하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노사관계가 더 악화되고 있다.
점오계약제란 1시간 단위가 아니라 30분, 10분 단위로 맺는 근로계약을 말한다. 홈플러스 비정규직 직원들은 그동안 7.5, 7.2시간 등의 형태로 근로계약을 맺었다. 홈플러스는 이런 방법을 동원해 연간 130억 원의 인건비를 아꼈다는 비난을 받았다.
홈플러스 노사는 올해 초 점오계약제 폐지에 합의했다. 이에 근거해 노조가 폐지방안에 대해 회사와 협상하기를 원했지만 회사가 이를 무시하고 있다고 노조는 주장한다.
홈플러스는 지난 7월 협상안을 마련했지만 개선안에 노조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고 결국 합의 시행시점인 9월 1일 시행이 불발됐다.
◆ 경품사기로 도덕성 논란에 불매운동까지
17일 오전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단장 이정수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은 서울 역삼동 홈플러스 본사와 경품대행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홈플러스 본사의 경우 지난 4일에 이어 두 번째 압수수색이다.
검찰은 홈플러스가 경품 응모행사 등을 통해 개인정보 수십만 건을 수집한 뒤 이를 외부에 판매한 단서를 추가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1차 압수수색은 2012년 1억 원 상당의 외제차를 내건 경품행사에서 직원의 지인이 1등에 당첨된 사실이 드러난 데 따른 것이다. 이 직원은 동료들과 짜고 당첨자를 조작해 자동차를 받은 뒤 되팔아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도덕성 논란이 일면서 불매운동도 이어지고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달 25일 홈플러스 불매운동을 선언했고, 순천 YMCA 등 지역 시민단체도 ‘나쁜 기업 홈플러스 불매운동’에 가담했다.
최근 홈플러스는 경품사기 사건의 중심에 있는 보험업무 담당조직을 분사했다. 그러자 도 사장이 책임론을 무마하기 위해 ‘꼬리자르기’에 나섰다는 비난을 받았다.
현재 테스코는 본사 경영진의 물갈이를 한창 진행중이다. 이에 따라 도 사장의 향후 거취가 주목을 받고 있다. 테스코 최고경영자인 필립 클라크 회장이 실적부진의 책임을 지고 오는 10월 물러날 예정인 데다 최고재무책임자도 지난 7월 자리에서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