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하반기 내수 판매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개별소비세 인하혜택이 6월 말 종료되는 데다 판매를 이끌 만한 마땅한 신차가 연말까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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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원희 현대차 사장. |
2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가 한달 앞으로 다가오자 현대차가 막바지 수요를 잡기 위해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는 선착순 1만 명을 대상으로 올해 1~3월 생산한 그랜저와 투싼, 쏘나타를 생산월에 따라 3~7%를 할인해 판매한다.
현대차가 4월부터 무이자할부로 파는 차종은 모두 9종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19년 만에 최대규모다.
특히 2세대 제네시스(DH)는 2013년 말 출시된 뒤 처음으로 무이자할부 대상에 포함됐다. 이밖에 아반떼, 쏘나타, 그랜저 등 거의 모든 차종을 대상으로 무이자할부를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도 현대차는 올해 들어 4월까지 내수에서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9% 늘어나는 데 그쳤다. 다른 자동차회사들이 이 기간에 두자릿수 이상 판매량을 늘린 것과 대조된다.
더 큰 고민은 하반기에 판매부진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개별소비세 인하혜택이 6월 말 종료된다.
자동차업계는 올해 상반기에 국내 자동차회사 대부분이 판매량을 크게 늘린 이유로 개별소비세 인하혜택을 꼽는다.
그러나 차를 사려했던 소비자가 시기를 앞당겨 샀을 뿐 자동차시장이 호황을 맞은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개별소비세 인하혜택이 끝나면 심각한 판매절벽에 맞닥뜨릴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신차효과에 기대야 하는 데 현대차는 연말까지 제네시스 G80 외에 별다른 신차를 내놓지 않는다.
현대차가 올해 초 출시한 신차의 성적표도 만족스럽지 못하다.
현대차는 1월 야심차게 친환경차 아이오닉을 선보였다. 그러나 아이오닉은 출시 직후부터 지금까지 4개월 연속으로 현대차 임직원에게 30% 할인된 가격에 판매되는 굴욕을 겪고 있다.
영업현장에서 불만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현대차 판매노조는 26일부터 6월10일까지 판매노조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신차 조기출시 및 신차 라인업 확대를 위한 서명운동’을 진행한다. 이들은 서명을 모아 현대차 본사와 남양연구소에 전달하기로 했다.
현대차 판매노조는 경쟁사들이 속속 신차를 내놓고 있는데 현대차는 신차가 부족해 고객들의 관심을 끌 만한 차가 없다고 불만을 보인다.
신차가 나올 때까지 판촉을 강화하는 방법밖에 없지만 올해 들어 국내 자동차회사들이 경쟁적으로 판촉을 늘린 탓에 그 효과도 점점 떨어지고 있다.
올해 2월과 3월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7%, 17% 증가했지만 4월 판매량은 지난해 4월보다 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른바 약발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가 사실상 꺼내들 수 있는 카드는 모두 다 꺼내든 상황”이라며 “하반기에 판촉을 강화하려 해도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