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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왼쪽)과 이건호 국민은행장 |
금융감독원이 임영록 KB그융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대해 경징계를 내렸다.
KB금융은 경영공백을 털고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KB금융은 그동안 임 회장과 이 행장에 대한 징계가 두달째 미뤄지면서 신사업은 추진은 물론이고 계열사 대표이사 인사조차 못하는 상황을 맞고 있었다.
금감원은 중징계를 통보하고도 솜방망이 징계에 그쳤다. 금감원은 징계 지연에 따른 KB금융 경영공백만 불렀다는 비난을 받게 됐다. 그동안 금융권 안팎에서 금감원의 KB금융 징계를 놓고 외압설이 무성했는데 후폭풍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 임영록 이건호 위기 탈출
금융감독원은 21일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에 대해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에게 경징계 처분을 내렸다. 이날 열린 제재심의위는 지난 6월26일 첫 회의 이후 여섯 번째 회의였다.
제재심의위는 임 회장과 이 행장에게 각각 경징계인 '주의적 경고'를 결정했다.
금감원은 애초 임 회장과 이 행장에 대해 중징계를 올렸으나 제재심의위는 징계수위를 한 단계 낮춰 결정했다.
임 회장과 이 행장이 중징계를 받았다면 퇴진이 불가피해 KB금융은 위기상황을 맞을 수 있었다. 중징계를 받게 되면 3년 동안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또 임기에 관계없이 물러나는 게 관행처럼 정착됐다.
제재심의위는 그동안 여섯 차례의 회의를 열어 임 회장과 이 행장의 소명을 들었고 이날 긴 토론 끝에 중징계 처분하기에 무리하다고 판단을 내렸다.
이런 판단을 내린 데에 임 회장과 이 행장을 중징계할 경우 KB금융 경영공백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부담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징계는 최수현 금감원장이 최종 결정한다. 그러나 그동안 금감원장이 제재심의위의 결정을 뒤집은 전례가 없어 그대로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 KB금융 계열사 대표이사 인사도 못한 경영공백
KB금융은 임 회장과 이 행장에 대한 징계가 마무리 돼 심각한 경영공백에서 탈출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그동안 징계를 놓고 조직분열도 심각하고 감정의 골도 깊어 내부 갈등이 쉽게 치유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임 회장과 이 행장이 금감원 제재심의위에 불려 다니면서 KB금융의 내부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경영진이 언제 바뀔지 몰라 조직의 기강이 서지 않았다. 직원들의 사기도 크게 떨어졌다.
임직원 인사와 신사업 추진 등 중요한 의사결정도 잠정 보류되거나 표류하고 있는 상태였다.
KB생명 KB자산운용 KB투자증권 등 5개 계열사 대표들은 지난 18일자로 임기가 끝났으나 후속인사가 미뤄지면서 어정쩡하게 눌러앉아 있다.
임직원들에 대한 인사도 마찬가지다. 최근 임기가 만료된 국민은행의 리스크관리본부장과 상품본부장 등 4명의 임원진 인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업추진도 더뎌졌다. KB금융은 LIG손보 인수합병에 성공하고도 그에 따른 후속작업에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경영진 공백상황이 길어지면서 노조의 반발도 거세졌다. KB금융 여의도 본사 앞에 노조의 천막이 설치됐다. 국민은행 노조는 임 회장과 이 행장의 자진사퇴를 요구하며 지난 11일부터 보름 가까이 두 사람에 대한 출근저지 투쟁을 벌이고 있다.
노조는 “이런 상황은 임영록 회장 등 외부에서 온 낙하산 인사의 폐단”이라며 “금융당국의 제재가 지지부진하게 진행되면서 직원 사기저하는 물론 경영공백까지 우려되는 심각한 상황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지난 14일 KB금융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정책제언서를 이사회에 전달하는 등 경영정상화를 촉구했다.
국민은행의 한 관계자는 “직원들 사기가 갈수록 떨어져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면서 “징계결정이 하루라도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 ‘양치기 소년’된 금감원
금감원은 임 회장과 이 행장에 대해 솜방망이 징계를 내리게 되면서 그동안 징계를 지연해온 것과 함께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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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
금감원은 지난 6월9일 1억 건 정보유출 사건, 도쿄지점 부당대출, KB국민은행 전산시스템 전환 갈등 등의 사안으로 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 관계자들을 제재한다고 사전통보했다.
하지만 중징계를 한다고 큰 소리를 쳐놓고도 두 달이 넘도록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금융권에서 외압설, 봐주기설 등 뒷말도 무성했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이와 관련해 “충분한 소명기회를 주는 것이 금융당국으로서 당연한 소임”이라고 해명했다.
게다가 금감원은 애초 6월 말 마무리할 예정이었던 KB금융 제재를 지연하는 바람에 다른 금융사와 관련한 업무는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금감원은 올해 초 발생한 KB국민카드 롯데카드 NH농협카드의 개인정보유출 사고와 관련한 임직원 제재를 반 년이 넘도록 확정짓지 못했다.
또 지난 5월 이후 잇달아 터진 삼성카드, 신한카드, 롯데카드 등 앱카드 명의도용 관련 특별검사도 착수만 한 채 처리를 미뤄놓고 있다.
STX그룹 부실 대출과 관련한 산업은행 제재도 지난해 종합검사를 올 상반기 2차례나 추가 검사를 마치고도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가 뒤늦게 임직원 10명에게 징계를 사전통보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관과 개인제재를 이렇게 미룬 적이 없었다”며 “금감원이 KB금융만 신경 쓰는 동안 각종 금융사고에 연루된 금융사들조차 좌불안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