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앞두고 삼성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작업에 다시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지배구조 개편의 중심에 선 계열사가 기업가치 상승효과를 얻을 것으로 분석됐다.
|
|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19일 “삼성그룹은 2013년부터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하는 지배구조 전환의 사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능력에 대한 신뢰를 얻는다면 경영권 승계가 가시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그룹은 삼성물산을 실질적 지주사로 두고 삼성전자가 중심이 되는 전자계열사, 삼성생명을 금융지주사로 둔 금융계열사의 수직계열화 구조를 갖추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그룹은 이런 지배구조를 효율적으로 완성하기 위해 화학과 방산 등 비주력 계열사를 매각하며 사업영역을 정리하고 있다. 한때 광고계열사인 제일기획 매각도 추진했다.
이 연구원은 “이런 조직개편은 삼성그룹의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하고 시장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이 부회장의 리더십을 보여주는 효과도 있다”며 “신수종사업에 역량을 더 집중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지배구조 개편에서 가장 큰 과제는 삼성물산이 삼성전자의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라고 이 연구원은 파악했다.
이렇게 해야 삼성전자의 지분이 적은 이재용 부회장 등 오너일가가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그룹에 지배권을 확립하며 이건희 회장 이후 후계구도를 안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삼성생명이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해 투자부문을 금융지주사로 전환하는 작업이 가장 먼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생명은 계열사가 보유한 지분만 매입해도 금융지주사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
다음 수순은 삼성전자를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한 뒤 투자회사가 사업부문을 자회사로 편입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삼성전자 투자회사의 경우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어진다. 삼성그룹 오너일가가 삼성전자 투자회사의 공개매수를 통한 현물출자에 참여하면 삼성전자 투자회사의 지분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투자부문과 합병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삼성물산도 삼성전자의 지분율을 크게 높일 수 있어 견고한 지배구조체제를 갖출 수 있게 된다.
이 연구원은 삼성물산과 삼성생명, 삼성전자 등 지배구조 개편의 중심에 놓인 계열사가 모두 수혜를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물산은 삼성그룹 지주사로 기업가치를 높일뿐 아니라 브랜드 사용료와 배당수익이 크게 늘어 수혜를 보게 된다.
삼성생명의 경우 금융지주사로 전환하면 보유한 금융계열사의 지분가치가 높아지는 효과가 예상된다. 또 금융지주사 요건을 충족하려면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활용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투자회사와 분할된 사업회사가 기업가치를 재평가받을 계기를 마련할 수 있고 배당성향도 높일 수 있는 여력이 생겨 주가의 추가적인 상승을 이끌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 부회장 등 오너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삼성SDS도 물류부문과 IT사업부문의 인적분할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향후 지배구조 개편에 수혜를 볼 것으로 꼽혔다.
이 연구원은 삼성SDS가 인적분할한 뒤 삼성물산과 삼성전자가 각각 보유한 지분을 맞바꿔 삼성전자는 IT서비스부문의, 삼성물산은 물류사업부문의 지분율을 높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 경우 물류사업부문은 삼성물산 상사부문과 시너지를 내며 그룹 내 물류에 대한 비중을 높이기 수월해진다. IT서비스부문은 클라우드와 사물인터넷 등 솔루션 신사업에서 삼성전자와 협력을 확대해 성장성을 높일 수 있다.
이 연구원은 “삼성그룹의 이 부회장 등 3세 경영이 정착하기 위해서는 그룹 내 계열사들의 신사업 성장이 중요하다”며 “주요 계열사가 지배구조 개편에 수혜를 입으며 긍정적 효과를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