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집단 총수일가의 자녀세대가 지분을 많이 보유한 계열사의 내부거래 비중이 부모세대 지분율이 높은 계열사에 비해 2배가량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기업들이 원활한 경영승계를 위해 자녀들이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관행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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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 |
26일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대기업집단 회사들의 계열사 의존도를 비교한 결과에 따르면 총수일가의 자녀세대가 소유한 회사의 계열사 의존도가 부모세대 소유 회사보다 2배가량 높았다. 자녀세대가 지배하는 회사의 그룹 내부거래 비중이 그만큼 많았다는 뜻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4년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도입했다. 총수일가 지분이 30%가 넘는 상장 계열회사(비상장사의 경우 20%)가 규제대상이다.
6월30일 기준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받는 대기업집단 산하 회사 가운데 부모세대가 지분을 많이 보유한 회사의 계열사 의존도는 10.7%에 그친 반면 자녀세대가 지분을 많이 소유한 회사의 계열사 의존도는 20.4%로 집계됐다.
부모세대가 지분을 많이 소유한 회사는 상장사 11곳과 비상장사 67곳, 자녀세대가 지분을 많이 보유한 회사는 상장사 9곳과 비상장사 72곳이다.
특히 비상장기업의 경우 자녀세대 지배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이 매우 높았다. 부모세대가 지분을 많이 소유한 회사는 계열사 의존도가 7.4%에 그친 반면 자녀세대가 지분을 많이 보유한 기업은 25.5%로 3배 이상 높았다.
그룹별로 한진그룹의 자녀세대 회사 계열사 의존도가 73.6%로 가장 높았다. 태광그룹이 59.2%로 두번째, 한국타이어가 58.9%로 세번째였다.
두산그룹이 58.1%, 한화그룹이 53.3%, GS그룹이 49.6%, 하이트진로가 33.2%, CJ그룹이 29.4%로 그 뒤를 이었다.
공정위는 지난해부터 한진과 현대그룹, 하이트진로, 한화그룹 CJ그룹 등 5개 대기업 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공정위 사무처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자녀인 조원태 대한한공 총괄부사장과 조현아 전 대한한공 부사장에 대한 검찰고발 방안을 포함한 심사보고서를 6월 전원회의에 상정했다. 심사보고서에는 일감몰아주기 혐의와 관련해 대한항공을 고발하는 방안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트진로도 공정위의 조사를 받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계열사인 서영이앤티는 지난해 매출 759억 원의 33.2%인 252억 원을 계열사 내부거래를 통해 올렸다. 이 회사는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과 장남인 박태영 하이트진로 부사장, 차남인 박재홍씨가 지분 99.91%를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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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왼쪽)과 김동철 의원. |
공정위가 발표한 ‘2016년도 대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에 따르면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 회사의 내부거래 금액은 올해 8조9천억 원으로 규제가 도입된 2014년에 비해 오히려 1조 원이 늘었고 내부거래 비율도 12.1%로 0.7%포인트 높아졌다.
일감몰아주기 규제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야권은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8월 계열회사 지분요건을 상장·비상장 구분없이 20%로 강화해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동철 국민의당 의원도 6월 지분요건을 10%로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채 의원은 “현행법상 규제대상이 너무 협소할 뿐만 아니라 상장사와 비상장사를 차등규제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역시 4월 총선에서 총수일가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를 약속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