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3사가 수주가뭄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를 놓고 증권가의 전망이 갈리고 있다.
액화천연가스(LNG) 개발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올해 선박의 발주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꾸준히 제기되지만 선주들이 경기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발주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시각도 만만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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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
이강록 교보증권 연구원은 3일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를 상회하면서 그동안 중단됐던 액화천연가스 개발 프로젝트들이 재개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국내 조선사들이 지난해보다 더 많은 LNG선박을 수주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2019년부터 수출·수입이 진행되는 액화천연가스 프로젝트는 모두 33건이며 총 물량은 3520만 톤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약 55~60척의 LNG운반선을 필요로 하는 물량이다.
프로젝트가 일정대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LNG운반선의 발주가 올해부터 나와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올해 30척 이상의 LNG운반석 발주가 나올 것으로 이 연구원은 내다봤다.
2011~2015년에 LNG운반선이 연평균 43척 발주됐던 점을 감안할 때 30척가량의 선박이 발주되는 것은 많은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국내 조선3사가 신규수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가뭄에 단비나 다름없다.
올해 조선3사는 평균 8조 원 안팎의 매출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에 연평균 매출 15조 원을 낸 것과 비교해 외형이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드는 것이다.
LNG운반선 30척을 국내 조선3사가 수주할 경우 계약금액이 모두 6조 원 이상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조선3사는 이 수주를 바탕으로 현재 비어가는 도크(선박건조대)의 3분의 1가량을 채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LNG운반선의 발주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성기종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조선업황의 불황이 장기화하고 있다”며 “유가와 후판, 해운지수의 반등 등 주변영업환경이 호전되고 있지만 새로운 선박을 발주하려는 수요는 여전히 부진하다”고 진단했다.
성 연구원은 글로벌 선사들이 세계경기가 회복될 가능성이 불확실하다고 보고 있어 선박발주를 좀처럼 하지 않고 있다고 봤다.
각국 정부가 조선업 구조조정과 관련한 발표를 늦추고 있는 점도 발주가 늘어나지 않는 요인으로 꼽힌다. 조선사들이 어떻게 재편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선사들이 쉽게 새로운 선박을 건조하는 계약을 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1년 동안 전 세계 발주경향을 살펴보면 글로벌 선사들은 상대적으로 재무구조가 안정적이고 경쟁력이 높은 조선사들에게만 선별적 발주만 내고 있다.
글로벌 선주들이 조선사들로부터 더욱 파격적인 조건이 제시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글로벌 선주들은 조선사들이 현재 불황으로 어려운 처지에 물렸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선주들은 수주잔고가 부족한 조선사들이 싼 가격에라도 선박을 수주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놓고 눈치보기식 발주에 나서고 있다.
선주들이 발주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최근 신조선가(1988년 1월의 선박가격을 100으로 잡아 특정시점의 선박가격 평균치를 나타내는 지수)는 13년 만의 최저치인 122포인트까지 떨어졌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