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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최경환 경제부총리 등장 이후 주식시장이 꿈틀거리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41조 원 가량의 재정확대 정책과 함께 사내유보금 과세 등을 들고 나오자 코스피지수가 박스권 탈출에 성공했다.
코스피 지수는 29일 2061.97로 장을 마감하며 3년 만에 2060선을 돌파했다. 2011년 8월 3일 2066.26을 기록한 이후 처음이다.
그 동안 코스피지수는 2000을 기준으로 1850-2050 사이에서 박스권을 형성하며 오르내림을 반복했다. 박스권 탈출은 국내기업의 배당성향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최 부총리의 생각대로 국내기업들의 배당확대가 실현되면 국내기업들은 국제시장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기업들이 국제시장에서 실제 가치보다 낮게 평가돼 온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의 핵심이유로 낮은 배당성향이 꼽혔기 때문이다.
마크 모비우스 프랭클린템플턴 신흥시장그룹 회장은 “한국은 대기업들도 배당을 잘하지 않는다”며 “한국 주식이 제대로 된 값을 받지 못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한 요인 중 하나가 낮은 배당”이라고 강조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한국기업들이 시장에서 지리적 이유와 경제상황의 불확실성 등에 의해 원래 가치보다 낮게 평가 받는 것을 의미한다.
◆ 배당확대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기대감
배당과 주가가 어떤 관계에 있기에 배당이 주가 상승을 이끌며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핵심요소로 거론되고 있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주가가 상승하면 배당이 늘고 배당이 늘면 주가가 상승하는 선순환고리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기업의 이익이 늘면 주가가 상승하고 이익이 늘어난 만큼 배당금이 늘어나며 또 배당금이 늘어나면 주주들은 그 주식을 더 매입할 것이란 논리다.
국내주식시장에서 주가 상승률이 높았던 상장기업은 시장에서 고배당주로 알려진 기업들이 대부분이었다.
증권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지난 6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2013년 배당수익률 상위기업 각 20개씩, 40 기업을 대상으로 지난 6월10일 종가기준으로 주가를 분석했다. 그 결과 33기업의 주가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 20개 가운데 18 기업 주가가 상승했다. 이 기업들의 평균 주가상승률은 27.0%를 기록했다.
코스닥도 같은 기간 배당 상위기업 20개 가운데 15개 기업의 주가가 올랐다. 평균 주가상승률은 13.2%를 기록했다.
이는 특히 삼성전자의 배당정책에 더욱 관심을 쏠리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저평가된 대표적 기업 중 한 곳이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23일 삼성전자가 배당수익률을 1% 늘리면 주가가 최대 40% 가량 오를 것으로 분석했다. 이렇게 되면 삼성전자 주가가 100만 원대를 벗어나 200만 원을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은성민 메리츠종금증권 센터장은 "배당률이나 배당성향을 조금만 높이면 기업가치를 저평가 하는 요인이 해소돼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배당 늘리면 가계소득도 올라갈까
최경환 부총리의 사내유보금 과세 등 배당확대 정책이 주식시장에서 뜨거운 반응을 끌어내고 있지만 한편에서 과연 배당확대로 가계에 돈이 유입될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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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하준 케임브리지대학교 교수 |
장하준 케임브리지대학 교수는 지난 28일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최경환 부총리의 배당확대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장 교수는 “기업이 거둬들인 이윤을 투자로 이끌거나 임금을 올리게 하려는 것은 좋지만 배당은 돈을 가계로 흘러들어가게 해 내수시장이 잘 돌게 하자는 정책의도와 맞지 않는 것 같다”며 “배당하게 되면 국내주식 30%를 외국인이 소유하고 있고 개인투자자들은 10%밖에 안 돼 국내에서 돈이 가계로 유입될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외국 투자자를 중심으로 배당을 늘리라는 압박이 높아지고 있는데 그걸 더 장려하는 것이 한국 경제에 좋은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돈을 진짜 시장에 풀고자 한다면 임금을 올려 가계주체들에게 현금을 쥐어주든지 투자하게 유도해야 하는데 왜 기업소득환류세제에 배당을 포함시켰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배당금이 실제 가계로 유입되는 돈이 많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런 지적은 넓게 나온다.
이한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개인주주의 지분률이 평균적으로 20%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배당해도 내수진작 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승재 경북대 교수도 "배당은 10만주, 100만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만 혜택이 돌아간다"며 "가계소득 증가로 소비를 늘려 내수를 활성화한다고 하는데 과연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전망했다.
일부 인사들은 기업들이 돈을 쌓아놓는 것이 문제라면 투자를 활성화하고 투자를 통해 일자리를 늘리도록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것이 가계소득에 도움이 된다고 지적한다. 또 임금 인상분이 곧바로 소비로 이어지도록 하자면 최저임금 인상 등을 내놓는 것이 훨씬 내수경기 부양에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한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도 “가계소득 증대의 핵심은 노동소득분배율의 향상”이라며 “사내유보금의 환류를 도모하기 이전에 임금인상을 장려하여 사내유보금 자체를 줄이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