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증권사들이 부동산금융시장에서 생존의 기로에 서있다.
중소형 증권사들은 비교적 적은 자본을 투자해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주요한 수익원으로 삼는다.
그러나 대형 증권사들이 최근 부동산금융사업을 잇달아 강화하면서 중소형 증권사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 중소형 증권사의 먹거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중소형 증권사들은 전체 사업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을 비롯한 여러 부동산금융의 비중을 높이고 있다.
|
|
|
▲ 최석종 KTB투자증권 사장. |
최석종 KTB투자증권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KTB투자증권은 대형 증권사와 직접 경쟁하기 힘들다”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등 틈새시장을 공략해 수익모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은 부동산개발사업의 미래 수익을 담보로 건설사에 돈을 빌려주거나 대출을 주선하는 사업을 뜻한다. 신용등급이 낮은 시행사나 건설사의 신용을 증권사에서 대신 보강하고 수수료를 챙기는 것도 포함된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은 부동산매입이나 펀드 조성처럼 많은 자기자본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수수료율도 2015년 기준 1건당 1~3%로 회사채발행 수수료율 0.04%보다 훨씬 높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소형 증권사들은 주식위탁매매(브로커리지)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만 국내 증시가 박스권에 머무르고 있어 수익도 제한적인 상황”이라며 “비교적 적은 자본으로 많은 수익을 내는 투자금융(IB)사업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의 비중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교보증권뿐 아니라 HMC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등은 2015년에 영업이익의 20~50%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부문에서 냈다.
중소형 증권사들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과 연계한 구조화금융에서도 성과를 냈다. 구조화금융은 예금이나 대출채권 등을 유동화하는 사업이다.
예컨대 증권사는 부동산 개발사업의 미래 수익을 담보로 건설사에 돈을 빌려주는 프로젝트파이낸싱 프로젝트 자체를 채권으로 유동화하고 신용을 보강해 수수료이익을 늘릴 수 있다.
교보증권은 1분기에 215억 원을 냈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1% 증가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과 구조화금융 부문의 수익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다른 증권사들은 대부분 지난해 상반기의 증시 호황에 따른 기저효과로 1분기 순이익이 감소했다.
◆ 부동산투자에서도 대형 증권사에 밀리나
중소형 증권사들은 최근 들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시장에서 대형 증권사들과 경쟁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대형 증권사들도 증시의 변동성에 영향을 많이 받는 주식위탁매매 대신 투자금융을 강화하고 있는데 특히 수익성 높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사업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
|
|
|
▲ 임태순 LIG투자증권 사장. |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올해 초에 투자금융(IB)그룹을 신설하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전문가인 김성환 전무를 그룹장으로 선임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상반기에 투자금융부문에서 영업수익 1천억 원을 벌었는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에서 전체 영업수익의 절반인 500억 원을 냈다.
현대증권은 6월에 서울 용산4구역 재개발을 위한 4천억 원 규모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주관사로 HMC투자증권과 함께 이름을 올렸다.
삼성증권조차도 2015년에 GS건설에서 진행하던 도시정비사업의 프로젝트파이낸싱을 맡기도 했다. 자산관리(WM)에만 집중하던 노선을 일정 부분 포기한 셈이다.
금융위원회가 최근 초대형 투자금융(IB)회사 육성방안을 내놓으면서 중소형 증권사들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을 포함한 전체 부동산금융시장에서 더욱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자기자본 3조 원 이상을 보유한 대형 증권사들은 자기자본의 100%까지 기업 신용공여를 확대할 수 있다. 이 한도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에 대한 지급보증과 매입약정도 포함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중소형 증권사의 신용공여 한도는 개인고객 등 일반 신용공여와 기업 신용공여를 합쳐 자기자본의 100%”라며 “대형 증권사가 막대한 자기자본와 규제완화 효과를 기반으로 관련 영업을 강화할 경우 중소형 증권사는 제대로 대항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중소형 증권사들 사이에서 최근 투자금융 관련 인력들이 활발하게 이동하고 있는데 부동산금융 분야에서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최석종 사장은 전직 교보증권 IB본부장 출신인데 KTB투자증권 사장으로 선임될 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에서 좋은 실적을 냈던 교보증권 투자금융부 인력 30여 명과 한꺼번에 자리를 옮겼다.
일부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을 대체할 다른 특화분야를 찾고 있다.
임태순 LIG투자증권 사장은 “LIG투자증권은 프라이빗에쿼티(PE) 기능을 강화하는 데 힘쓰겠다”고 밝혔다. 프라이빗에쿼티는 투자자들에게 자금을 조달해서 사모펀드를 조성한 뒤 기업 지분·부실채권 등에 투자해 가치를 끌어올리고 되팔아 차익을 남기는 투자방식이다.
김해준 교보증권 사장은 항공기금융 관련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교보증권은 최근 1년 동안 대형 증권사들을 제치고 항공기 5대에 대해 1조1127억 원을 투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