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지주사체제 전환을 앞두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배력 강화를 위해 실탄을 모으고 있다.
신 회장은 롯데그룹이 지주사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안정적 경영권을 확보해야 한다.
신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보유한 주력 계열사 지분이 비슷해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사를 설립하면 신동빈 회장이 최대주주를 유지한다 해도 신동주 전 부회장 역시 상당한 지분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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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8일 업계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이 올해 들어 두 차례 롯데쇼핑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으며 1천억 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했다.
신 회장은 1월 중순 KEB하나은행에서 롯데쇼핑 주식 95만 주를 5년1개월 기간으로, 5만 주를 1년 기간으로 각각 신규담보 대출계약을 체결했다.
그 뒤 담보로 제공한 95만 주 가운데 50%인 47만5천 주와 신규담보 12만5천 주를 더해 담보기간 1년짜리로 계약을 변경하는 방식으로 추가 대출을 받았다.
신 회장이 이번에 마련한 자금을 통해 대홍기획이 보유한 롯데제과 지분을 추가로 사들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신 회장은 롯데제과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면서 신 전 부회장과 지분격차를 벌릴 수 있고 순환출자고리도 끊을 수 있다.
신 회장은 1월23일부터 26일까지 롯데제과 지분 4만여 주를 사들였다. 신 회장의 롯데제과 지분율도 8.78%에서 9.07%로 늘었다.
신 회장이 대홍기획이 보유한 롯데제과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면 지분율은 12%가량으로 확대되면서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 전 부회장의 합계 지분율 10.79%를 앞지른다.
롯데제과 지분은 신 전 부회장이 3.96%, 신 총괄회장이 6.83%를 보유하고 있다. 신 총괄회장이 보유한 지분이 신 전 부회장에게 넘어갈 경우 롯데제과에서 첨예한 경영권 다툼이 벌어질 수도 있다.
롯데제과는 롯데그룹의 지배구조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
주력 계열사인 롯데쇼핑 지분을 7.86% 보유하고 있으며 롯데닷컴(8.54%)과 코리아세븐(16.5%) 지분도 소유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18.33%), 롯데푸드(9.32%), 롯데리아(13.59%) 등 식품계열사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호텔롯데와 다른 계열사를 연결하는 중간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롯데그룹 지주사체제 전환의 첫걸음은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칠성, 롯데푸드를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 한 뒤 투자회사를 합병하는 방안이 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신 회장은 이 과정에서 사업회사 주식을 투자회사에 출자하고 투자회사가 발행하는 신주를 배정받아 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호텔롯데를 상장해 호텔롯데 투자회사와 앞서 만들어진 투자회사를 합병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제기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신동주 전 부회장도 실탄을 확보할 발판을 마련하는 등 앞으로 롯데제과 등에서 경영권 다툼이 벌어질 수 있다”며 “지주사체제 전환에 앞서 신동빈 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작업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전 부회장은 최근 신격호 총괄회장에게 증여세 2126억 원 납부를 위한 자금을 빌려줬다. 신 총괄회장은 앞으로 자산처분 등을 통해 이를 변제하기로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