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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가 대기업과 재판에서 줄줄이 지는 까닭

고진영 기자 lanique@businesspost.co.kr 2016-09-19 17:3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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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형사건에서 줄줄이 패소하며 체면을 구기고 있다.

공정위는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패소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받아온 공정위 퇴직자의 법무법인 취업 문제는 손대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대기업과 재판에서 줄줄이 지는 까닭  
▲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
19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승소율을 높이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 시행에 들어갔다.

우선 법원의 공판 준비기일을 본떠 심의준비 절차를 도입했다. 본격 심의에 앞서 공정위 심사관과 피심인이 미리 만나 사건을 충분히 논의하고 사실관계와 쟁점 등을 명확하게 정리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사건 심사보고서를 작성한 실무자의 소송 대응책임도 강화했다.

기존에는 사건 심사보고서를 작성한 실무자가 소송대응에 참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 중요 사건에 대해서는 실무자를 소송 공동수행자로 지정하고 소송 전 과정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도록 하기로 했다.

이번 대책 마련은 대형사건의 패소와 과징금 환급 등이 잇따르면서 정치권과 시민단체로부터 비판이 이어진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패소의 주요인으로 끊임없이 지적받아온 전관예우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비판은 계속 나올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최근 패소율이 급증했다. 2012년 4.4%에 불과했지만 2013년 6.5%, 2014년 16.8%, 지난해 15.8%로 급증했다. 6건당 1건꼴로 패소하고 있는 셈이다.

과징금을 부과했다가 기업의 불복소송에 패소해 다시 돌려준 환급액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과징금 규모는 2012년 130억 4900만 원이었지만 2013년 302억6400만 원, 2014년 2518억5천만 원으로 계속 늘어나 2015년에는 3438억3200만 원에 이르렀다.

그러나 대형사건 패소에 따른 과징금 환급은 올해도 계속됐다. 지난해 말 농심과 라면값 담합 소송에서 패소해 1080억 원의 과징금을 올해 초 돌려줬다. 3월에는 SK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소송에서 패소해 347억 원의 과징금 납부명령이 취소되기도 했다.

환급액에는 과징금뿐 아니라 이자 개념인 환급 가산금리도 포함되는데 공정위는 최근 5년 동안 970억 원을 가산급으로 지급했다. 이 때문에 공정위의 부실한 조사로 국민 세금이 낭비되고 있다는 소리까지 나온다.

공정위의 이런 패소에는 전관예우가 자리잡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월 기준 공정위에서 퇴직하거나 공정위 민간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인사 63명이 김앤장과 율촌, 태평양 등 국내 10대 법무법인에서 공정거래 담당변호사나 고문 등으로 일하고 있다.

공정위 퇴직자의 법무법인 등 관련업계 취업 자체가 공직에서 쌓은 경험을 부당하게 이용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신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정위 퇴직자들이 대형 법무법인에 포진해 맥을 못추는 상황”이라며 “공무원으로 재직하며 형성한 공적 네트워크를 대형 법무법인에 재취업해 사적으로 쓰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공정위가 내놓은 ‘최근 5년간 행정처분 관련 소송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5년 동안 10대 법무법인은 공정위 상대 기업소송의 74%를 맡았다. 10대 법무법인을 상대로 한 공정위의 패소율은 18.7%에 이르는 반면 10대 법무법인이 담당하지 않은 사건의 패소율은 4.8%에 그쳤다.

또 2006년부터 2013년까지 확정된 394건의 판결 가운데 패소사건들의 원고 측 법률대리인은 김앤장이 53건으로 42.4%, 율촌이 19건으로 15.2%, 태평양이 18건으로 14.4%를 차지했다.

  공정위가 대기업과 재판에서 줄줄이 지는 까닭  
▲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미국과 일본 등은 관료 출신이 퇴직 후 기존 직무와 연관된 업무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공직자윤리법상 4급 이상의 공무원은 퇴직 뒤 소속부처 업무와 관련성이 있는 기관에 취업이 3년 동안 금지된다. 그러나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승인이 있으면 예외로 하고 있어 사실상 사문화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정위가 제출한 ‘2012∼2016년 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 심사 통과자 현황’에 따르면 취업 심사를 통과한 공정위 출신 4급 이상 퇴직자 20명 가운데 20%인 4명이 김앤장, 태평양, 바른, 광장 등 대형 법무법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삼성카드, 기아자동차, 현대건설, GS리테일 등 대기업에 재취업한 사람도 13명(65%)이었다.

김해영 더민주 의원은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감시하는 공정위 공직자들이 관련업계로 재취업하는 행태는 노골적으로 대기업의 방패막이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제한심사제도의 실효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도 “공정위 퇴직자가 대기업이나 대형 법무법인에 재취업하는 것이 ‘공피아‘ 전관예우를 조장한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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