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사드 리스크’를 정면돌파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이 롯데쇼핑의 핵심인 백화점과 마트사업부문 수장을 모두 중국통으로 채운 것을 두고 이런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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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롯데그룹은 27일 롯데상사 이사회를 열어 경북 성주군 롯데스카이힐성주CC(성주골프장)를 주한미군 사드배치 부지로 제공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국방부와 롯데그룹은 28일경 부지교환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드배치가 마무리되면 중국정부의 경제보복이 현실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정부는 관영언론을 통해 연일 롯데그룹을 압박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이 롯데쇼핑의 새 대표이사로 최근까지 중국사업부문장을 지낸 강희태 사장을 낙점한 것은 이런 움직임에 대비한 것으로 풀이된다.
강희태 사장은 2014년 8월부터 최근까지 중국에 머무르며 백화점사업을 이끌어왔다.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도 이번 임원인사에서 자리를 지켰다. 김 대표는 2014년 롯데쇼핑 마트사업부문 대표로 발탁됐는데 당시 직전까지 중국본부장을 지내며 중국사업을 직접 챙겼다.
롯데쇼핑의 핵심인 백화점과 마트사업부문 수장이 모두 중국에서 현지사업을 직접 챙긴 경험이 있는 인사로 채워진 것이다. 중국시장이 워낙 잠재력이 높은 시장인 데다 그동안 쏟아부은 투자금도 많은 만큼 쉽사리 내주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강희태 사장은 그동안 여러 차례 중국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강 사장은 지난 1월 열린 롯데백화점 중국사업 설명회에서 “중국 진출 10년 동안 고전한 게 사실이고 사드리스크도 우려스럽다”면서도 “한국시장보다 전망이 밝은 시장이라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소방점검과 위생점검, 세무조사 등에 대해서도 “규칙을 어기지 않으면 되고 법대로 하면 된다”며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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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희태 롯데쇼핑 사장. |
그는 2015년 12월 한 매체와 만난 자리에서 “중국은 롯데그룹이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기회의 땅”이라며 “지금은 씨를 뿌려놓은 단계이고 잘 키워서 조만간 수확할 수 있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롯데그룹은 최근 정기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마친 만큼 앞으로 그룹 차원에서 사드리스크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유통사업은 롯데그룹이 중국에서 벌이고 있는 사업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롯데쇼핑은 현재 중국에서 백화점 5개, 슈퍼를 포함한 마트 115개를 운영하고 있다. 가장 많은 금액이 투입된 사업이자 가장 많은 손실을 내는 사업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롯데쇼핑이 중국에서 낸 손실은 1조 원대에 이른다.
그러다 보니 롯데그룹이 사드리스크를 계기로 중국사업을 축소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롯데쇼핑은 2009년 이후 중국에서 공격적으로 출점을 진행했으나 최근 일부 매장의 폐점을 검토하고 있다. 선양에 짓고 있는 롯데타운 등 그룹 차원에서 3조 원을 투자한 대규모 프로젝트에서도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롯데닷컴도 중국의 알리바바 쇼핑몰인 ‘톈마오’에서 플래그숍 영업을 전면 중지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중국사업에서 서서히 출구전략을 쓰고 있다는 말도 나돈다”며 “지금과 같은 사업구조로 꼭 사드리스크 때문이 아니더라도 중국에서 사업을 이어나가기 힘들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