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쏘나타가 미국 충돌안전성 평가에서 현대자동차 자체 평가 결과보다 낮은 안전등급을 받았다.
현대차는 그동안 신형 쏘나타 마케팅에서 안전을 매우 강조해왔던 터라 소비자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현대차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미국에서 좋은 등급을 받은 제네시스를 놓고 직접 충돌시연을 하는 등 안전등급과 관련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 알쏭달쏭한 신형 쏘나타의 안전등급
2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는 최근 현대차의 신형 쏘나타에 대한 스몰오버랩 충돌평가에서 ‘적합’(ACCEPTABLE) 등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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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
현대차가 지난 3월 신형 쏘나타를 공개하면서 자체 평가결과 IIHS의 스몰오버랩 평가에서 최고등급인 ‘우수’(GOOD) 등급에 해당한다고 밝힌 것과 다른 결과다. 적합등급은 우수등급보다 한 단계 낮은 등급이다.
스몰오버랩 평가는 64㎞/h의 속도로 운행중인 차량의 운전석 앞부분을 1.5m 높이의 단단한 벽에 부딪히게 해 충돌 안전성을 확인하는 평가다. IIHS 평가 중 특히 까다로운 평가로 꼽힌다.
현대차는 지난 3월 신형 쏘나타 시승회에서 스몰오버랩 평가를 직접 시연해 보이기도 했다. 당시 충돌평가를 마친 차량과 더미(차량 충돌 테스트용 인형모형)가 공개됐다. 차량 앞부분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찌그러졌지만 더미의 외형은 비교적 양호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IIHS와 동일한 조건으로 차를 충돌시키며 테스트했다”며 “실제 IIHS 평가에서도 우수등급을 받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IIHS가 공개한 신형 쏘나타의 스몰오버랩 평가 영상에 충돌 때 더미의 머리와 목 부분이 앞으로 심하게 밀렸고 몸통 에어백과 커튼 에어백 사이로 들어가 운전대에 충돌하는 장면이 담겨있다. 이 때문에 IIHS는 스몰오버랩 평가에서 신형 쏘나타에 적합등급을 매겼다.
현대차 자체 평가결과와 실제 IIHS 평가결과가 다르게 나온 것도 문제지만 현대차가 자체 평가결과를 IIHS 평가결과인 것처럼 오해를 살 수 있도록 신형 쏘나타 마케팅에서 강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현대차는 신형 쏘나타 시승회에서 스몰오버랩 자체 평가결과를 공개한 뒤 경쟁차종인 폭스바겐 파사트와 도요타 캠리 등을 거론하며 이들 차종보다 신형 쏘나타의 충돌 안전성이 더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파사트와 캠리는 IIHS 스몰오버랩 평가에서 적합등급을 받았다.
현대차는 4월 쏘나타 동호회 및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개최한 시승회에서도 신형 쏘나타가 스몰오버랩 평가에서 우수등급을 받았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 초고장력강판 자랑은 어디갔나
현대차가 신형 쏘나타의 스몰오버랩 평가 결과를 강조한 이유는 경쟁차종보다 우수한 충돌 안전성 알리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초고장력강판의 우수성을 강조하려는 목적도 있다.
현대차는 신형 쏘나타의 충돌 안전성이 향상된 데 초고장력강판 덕이 크다고 줄곧 설명해왔다. 현대차 관계자는 “초고장력 강판은 차체 대시 등 탑승부 주변에 집중 사용했다”며 “이 때문에 범퍼 백 빔을 비켜 충돌해도 운전자의 안전을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현대제철로부터 초고장력강판을 공급받아 사용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대차가 초고장력강판을 고집하면서 연비를 희생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한다.
현대차는 신형 쏘나타를 내놓은 뒤 연비를 12.6km/ℓ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 측정 결과 0.5km/ℓ 낮은 12.1km/ℓ로 최종 확정되자 사과문을 발표했다.
현대차는 당시 “차체가 커지고 안전사양을 대폭 추가했으나 초고장력 강판을 많이 써 45kg 수준으로 중량 증가를 최소화했다”며 “이런 결과를 강조하려는 과정에서 미인증 된 수치를 언론에 공개했고 최종 정부인증 결과와 차이를 가져와 혼란을 줬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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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가 실시한 2015년형 쏘나타의 스몰오버랩 평가에서 더미의 머리가 몸통 에어백과 커튼 에어백 사이로 밀려들어가 운전대와 충돌했다. <출처=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 홈페이지> |
◆ 우수 등급 받은 제네시스만 내세우는 현대차
현대차는 신형 쏘나타의 자체 스몰오버랩 평가결과와 실제 IIHS 평가결과가 다르게 나온 데 대해 해명하지 않은 채 IIHS 스몰오버랩 평가결과 우수등급을 받은 제네시스를 내세워 일반인을 상대로 안전을 강조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달 초 파워블로거, 자동차 동호회원, 일반인 등 40여 명을 경기도 화성시 남양연구소에 초청해 신형 제네시스에 대한 스몰오버랩 충돌시연회를 열었다.
제네시스는 IIHS 충돌평가에서 스몰오버랩뿐 아니라 측면충돌, 지붕강성, 머리 지지대 및 좌석 안전도 등 전체 5개 항목에서 우수 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일부에서 이런 평가가 조작됐다는 부정적 반응이 나오자 현대차는 직접 소비자를 불러 충돌시연회를 연 것이다.
충돌시연회에 참석한 한 블로거는 “충돌장면을 눈으로 봤지만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실제로 안정성 등급이 어떤지는 모른다”며 “이런 과정을 일반인에게 공개한다는 것은 자동차회사로선 쉽지 않을텐데 현대차가 의미있는 도전을 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만큼 현대차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이 높은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몇 년 전부터 제품을 둘러싼 거짓된 내용이 온라인에 광범위하게 퍼지며 안티가 급증해 현대차가 곤혹스러워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에도 오죽하면 블로거에게 출고센터에서 차량을 직접 고르게 한 뒤 실험을 했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