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솔 기자 limhs@businesspost.co.kr2023-05-10 14:5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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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롯데그룹의 헬스케어산업 진출 ‘선봉’ 롯데헬스케어가 종합 건강관리 플랫폼 ‘캐즐(CAZZLE)’을 앞세워 올해 본격적인 사업에 나선다.
캐즐은 8월 정식 출범을 앞두고 베타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헬스케어에 도전하는 기업이 무수한 가운데 롯데헬스케어가 캐즐에 어떤 차별성을 부여했는지 직접 알아봤다.
◆ 맞춤형 상품 추천, 롯데 ‘L포인트’로 산다
캐즐의 핵심 기능은 사용자 건강 상태를 파악해 개인에게 가장 적합한 상품을 추천하는 것이다.
▲ 롯데헬스케어 플랫폼 '캐즐'이 베타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캐즐 이미지.
이를 이용하기 위해 처음 접속한 후 가장 먼저 개인 건강을 대략적으로 확인하는 설문조사에 참여했다. 키와 체중, 나이를 입력한 뒤 현재 몸 상태가 어떤지, 신체 중 어떤 부분을 특히 관리하고 싶은지 등을 묻는 질문들에 대답했다.
다음에는 건강검진 결과를 불러와 건강 정보를 더욱 구체화했다. 개인 인증 이외에는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았고 속도도 빨랐다. 설문조사와 건강검진 결과 조회, 분석까지 5분도 걸리지 않았다.
이런 간단한 절차를 마무리하니 캐즐이 바로 추천 상품을 띄웠다. ‘영양제’ 쪽에서는 눈에 도움을 주는 비타민E를 함유한 상품이 목록에 들었다. 눈이 가끔 피로하다는 답변을 반영한 모양이다. ‘피트니스’ 추천 상품으로는 맨몸운동에 적합한 매트가 나왔다. 당장 건강에 이상이 없는 만큼 앞으로 꾸준히 관리하라는 뜻이다. 이 추천 알고리즘은 인공지능 의료 스타트업 온택트헬스가 개발했다.
캐즐은 영양제와 피트니스 상품 이외에도 ‘건강식품’, ‘퍼스널케어’, ‘헬스디바이스’, ‘착한소비’ 등으로 분야를 나눠 다양한 물건을 판매하고 있다.
이런 상품들은 물론 현금으로 구매할 수 있지만 캐즐의 별도 재화인 ‘진주’를 사용해 구매하거나 할인받는 편이 더 효율적이다. 진주는 현금으로 충전할 수 있고 충전 금액에 따라 3~4% 수준의 추가 진주가 제공된다. 또 상품을 구매할 때도 진주가 적립된다.
눈에 띄는 점은 롯데그룹 보너스 포인트 ‘L포인트’를 진주와 중복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롯데 계열사 및 제휴사의 이커머스 생태계를 활용하는 사람은 캐즐을 통해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셈이다.
▲ 캐즐은 개인 건강정보를 바탕으로 맞춤형 상품을 추천한다. 상품 구매에는 현금 이외에도 자체 재화 '진주'와 롯데그룹 보너스 포인트 '엘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다. <캐즐 화면 갈무리>
◆ “3157걸음, 식빵 1조각 칼로리”
건강관리를 위한 맞춤형 상품을 추천받았다면 이 상품을 활용해 실제로 건강을 찾아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도 캐즐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캐즐이 홈 화면에서 사용자에게 가장 먼저 보여주는 것은 그날의 걸음이다. 아침 출근부터 점심까지 3157걸음을 걸었다고 한다. 단순히 걸음 수만 보면 얼마나 운동했는지 감이 오지 않는다. 그래서 캐즐은 바로 아래쪽에서 “토스트식빵 1조각 만큼 칼로리를 소모했어요”라고 친절하게 설명한다.
걸음 현황은 하루만 기록되는 게 아니라 주, 월, 6개월 단위로 관리된다. 하루 목표치인 7천 걸음을 지난달에 얼마나 달성했는지도 낱낱이 확인할 수 있다.
단지 걸음을 측정하는 것으로 끝이 아니다. 캐즐은 건강검진 결과 기반의 식단, 운동 가이드도 제공한다.
특히 운동 가이드의 설명이 자세하다. 플랭크, 포인터, 스쿼트, 마운트클라이밍 등 맨몸운동을 주 3회, 종목별 2세트씩 반복하라는 지시와 함께 운동 방법까지 알려준다. 바로 아래의 ‘맞춤 상품’에는 여전히 맨몸운동에 적합한 매트가 떠 있다.
▲ 캐즐은 걸음 현황을 포함해 건강관리를 위한 다양한 수단을 보여준다. <캐즐 화면 갈무리>
◆ “우리가 함께 줄인 탄소 4514kg”
캐즐의 다른 특징은 친환경 마케팅이다. 사용자의 상품 구매, 앱 이용이 실제 환경 보호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구체적인 숫자와 단순한 그래픽으로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캐즐이 작성한 ‘그린 리포트’를 보면 4월 한 달 동안 회원 566명이 2500만여 걸음을 걸었다. 500ml 용량 플라스틱 생수병 4만1천여 개만큼 탄소를 줄인 것이다. 정확히는 탄소 배출량 4514kg을 저감했다.
사용자들이 상품을 구매할 때마다 별도로 쌓이는 진주를 환경보호활동에 기부하는 ‘함께그린 프로젝트’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캐즐은 함께그린 프로젝트의 첫 번째 파트너로 비영리법인 ‘세이브제주바다’를 선정했다. 세이브제주바다가 2017년 설립된 뒤 제주 바다 오염을 막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해 쓰레기 25.9톤을 수거했다는 내용이 자세하게 나타나 있다. 함께그린 프로젝트를 위해 적립한 진주의 양 역시 공개된다.
캐즐이 이런 마케팅을 통해 사용자에게 주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당신은 지구를 살리고 있다. 캐즐과 함께.”
▲ 캐즐을 통해 공개되는 친환경 성과. <캐즐 화면 갈무리>
◆ 캐즐에 대한 아쉬움, 8월 정식 출시 때는 어떻게
아직 베타 서비스 중인 만큼 캐즐에 아쉬운 부분도 없지 않다.
먼저 쇼핑몰 상품의 종류가 비교적 적다. 맞춤형 서비스의 핵심인 영양제만 보면 10일 기준으로 전체 상품이 29개에 그친다. 다른 품목들도 마찬가지다. 건강식품 30개, 퍼스널케어 23개, 헬스디바이스 5개, 피트니스 24개에 불과하다. 수많은 사용자에게 각각 알맞은 상품을 추천하려면 그만큼 추천할 수 있는 상품 가짓수가 많아야 한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변별력이 다소 부족할 것으로 여겨진다.
또 사용자 건강정보를 확인하는 다른 수단인 유전자검사를 연동하는 기능은 구현되지 않았다. 롯데헬스케어는 앞서 유전체 분석기업 테라젠바이오와 파트너십을 맺고 유전자검사 관련 협력을 진행하고 있는데 아직 앱에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검사 수단을 추가하는 게 중요한 까닭은 건강 정보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캐즐을 처음 이용하면서 등록한 건강검진 결과는 2021년 받은 것이다. 건강검진은 통상 2년에 한 번 받는데 사용자가 그 사이 유전자검사 등 다른 검사를 수행해 캐즐에 전달한면 검사 간격에 따른 정보 불일치를 최소화할 수 있다.
롯데헬스케어가 앞서 캐즐과 함께 공개했던 영양제 디스펜서 ‘필키’와 관련된 기능도 현재 캐즐 앱 내부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필키는 캐즐과 연동돼 내부에 탑재된 영양제를 사용자에게 알맞게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부분들은 올해 8월 시작되는 캐즐 정식 서비스 전후로 보완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헬스케어는 현재 캐즐을 강화하기 위해 여러 스타트업과 협업하고 있다. 정식 서비스 전까지 150여 개 업체의 상품을 캐즐에 입점시킨다는 목표를 세웠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