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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문화프리즘] 유교적인 한국 청년, 불교적이자 도교적인 중국 청년

이욱연  gomexico@sogang.ac.kr 2023-04-28 13:5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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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문화프리즘] 유교적인 한국 청년, 불교적이자 도교적인 중국 청년
▲ 중국 청년들이 2022년 9월21일 중국 상하이에서 코로나19 검사 대기줄에 서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세계 제일의 인구대국이 중국에서 인도로 바뀌었다. 중국 인구가 올해 처음으로 83만 명이 줄었고, 총인구에서도 중국이 인도에 밀렸다.

중국이 떠들썩하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한 청년 직장인이 이런 댓글을 달았다. 날마다 야근하고, 집값은 뛰고, 월급은 제자리인데 어떻게 아이 낳을 생각을 하겠느냐는 내용이다. 이 댓글에 ‘좋아요’가 이어졌다.

중국은 정치는 사회주의지만, 경제와 사회는 자본주의다. 우리보다 더 지독한 자본주의 논리가 사회를 지배하기도 한다. 그런 중국 사회에서 청년 세대가 힘들어한다. 취업도 힘들고, 부동산은 뛰고, 직장 일은 야근이 연속이다.

그래서 드러눕는 중국 청년들이 늘고 있다. 지나친 소모적 경쟁에 내몰리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현실은 여전히 힘들어서 드러눕는다.

드러눕는다는 뜻인 탕평(躺平)이 중국 청년사회 유행어가 되고, 소모적 경쟁에 휘말려 아무런 소득 없이 그저 소진된다는 뜻인 내권(內卷), 그리고 오전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일주일에 6일 일한다는 996이란 말이 중국 청년사회에서 유행한다.

이런 중국 청년들 모습 우리에게도 익숙하다. 노력도 모자라서 그보다 더한 ‘노오력’을 해도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고, 연애도, 결혼도, 취업도 포기한다는 N포세대 한국 청년과 닮았다.

드러눕는 탕핑족 중국 청년도 힘들고, 모든 것을 포기하는 N포세대 한국 청년도 힘들다. 한국이건 중국이건 갈수록 양극화되고,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계층이동의 길은 갈수록 좁아진다. 집값은 치솟아 내 집 마련이 힘들고, 경쟁은 갈수록 심해지고, 미래는 암울하다.

그런 가운데 육체와 정신은 고갈되고 있다. 한중 두 나라 청년이 지금 그렇다. 그래서 중국 청년은 드러눕고, 한국 청년은 모든 것을 포기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렇게 비슷한 이유로 힘든 현실에 한국과 중국 청년이 대응하는 방법이 다르다는 점이다.

중국 청년은 드러눕는다. 일종의 파업이다. 시진핑 주석은 청년에게 분투하고 노력하라고 말하지만, 이들은 노력해도 소용없고, 노력으로 더욱 고갈될 뿐인 현실 앞에서 이제 드러누워 버린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한다. “드러누운 부추는 벨 수 없다.” 이것은 저항이다. 드러누운 부추를 어찌 벨 수 있는가?

이들은 어차피 노력해도 합당한 보답이 없는 이상, 땅바닥에 뿌리는 내리더라도 자신을 똑바로 세우지 않은 채 누운 부추처럼 생계를 위한 최소 노동만 하겠다고 선언한다. 아무리 일해도 적절한 보상과 희망이 없으니까, 열심히 일하라는 논리에서 이제 벗어나겠다는 저항이다. 

이런 드러눕는 저항만 있는 게 아니다. 심리적으로 불가로 귀의하는 청년도 있다. 드러눕는 탕핑족이라는 유행어에 이어서 불교에 귀의한다는 의미를 지닌 ‘불계 청년(佛系靑年, 포시칭넨)’이라는 말이 유행한다.

이들 불계 청년은 마치 득도한 스님처럼 회사 상사가 칭찬해도 무심하고, 꾸중해도 무심하다. 그저 안정된 출퇴근만이 중요하다. 더 잘해 볼 마음도, 더 위로 승진하고픈 생각도 없다. 노력의 동기도, 일에 대한 열정도 끊었다.

이렇게 그들은 불교에 귀의한 불계직원(佛系職員)이 된다. 자신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주지 못하는 노력과 열정을 거부하면서 득도한 스님처럼 현실을 산다. 중국 청년들 스스로 그렇게 세상을 등진다. 어차피 노력해도 변하지 않는 현실에서 노력을 포기한 채, 마음에서나마 평온을 찾는다.

한국 청년은 어떤가? 한국 청년을 두고 연애도, 결혼도, 집도, 신분상승도 포기한 N포세대라고 하지만, 그 포기는 엄밀히 말하면 자발적인 포기가 아니다. 스스로 포기한 게 아니다. 현실에서 포기할 수밖에 없다.

피동적으로 어쩔 수 없이 포기당했다. 자기 뜻하고 다르게 포기당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연애를 꿈꾸고, 결혼도, 집도, 신분상승도 꿈꾼다. 그 꿈을 접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모든 것을 하고 싶고 이루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현실에 대한 불만이 N포 세대 청년의 심리다.

그래서 한국 청년사회에는 N포세대와 더불어 갓(God)과 생(生)을 합친 갓생이라는 말이 유행한다. 갓생은 부지런하게 생산적인 삶을 살아 이번 생에서 성공의 신이 되겠다는 열망이다.

이번 생은 망했다는 이생망이란 유행어도 실은 이번 생은 망했으니 이제 다른 삶을 살겠다는 게 아니다. 이번 생을 폼나게, 멋지게 살아보고 싶은 의욕은, 노력하려는 의지는 넘치는데, 그것을 실현할 수 없는 현실에 분노하고 저항하는 뜻이다. 나는 이번 생에 망하고 싶지 않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한중 두 나라 많은 청년은 지금 현실이 힘들다고 여긴다. 이런 힘든 현실 앞에서 중국 청년은 드러누운 부추는 베지 못한다면서 불교 스님처럼, 도교 도인처럼 살겠다고 한다.

이에 비해 한국 청년은 모든 것을 포기하게 만드는 힘든 현실이지만 그래도 그런 현실에 맞서 부지런히 살아서 갓생을 실현하겠다고 한다. 힘든 현실을 대하는 방법이 다르다. 다른 처세법이다.

중국 청년이 힘든 현실을 대하는 방법은 다분히 불교적이고 도가적이다. ‘하지 않음’과 비움, 즉 무위(無爲)와 공(空)으로 현실에 대응한다. 누운 부추 방식의 대응은 노자의 대응이다. 세상에 널린 센 힘과 단단함에 노자는 약함으로 강함을 이기고, 부드러움으로 단단함을 이긴다(弱之勝强, 柔之勝剛)고 하지 않던가.

이에 비해 한국 청년이 힘든 현실에 대응하는 방법은 유교적이다. 아무리 현실이 자신의 꿈을 배반하더라도 현실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현실 안에서 기어이 자신의 삶을, 자신이 뜻하는 것을 이루려고 하는 의지와 노력을 포기하지 않는다.

이런 삶의 태도는 유교적이다. ‘논어’에 공자가 어떤 사람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 있다. 공자 제자 자로가 스승 공자를 두고 이렇게 말한다. 공자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기어이 그것을 하는 사람(知其不可而爲之者)이라고. 승패를 따지지 않고, 그것이 해야 할 일이라면 기어이 하는 사람이 공자라는 것이다.

N포 현실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서 기어이 갓생을 이루겠다는 한국 청년들이 그들이 바로 공자이고, 참다운 유교 군자다.

한중 두 나라를 두고 흔히 문화가 비슷하다고 말한다. 두 나라 다 유교 국가이고, 공자 후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한국은 유교 중에서도 제일 근본주의 성향을 지닌 주자학의 나라이고, 중국은 유교, 불교, 도교가 고루 섞여 있는 나라이다.

세상을 다스리는 데는 유교를 사용하고, 마음과 몸을 다스리는 데는 불교와 도교를 사용한다. 중국을 과거 소련과 같은 사회주의 국가로 보면 중국이 절반밖에 보이지 않듯이, 중국을 유교 국가로 보면 중국의 삼분의 일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욱연 서강대 교수
  
현재 서강대 중국문화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중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베이징사범대학교 대학원 고급 진수과정을 수료했고 하버드대학교 페어뱅크 중국연구소 방문교수를 지냈다. 중국 문학과 문화를 연구하며 여러 권의 책을 냈고 jtbc '차이나는 클래스', EBS '내일을 여는 인문학'에 출연하는 등 대중과 소통에도 활발하게 나서고 있다.  

지은 책으로 '이욱연의 중국 수업', '중국이 내게 말을 걸다', '이만큼 가까운 중국', '포스트 사회주의 시대의 중국 지성' 등이 있고, 번역한 책으로 '들풀', '광인일기', '우리는 거대한 차이 속에 살고 있다', '아침꽃을 저녁에 줍다', '아큐정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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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세계종교 유교국 종주국. 춘절(설날), 청명절(한식), 단오절, 중추절(추석)의 유교문화 4대 전통명절을 공휴일을 아주 길게 하여, 전통을 유지하는 정책을 취하였고, 공자님을 앞세워 세계각지에 공자학원을 설립하였습니다.    (2023-04-29 02:4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