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반도체가 베트남에 LED 생산시설을 짓는다. 이번 투자로 제품의 원가경쟁력을 확보해 LED업황 악화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반도체는 그동안 위기 때마다 사업을 다각화하고 고부가제품의 판매를 늘리며 수익성을 지켜왔는데 대규모 해외설비 투자가 실적 성장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 서울반도체, 베트남에 생산거점 마련
9일 서울반도체에 따르면 베트남 정부는 최근 서울반도체의 LED생산시설 설립투자요청을 승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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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훈 서울반도체 대표. |
서울반도체는 베트남 북부의 하남성 7만5천㎡ 부지에 2단계에 걸쳐 LED생산시설을 짓는다.
초기 투자규모는 1천만 달러(약 110억 원)이며 그 이후 기한을 정하지 않고 전부 3억 달러(약 3300억 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서울반도체는 베트남생산시설의 고용인원을 내년 200명을 시작으로 점차 늘려 나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서울반도체 관계자는 “원가절감과 물류거점 확보차원에서 베트남에 생산시설을 짓는다”고 말했다.
베트남은 지정학적 위치와 기업하기 유리한 조건 등으로 동남아시아의 새로운 생산기지로 주목받고 있다.
윤보나 코트라 호치민무역관은 “베트남은 2016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체결하며 미국의 떠오르는 파트너로 급부상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기업들도 베트남이 맺은 자유무역협정들을 이용해 해외시장 관문 낮출 수 있다”고 진단했다.
베트남은 지난해 유라시아경제연합(EEU)과 자유무역협정(FTA)도 맺었다. 아세안-중국 자유무역협정(ACFTA)을 통해 중국과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베트남은 2016년 기준 월 최저임금이 155달러(약 17만 원), 근로자 평균연봉이 350만 원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투자를 하는 외국 기업에게 처음 4년 동안 법인세를 면제해주는 등 세제혜택도 커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들도 앞다퉈 베트남에 생산시설을 확대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서울반도체는 매출의 70% 이상을 해외매출로 올리고 있다”며 “서울반도체는 베트남 생산거점을 확보한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서울반도체, 기술투자 아닌 설비투자
서울반도체는 LED제품만을 다루는 LED전문 제조업체인데 몇년 전부터 LED업황악화에 따른 어려움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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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M의 '캐딜락'에 적용된 서울반도체의 헤드램프. |
LED사업은 2010년 삼성전자가 5대 미래육성사업 가운데 하나로 선정할 만큼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 몇년 사이 중국정부가 LED사업 육성에 적극 나서면서 업황이 빠르게 나빠졌다. 중국정부의 지원을 받은 중국업체들의 물량공세로 LED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서울반도체는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456억 원을 올렸는데 이는 2013년 영업이익 965억 원의 절반 수준이다. 2014년에는 영업이익이 26억 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서울반도체는 그동안 기술경쟁력을 바탕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고부가제품의 판매를 늘리며 수익성 악화에 대응해 왔다.
서울반도체는 지난해 실적부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는데 스마트폰용 백라이트(BLU)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며 ‘깜짝실적’을 냈다.
올해 상반기에도 영업이익 171억 원을 올리며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2013년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2014년 상반기보다 64% 늘어났다.
상반기에 자동차헤드램프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와이캅 등 차별화된 제품의 판매를 늘리며 실적을 확대했다.
와이캅은 기존 LED보다 크기는 작지만 더욱 밝은 빛을 내는 LED로 서울반도체가 2012년 자체개발했다. 서울반도체는 와이캅의 제조과정을 줄여 원가경쟁력을 높였다.
서울반도체는 이번에는 기술투자가 아닌 대규모 설비투자로 LED업황 악화에 대응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반도체의 사업규모를 볼 때 이번 투자는 적은 규모가 아니다”며 “대규모 투자에 나선 만큼 투자가 실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반도체가 투자하기로 한 3억 달러(약 3300억 원)는 서울반도체 지난해 전체자산의 30% 정도에 해당한다.
서울반도체 관계자는 “이번 투자는 LED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것”이라며 “현재 가동하고 있는 안산공장과 중국 텐진의 광명반도체공장의 생산량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