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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이 2025년 해외법인 37곳에서 순이익 7987억 원을 거뒀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4대 시중은행의 해외법인 순이익은 코로나19 여파에서 벗어난 뒤 최근 3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올해는 상황이 만만치 않다. 신임 부행장들은 이란전쟁 장기화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익 기반을 다지는 동시에 건전성을 강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18일 각 은행의 사업보고서를 종합하면 2025년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개 은행의 해외법인 37곳의 합산 순이익은 7987억 원으로 집계됐다.
2024년보다 12.6% 늘어난 것이다.
4대 은행의 해외법인 순이익은 2023년 7081억 원, 2024년 7091억 원으로 비슷한 수준을 이어갔는데 지난해에는 국민은행의 해외법인 순이익이 흑자전환하면서 두 자릿 수 성장세를 보였다.
내부를 들여다보면 은행별로 실적 편차는 뚜렷하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은 지난해 해외 성적이 나쁘지 않다. 신한은행이 압도적 격차로 해외 순이익 1위를 수성하고 있는 가운데 국민은행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신한은행은 2025년 해외법인 10곳에서 순이익 5868억 원을 거뒀다. SBJ은행이 큰 폭의 이익 증가세를 지속했고 중국과 미국, 인도네시아 등도 실적 호조를 보였다.
국민은행은 고질적 적자 늪에 빠졌던 인도네시아 KB뱅크의 손실을 큰 폭으로 줄이면서 지난해 해외법인에서 순이익 817억 원을 거뒀다.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캄보디아 KB프라삭은행 역시 안정적 실적으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반면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핵심 거점인 중국과 동남아 등에서 고전하면서 지난해 해외사업 실적이 줄었다.
하나은행은 2025년 해외법인에서 순이익 868억 원을 거둬 2024년(1300억 원)보다 33.2% 줄었다.
우리은행의 하락 폭은 더욱 가팔랐다. 우리은행 해외법인 11곳의 합산 순이익은 2024년 2100억 원에서 지난해 435억 원으로 79.3% 급감했다. 인도네시아(-741억 원)와 중국(-527억 원)법인에서 동시에 적잖은 손실을 내면서 4대 은행가운데 가장 큰 폭의 이익 감소세를 보였다.
이렇듯 해외사업은 지역별 영업환경의 차이가 크고 글로벌 불확실성도 확대되고 있어 수익구조 개선과 리스크 관리 등 과제가 여전하다.
▲ (왼쪽부터) 이종민 국민은행 글로벌사업그룹 대표 부행장, 김재민 신한은행 글로벌사업그룹장 부행장, 김영준 하나은행 글로벌본부장 부행장, 전현기 우리은행 글로벌그룹장 부행장 겸 우리금융지주 성장지원부문장.
결국 해외법인의 실질적 수익 기여도를 높이고 사업의 ‘질적 성장’을 이뤄내는 것은 신임 수장들의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말 인사를 통해 김재민 영업추진1그룹장 부행장을 글로벌부문 사령탑으로 세웠다. 김 부행장은 일본 SBJ은행 법인장을 지내면서 신한은행의 해외 수익 확대에 역할을 한 인물이다.
김 부행장은 일본과 베트남시장에서 ‘독주 체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새로운 수익원 발굴 등 해외사업 고도화 전략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종민 국민은행 글로벌사업그룹 대표 부행장은 지주와 은행을 오가며 전략·재무부서에서 경력을 쌓아왔다. 이 부행장의 투입은 국민은행 해외사업의 발목을 잡던 인도네시아 KB뱅크의 완전한 정상화를 마무리 짓고 흑자기조를 안착시키겠다는 의지가 담긴 인사로 풀이됐다.
하나은행은 글로벌그룹장에 김영준 부행장을 선임했다. 전임인 황효구 글로벌그룹장은 상무였는데 다시 부행장급을 배치하면서 해외사업에 비중을 실었다.
김 부행장은 하나은행 글로벌그룹 소속 팀장, 캐나다하나은행장 등을 역임했다. 은행과 지주 글로벌본부장을 겸직하면서 그룹 차원의 시너지에 힘을 실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은행은 전현기 부행장에게 글로벌 그룹장을 맡겼다. 전 부행장은 중국 상해와 소주, 북경지점장 등을 두루 거친 ‘중국 전문가’다. 지난해 인도네시아와 중국법인 실적 부진으로 쪼그라든 우리은행의 해외 순이익을 회복시켜야 하는 중책을 맡았다.
올해는 중동전쟁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로 글로벌 금융시장 불학실성이 확대되면서 해외법인 리스크와 수익성 관리가 한층 중요해졌다.
주력 시장인 동남아에서 대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자산 건전성을 높이고 중국과 러시아 등 지역에서는 선제적 리스크 관리를 통해 손실을 최소화하는 ‘내실 경영’이 최우선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국내 이자이익 성장둔화에 부딪힌 은행들에게 해외사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올해는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해외법인의 이익체력 개선과 더불어 리스크 관리가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