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이 구독형 서비스를 확대해 TV사업의 수익성 개선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전자업계 일부에선 구독형 서비스가 확대될수록 소비자들이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조 사장은 스마트TV에 탑재된 플랫폼 웹OS를 통해 제공되는 콘텐츠를 강화하고 편의성을 높여 충성고객을 확보할 방안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이 TV사업에 구독형 서비스를 접목해 수익성을 개선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조 사장이 지난 12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비전을 발표하는 모습. < LG전자 >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불황에 따른 수요 부진의 영향으로 TV사업을 담당하는 H&E사업본부의 수익성이 지난해부터 저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H&E사업본부는 2021년만 해도 연간 영업이익률이 6.4%로 전사 평균 5.5%를 넘겼다. 하지만 그 뒤 지난해와 올해 1분기까지 매분기마다 전체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영업이익률을 나타내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H&E사업부가 2023년 연간 영업이익률 3.5%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올해 LG전자 전체 사업 영업이익률 평균 전망치인 5.2%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LG전자의 TV사업을 두고 시장의 우려가 크다”고 바라봤다.
조 사장은 2030년까지 LG전자의 전체 영업이익률 7% 달성을 목표로 내걸었다. 이를 위해 평균에 못 미치는 H&E사업부 수익성을 높여야 할 필요성이 크다
이에 조 사장은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TV사업의 수익성 확대를 위해 구독형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조 사장은 12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사업구조를 혁신할 것"이라며 "그 일환으로 구독형 서비스를 강화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구독형 서비스는 기업이 고객에게 주기적으로 이용료를 받고 제품이나 서비스 혜택을 제공하는 사업방식을 뜻한다.
조 사장은 TV제품에 유료 부가서비스를 결합해 추가적 수익을 얻는 방식으로 구독형 서비스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TV사업에 결합되는 구독형 서비스는 LG전자의 스마트TV 지원 플랫폼인 웹OS를 통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는 뉴스룸을 통해 "전세계 2억 대 이상의 스마트TV에 깔린 웹OS를 바탕으로 서비스와 콘텐츠, 광고 사업을 결부시켜 TV 사업 포트폴리오를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서비스 제공자'로 탈바꿈시키겠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웹OS를 통해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와 온라인 동영상 구독서비스(OTT)를 제공하고 있다.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는 고객이 정기적으로 요금을 내면 기업이 구축한 클라우드 서버를 통해 게임 서비스를 제공받는 기술을 말한다. 고객은 웹OS를 통해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에 접속하면 별도의 컴퓨터나 게임기 없이 스마트TV만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LG전자는 올해 빠르게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LG전자는 1월 개최된 ‘CES 2023’에서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제공자 부스터로이드와 파트너십을 맺었으며 아마존닷컴의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인 ‘아마존 루나’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OTT사업도 확장하고 있다. LG전자는 CES 2023에서 글로벌 콘텐츠 제공 업체 파라마운트와의 협력 소식을 전하는 등 OTT업체와의 파트너십을 넓히고 있다.
이런 구독형 서비스는 안정적이고 장기적 이익창출력을 바탕으로 LG전자 TV사업의 수익성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IBM연구소는 “구독형 서비스 전략을 통해 예측 가능한 수익원과 더 높은 부가가치원을 확보함으로써 경기침체기에도 사업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짚었다.
▲ LG전자는 연매출 2022년 65조원에서 2030년 100조원까지 성장하는 데 더해 연평균 성장률 7% 이상, 영업이익률 7% 이상, 기업가치(EV/EBITDA 멀티플) 7배 이상 등 '트리플 7'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 LG전자 >
다만 전자업계에서는 LG전자의 구독형 서비스 확대 전략에 고객이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IT전문지 더버지는 “구독형 서비스 확대라는 LG전자의 최근 전략 변화를 소비자가 횐영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어렵다”며 “IT업계에선 최근 몇 년 동안 꾸준한 구독형 서비스 확대로 ‘구독 피로’에 대한 우려가 촉발되고 있다”고 바라봤다.
구독 피로란 구독형 서비스가 여러 사업분야에 확산되면서 정기적으로 결제하는 비용이 늘어 소비자들이 부담을 느끼는 현상을 말한다. LG전자가 TV사업에서도 구독형 서비스를 도입하는데 고객이 느끼는 구독피로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놓고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 일부 언론들이 LG전자가 장기 성장 전략으로 내세운 방안 가운데 하나인 구독형 서비스 확대를 두고 지나친 우려를 표현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이 관계자는 “LG전자는 구독형 서비스가 확장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성장방안 가운데 하나로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미국의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주오라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11년 동안 구독형 서비스 기반 회사는 S&P500 일반 상장기업보다 3.7배 더 빠르게 매출이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브스도 맥킨지 연구자료를 인용해 고객들은 구독형 서비스에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다만 포브스는 구독형 서비스 성공을 위한 전제 조건으로 △고객에게 더 많은 편의를 제공할 것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것 △고객 충성도를 얻을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할 것 등을 제시했다.
이는 조 사장이 평소 강조하는 ‘고객경험’과도 맞닿아 있는 것으로 읽힌다. LG전자는 웹OS를 통해 개인의 취향과 생활방식에 맞춘 시청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웹OS는 시청이력을 기반으로 채널을 추천해주고 화질 등 시청자가 선호하는 화면설정을 자동으로 편성해준다. 웹OS는 고객편의를 도모하면서 동시에 고객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조 사장은 웹OS 생태계 구축에도 힘쓰고 있다. 조 사장은 웹OS 생태계 확장을 위해 웹OS 기반 스트리밍 서비스인 LG채널의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5년동안 1조 원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런 조 사장의 고객맞춤 및 고객접점 확대 전략은 충성고객 확보 전략이기도 하지만 소비자의 구독피로를 줄여 구독형 서비스 확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TV사업 구독형 서비스 확대를 위해 헬스케어, 스포츠, 영화 등 고객맞춤 및 고객접점 확대를 위한 콘텐츠를 추가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IT전문 매체 더레지스터는 “LG전자는 구독형 서비스와 관련한 일부 논란에 흔들리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구독형 서비스를 포함한 LG전자의 논하드웨어 사업모델(Non-HW) 혁신 같은 미래전략은 적자 사업인 휴대폰과 태양광 패널 사업을 대담하게 접은 뒤에 고성장분야에 집중하기 위해 나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바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