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권이 고금리를 내세운 출산 장려 적금을 앞다퉈 내놨지만 소비자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금융권이 고금리를 내세운 출산 장려 적금을 앞다퉈 내놨지만 소비자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우대금리와 납입한도에 따라 흥행 여부가 갈린 것인데 금융사가 사회적 책임을 앞세워 보여주기식 상품을 내놓는 것보다 자녀를 원하는 금융소비자가 직접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혜택이 담긴 상품 출시가 중요하다는 시각이 나온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저출산 심화 속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금융사의 저출산 관련 상품이 늘어난 가운데 최근 높은 납입한도를 내건 상품들이 속속 완판되고 있다.
NH농협은행에 따르면 출산 장려 상품 ‘상생+아이행복적금’은 19일 판매가 중지됐다. 5월27일 출시한 2만 좌 한도 대면가입 전용 상품이 약 두 달 만에 모두 팔린 것이다. 지역 농축협에서도 판매된 같은 상품은 먼저 완판됐다.
상생+아이행복적금은 출산 여부 등에 따라 우대금리를 적용해 최대 10.1%의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이다.
신한은행이 지난해 11월 5만 좌 한도로 내놓은 ‘패밀리 상생적금’도 출시 3달 만인 올해 2월 모두 팔렸다. 패밀리 상생적금도 출산 여부 등에 따라 최대 9%까지 금리를 주는 상품으로 시장 주목을 크게 받았고 1월에는 금융감독원의 ‘상생·협력 우수상품’에 선정되기도 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사회 문제에 관심을 두고 관련 상품을 내놓은 결과 고객 호응이 뜨거웠다”며 “앞으로도 사회 문제 해결 차원에서 비슷한 상품 출시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사별로 출산 장려상품 판매율이 목표의 절반에 못 미치는 곳도 많았다. 일반 적금보다 훨씬 높은 금리를 제공했지만 흥행을 거두지 못한 것이다.
납입한도와 우대 금리 요건이 흥행 여부를 가른 것으로 여겨진다.
농협은행과 신한은행 상품은 모두 월 최대 납입금액이 50만 원으로 다른 상품(최대 10~30만 원)의 두 배 수준이다.
각각 10.1%와 9%의 높은 금리를 제공하지만 일반 적금 납입한도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해 시장 반응을 이끌어낸 셈이다.
두 은행 모두 결혼연령이 늦춰져 사회문제로 떠오른 ‘난임’을 우대금리 요건으로 담아 차별점도 갖춘 것으로 여겨진다.
농협은행 상품은 난임 관련 증빙서류를 내면 3%의 우대금리를 결혼·임신·출산과 동일하게 줬다. 신한은행 상품 가입자도 난임부부시술비 지원결정통지서를 제출하면 마찬가지로 우대금리를 3% 제공했다.
금융권 출산 장려 적금이 쏟아졌지만 소비자가 얼마나 그 혜택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지가 중요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 금융감독원도 출산 장려 적금을 우수 상생 금융상품으로 꼽으며 관련 상품 출시를 격려하고 있다. (왼쪽 사진) 이복현 금감원장(왼쪽)과 정상혁 신한은행장이 1월17일 서울 영등포 금감원에서 '패밀리상생적금' 우수사례 지정을 두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오른쪽 사진) 김미영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왼쪽)과 손대진 BNK부산은행 고객기획본부장이 7월11일 '아기천사적금' 우수사례 지정을 두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은 각 사 제공> |
시장에서는 상생금융과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저출산 극복이라는 이름을 단 상품이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 팔리는 저출산 적금 가운데 기본금리와 최고금리 모두 가장 높은 상품은 새마을금고의 ‘용용적금’이다. 중앙회가 단위 금고에 지원금을 보태 금리를 크게 높였다.
‘용용적금’은 기본금리 6%에 자녀 수에 따라 4%부터 6%까지 우대금리를 적용해 최대 12%의 금리를 제공하며 한 달 납입한도는 20만 원이다. 인구감소지역 가입자는 자녀수에 관계없이 6%의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으며 5만 좌 한도로 판매되고 있다.
하나은행의 ‘아이키움적금’은 기본금리 2%에 임산부나 양육수당 지급 여부에 따라 우대금리 2%, 다자녀 특별우대금리, 하나은행 거래조건 등을 고려해 8%의 최고금리를 제공한다. 5만 좌 한도로 팔리고 있으며 납입한도는 30만 원이다.
BNK부산은행의 ‘아기천사적금’은 기본금리 2%에 출산·자녀수에 따라 우대금리 4.5~5.5%, 부산은행 거래조건 등을 충족하면 8%의 최고금리를 제공한다. 아기천사적금은 12일에 금감원 ‘상생·협력 금융신상품’ 우수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1만 좌 한도로 판매되며 한 달 납입한도는 30만 원이다.
Sh수협은행은 22일부터 최고 8% 금리(기본금리 3%)의 ‘아가야 환영海(해)’ 적금을 3천 좌 한도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수협은행이 저출산 관련 상품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어촌지역 가입자를 대상으로 별도 우대금리도 제공하며 납입한도는 20만 원이다.
웰컴저축은행의 ‘WELCOME 아이사랑적금’은 기본금리 1%에 자녀수에 따라 1~5%의 우대금리, 거래조건에 따라 4%를 제공해 최고 10%의 금리를 제공한다. 출산 장려 적금 가운데서는 유일하게 3년 만기로 가능한 상품으로 납입한도는 10만 원이다.
금융권이 사회공헌에 공을 들이는 만큼 흥행 여부와 관계없이 저출산 관련 상품은 계속해서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출산 상품은 출시 초기에는 시장 반응이 있지만 저출산 심화에 판매 속도가 아무래도 둔화되는 것도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사회 공헌 차원에서 계속해서 관련 상품 출시를 이어갈 것이다”고 설명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