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VIEW] 서울 아파트 시장 추세전환인가, 일시적 반등인가?](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406/20240611162049_125106.jpg)
▲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 활기를 띄는 모양새지만 추세적 상승세 전환인지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시각이 나온다. 사진은 서울 시내 부동산중개업소에 매물정보 모습. <연합뉴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서울 아파트 시장이 추세적으로 상승할 것인지 아니면 일시적 반등에 불과한 지에 모이고 있다.
거래량 증가세가 미미하다는 점, 지방은 대세하락 추세에서 미동도 하고 있지 않다는 점, 소득·금리 등 부동산 시장 가격을 큰 틀에서 규율하는 거시지표들이 가격 상승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상반기 서울 아파트 시장의 상승세는 일시적 반등으로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 기력을 차린 서울 아파트 시장?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두 달 연속 4천 건을 돌파하며 다소 활기를 찾는 양상이다. 서울 부동산정보 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3월 4217건, 4월 4360건을 각각 기록했다. 5월 거래량도 현재의 추세를 보면 4천 건 돌파(6월 10일 기준 3441건)가 유력하다.
물론 기존 서울 아파트 월별 평균 거래수준인 5천~6천 건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1천~2천 건대를 찍던 최악의 거래절벽 국면은 일단 지나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가격 회복세도 완연하다. 심지어 특정 부동산정보업체에선 강남·서초·용산 등 서울 랜드마크 지역의 아파트들이 전고점 대비 98~99%까지 회복했다고 발표하기도했다. 물론 특정 부동산정보업체의 발표이니만큼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는 있다.
이제 관건은 서울 아파트 시장이 하락장에서 상승장으로 추세전환을 한 것인지, 아니면 하락장 속에서 일시적 반등을 한 것인지 여부다.
◆ 서울만 온기가 돌고 지방은 냉골
지방의 상황을 보면 서울 아파트 시장이 추세적 상승을 이어갈 에너지가 부족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부동산원의 자료를 살펴보면 6월 첫 주 5대 광역시 아파트 매매가가 0.04% 하락하며 전주보다 하락 폭을 0.01%p(포인트) 키웠다. 세종시도 매물 적체가 지속되며 0.08% 내렸다.
구축 아파트 시장만 얼어붙은 것이 아니다. 분양시장에서도 지방은 빙하기다. 지난달 31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4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전국의 미분양 주택이 7만호(7만1997호)를 넘어섰는데 이는 한 달 전 (6만4964호)보다 무려 10.8%증가한 수치다. 미분양 물량 대부분이 지방에서 발생했다.
또한 악성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이 늘어나는 점도 우려할 만한 요소다.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지난달 1만2968가구로 전월보다 6.3%(744가구) 증가했는데 이 역시 대부분 지방에서 발생했다.
한 마디로 정리하면 서울만 조금 기력을 찾고 있는데 지방은 여전히 빈사상태로 볼 수 있다.
◆ 지방의 에너지를 빨아들이고 있는 서울 아파트 시장
지방의 부동산 시장은 빙하기를 방불케 하는데 서울 아파트 시장은 기력을 회복한 것처럼 보이는 비밀의 실마리는 다름 아닌 지방에서 온 서울원정대(?)에서 찾을 수 있다.
6일 한국부동산원 ‘월별 매입자 거주지별 아파트 거래’ 통계 분석 결과를 보면 4월 기준 서울의 지방 투자자(외지인) 비중은 21.9%로 집계됐다. 서울 아파트 거래 중 지방 투자자 비중은 2월을 기점으로 20%선을 웃돌고 있다. 이 비중은 지난해 말 17.1%에 머물렀다. 올해 1월에도 17.4%로 지난해 말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하지만 2월 지방 투자자 비중이 21.6%로 상승한 뒤 3월 22.3%까지 높아졌다. 4월은 전월 대비 소폭 지방 투자자 비중이 줄었지만 지난해 12월과 비교하면 여전히 4.7%포인트(p) 높은 수준이다.
서울 내 지역별 지방 투자자 비중은 외곽지역보다 핵심지역 위주로 늘었다.
용산구는 지난 1월 지방 투자자 비중이 20.0%였지만, 4월에는 29.4%까지 높아졌다. 성동구 역시 1월 18.4% 수준에서 4월 26.0%로 7.6%p 상승했다. 강남 3구는 지역별로 지방 투자자 매수 움직임이 달랐다. 서초구는 1월 24.3%에서 4월 17.9%로 줄었지만, 강남구와 송파구는 4월 각각 22.0%와 26.2%로 1월보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건 서울에 거주하는 투자자들의 지방 아파트 쇼핑은 오히려 줄고 있다는 사실이다. 올 상반기 서울 아파트 시장의 회복세는 지방 투자자들의 서울 아파트 매수세에도 상당 부분 힘입고 있는 것이 명확한데 시장에 겨우 남아 있는 에너지를 모두 끌어다 서울에 퍼붓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 실질가처분소득이 줄고 금리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
서울 아파트 시장의 추세적 상승을 점치기 어려운 까닭 중 하나가 부동산 시장 가격을 큰 틀에서 규정짓는 거시지표들이 가격 상승에 우호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실질가처분소득이 감소하고 있다.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은은 최근 국내총생산(GDP) 산출 시 쓰는 기준 연도를 2015년에서 2020년으로 개편하면서 가계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실질 가계총처분가능소득(PGDI)'의 2000~2023년 집계치를 처음으로 내놨다.
가계총처분가능소득은 세금, 사회보험료, 대출 이자 등을 제외하고 가계가 소비 지출에 쓸 수 있는 금액이다. 한은은 지금까지 물가 변동 폭을 고려하지 않은 명목 지표만 공개했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민간 소비 부문의 물가 변동 폭을 제거한 실질 지표를 발표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PGDI(명목기준)는 2545만 원으로 1년간 2% 증가했다. 다만 한은이 처음 공개한 1인당 실질 PGDI는 2301만 원으로 전년 대비 1.2% 감소했다.
실질 PGDI 감소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4%) 이후 처음이다. 물가상승률과 이자부담을 소득증가가 따라가지 못한 것인데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상황이 더 심각한 건 소득감소세가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23일 통계청이 발표한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 자료를 보면, 올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12만2000원으로 전년 동분기 대비 1.4% 증가했다.
하지만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소득은 마이너스 성장했다. 올 1분기 실질소득은 전년 동분기 대비 1.6% 감소했는데 이는 2017년 1분기(-2.5%)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세다.
특히 충격적인 건 소득의 대부분을 이루는 실질근로소득 성장률이 –3.9%에 그쳤다는 사실이다. 실질근로소득 성장률은 2006년(1인 가구 포함) 관련 통계 작성 이래 1분기 기준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실질가처분소득 혹은 실질소득이 감소한다는 건 실로 놀라운 일인데 부동산 시장에는 분명한 악재다. 이에 더해 여전히 시장금리는 레버리지를 일으켜 부동산을 매입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수준이며 금리 인하 시점도 현재로선 예측하기 어렵다.
더구나 폭발 직전의 가계부채 상태를 감안할 때 윤석열 정부가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 더 이상의 정책금융을 동원하기도 여의치 않다.
정리하면 상반기 서울 아파트 상승의 양과 질, 부동산 시장 가격을 큰 틀에서 규율하는 소득 및 금리 등의 거시지표 등을 볼 때 서울 아파트 가격의 추세적 상승은 힘겹게 느껴진다.
레거시 미디어들의 경마장식 보도로부터 한 발 떨어져서 시장을 냉정하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은 땅을 둘러싼 욕망과 갈등을 넘어설 수 있는 토지정의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투기공화국의 풍경’을 썼고 ‘토지정의, 대한민국을 살린다’ ‘헨리 조지와 지대개혁’을 함께 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