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카드 경영을 새로 맡게 된 김창권 대표가 롯데그룹 지배구조개편 과정에서 롯데 금융계열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묘안을 짜낼 것으로 보인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이 롯데그룹 임원인사에서 김 대표를 롯데카드 대표로 기용한 것은 지주사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불거질 롯데 금융계열사 문제를 해결하라는 임무를 맡긴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
|
|
▲ 김창권 롯데자산개발 대표이사 부사장 겸 롯데카드 대표이사 내정자. |
김 대표는 롯데그룹의 대표적 금융통으로 2007년부터 10년 동안 롯데자산개발을 맡으며 외부출신임에도 불구하고 롯데그룹에서 현직 최장수 최고경영자(CEO)가 될 정도로 신 회장의 신임이 두텁다.
신 회장은 롯데 계열사 94곳 가운데 금융계열사를 제외한 나머지를 유통, 호텔∙서비스, 식품∙제조, 화학∙건설 등 4개의 BU(Business Unit)체제로 재편하며 지주사체제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계열사는 금산분리원칙을 고려해 BU체제와 별도로 독립운영되는데 김 대표가 금융계열사의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된 현안을 맡게 된 셈이다.
롯데 금융계열사는 롯데카드와 롯데캐피탈, 롯데손해보험, 이비카드, 롯데렌탈, 롯데오토리스, 롯데멤버스, 마이비 등 10여 곳이다.
롯데카드는 롯데그룹 금융계열사 가운데 덩치가 가장 크다. 이 때문에 롯데그룹의 지주사체제 전환과정에서 롯데카드를 정점으로 금융지주사가 세워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롯데카드는 롯데쇼핑이 최대주주인데 지분 93.78%를 보유하고 있다. 신 회장이 롯데쇼핑과 롯데제과, 롯데칠성, 롯데푸드 등을 각각 인적분할 한 뒤 투자회사를 합병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 과정에서 롯데쇼핑이 보유하고 있는 롯데카드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공정거래법상 일반지주회사가 금융회사를 자회사나 손자회사로 두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호텔롯데도 롯데카드, 롯데캐피탈, 롯데손해보험, 롯데피에스넷 등 금융계열사 4곳의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중간금융지주회사제도가 도입된다면 롯데카드를 중간지주사로 삼아 지주회사-롯데카드-다른 금융계열사 형태로 지분구조를 정리할 수 있지만 야당이 난색을 표시하고 있어 이른 시일 안에 도입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중간금융지주회사제도는 일반지주회사 아래 금융계열사를 거느린 중간금융지주회사를 둘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중간금융지주회사제도가 도입되지 못한다면 롯데카드를 정점으로 단순금융지주사를 세우고 롯데카드 지분을 신 회장이 사들이거나 일본 롯데홀딩스에 넘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신 회장이 지배력 강화를 위해 투자회사와 호텔롯데의 지분을 확보하는 과제가 시급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른 시일 안에 롯데카드 지분을 매입하기는 만만치 않다.
일본 롯데홀딩스에 금융계열사 지분을 넘기는 방안도 최근 위안부 합의와 독도 소유권 등을 놓고 반일정서가 높아진 만큼 반기업정서를 고조시킬 수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