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제2롯데월드, 롯데홈쇼핑 뇌물사건 등 계속되는 외풍을 막기 위해 소진세 롯데슈퍼·코리아세븐 총괄사장에게 소방수 역할을 맡겼다.
그룹 정책본부 아래 커뮤니케이션실이 있는데도 별도로 대외협력단을 꾸리고 소 사장에게 그 책임을 안겼다. 소 사장은 꼬일대로 꼬여있는 제2롯데월드 임시개장 문제부터 풀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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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진세 롯데그룹 대외협력단장 |
롯데그룹은 8일 정책본부 아래에 대외협력단을 신설하고 소진세 총괄사장을 대외협력단장으로 겸임 발령했다.
소 사장은 앞으로 롯데그룹 전체의 대외업무를 총괄 지휘하게 됐다. 소 사장의 지휘 아래 롯데그룹은 정부와 언론 등 외부와 소통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나간다.
소 사장은 대외협력단을 비롯해 기존 커뮤니케이션실도 함께 관장할 것으로 보인다.
소 사장은 1977년 롯데쇼핑에 입사해 롯데슈퍼부문을 크게 성장시키고 롯데슈퍼와 코리아세븐 대표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롯데그룹의 핵심계열사인 롯데쇼핑 대표 후보로 꾸준히 거명될 정도로 그룹 내에서 위상이 높았다.
그러나 2012년 대기업의 골목상권 논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신동빈 회장이 국정감사 증인출석을 요구받는 일이 발생하면서 지난 1월 정기인사에서 사실상 일선후퇴했다.
소 사장은 당시 롯데슈퍼와 코리아세븐 총괄사장을 맡아 외형적으로 승진한 것처럼 보였으나 두 회사의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고 대외업무만 맡는 것으로 정리돼 날개가 꺾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소 사장이 이번에 대외협력단장을 맡은 것은 신동빈 회장이 소 사장의 추진력과 넓은 대외인맥이 필요한 시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지난 1월 정기인사에서 커뮤니케이션실을 신설하고 대홍기획 대표이사였던 최종원 부사장에게 책임을 맡겼다. 신동빈 회장은 당시 잇단 세무조사와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 등을 겪으면서 대외협력을 관장할 그룹 차원의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보고 커뮤니케이션실 신설을 직접 지시했다.
하지만 롯데홈쇼핑 뇌물사건이 터진데다 제2롯데월드를 둘러싼 안전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롯데그룹은 뭇매를 맞고 있다. 특히 제2롯데월드는 임시개장이 물건너가는 등 그룹의 숙원사업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이런 상황에서 대외협력 업무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커뮤니케이션실이 그동안 주요 현안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커뮤니케이션실을 담당하던 최종원 부사장은 얼마 전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휴직에 들어갔다.
롯데그룹의 한 관계자는 “전부터 대외업무를 강화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는데 소진세 사장이 인맥이나 대외활동 능력 등에서 적임자라고 판단해 대외협력단을 맡겼다”고 말했다.
소 사장은 최우선적으로 제2롯데월드 임시개장을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롯데그룹은 월드타워와 별개로 롯데월드몰 3동에 대한 공사를 마치고 개장을 위한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석촌호수 물이 줄고 주변 도로에 땅이 꺼지는 현상이 생겨나면서 안전논란이 일어 두달째 개장을 못하고 있다.
소 사장은 대구고 출신으로 박근혜 정부의 실세인 최경환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임환수 국세청장 후보자와 동문이다. 소 사장은 최 부총리와 임 후보자보다 각각 6년, 12년 선배다.
박근혜 정부 들어 대구고 인맥이 부상하는 점을 들어 롯데그룹 안팎에서 대구고 출신인 소 사장이 제2롯데월드 등 주요 현안을 풀어나갈 것을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