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타의 가상현실 헤드셋 '오큘러스 퀘스트2'(왼쪽)과 마이크로소프트 증강현실 헤드셋 '홀로렌즈2'. |
[비즈니스포스트] 애플이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생태계 경쟁력을 앞세워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등 메타버스 신사업 분야에서 경쟁사인 메타에 우위를 확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삼성전자도 중장기적으로 메타버스 관련된 사업 진출을 목표로 두고 있는데 하드웨어 기술 측면에서 큰 장점을 갖춘 반면 소프트웨어 생태계 구축에는 큰 약점을 안고 있다.
블룸버그는 25일 “애플의 증강현실 헤드셋 출시 계획이 현실에 매우 가까워지고 있다”며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콘텐츠를 구현할 수 있는 형태로 내년 출시가 유력하게 점쳐진다”고 보도했다.
현재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 콘텐츠를 지원하는 메타버스 하드웨어시장에서 메타가 지난해 기준 약 80%의 출하량 점유율을 차지하며 사실상 독주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된다.
메타는 페이스북에서 회사이름을 변경한 뒤 메타버스 신사업 확대를 위해 매년 100억 달러 이상의 연구개발 비용을 지출하겠다는 공격적 목표를 두고 있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애플이 출시하는 메타버스 기기가 메타를 뛰어넘고 시장 지배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며 경쟁에서 확실한 승기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메타의 가상현실기기 ‘메타 퀘스트2’ 판매량이 지난해 약 870만 대에 그친 반면 애플은 2억3300만 명에 이르는 아이폰 사용자 기반을 통해 판매를 빠르게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애플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생태계 측면에서 모두 확실한 강점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메타버스시장 진출에 유리한 배경으로 꼽혔다.
현재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 애플워치와 에어팟, 맥북 등에 사용되는 프로세서를 모두 자체적으로 개발해 탑재한다. 메타버스 헤드셋용 프로세서도 직접 설계해 상용화할 가능성이 유력하다.
애플이 이런 하드웨어 완성도 측면에서 항상 좋은 평가를 받은 데다 모든 기기에 직접 개발한 운영체제 및 콘텐츠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도 소프트웨어 생태계 측면의 장점으로 분석된다.
메타버스 전용 기기 특성상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측면의 원활한 연동을 통한 사용경험 개선이 중요한 경쟁요소에 해당하는데 애플이 이런 면에서 높은 완성도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메타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플랫폼 이외에 별다른 서비스를 개발한 적이 없고 하드웨어를 출시해 시장에 선보인 것도 가상현실기기가 사실상 처음이다.
반면 애플은 그동안 새로 출시한 하드웨어에서 모두 성공적 결과를 거뒀기 때문에 메타버스 신사업 진출도 성공 가능성을 확신한 상태에서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은 이미 메타버스와 관련해 2천 명 넘는 연구인력을 갖추고 수 년째 다수의 신생기업 인수합병을 통해 기술 완성도를 높여 온 것으로 파악된다.
애플과 메타 이외에도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지주사 알파벳, 소니, 삼성전자 등 다양한 글로벌 대형 IT기업이 저마다 장점을 앞세워 메타버스 신사업 진출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특히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카메라, 배터리와 기판 등 메타버스 하드웨어 핵심 기술력 측면에서 가장 큰 잠재력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머리에 착용하는 형태의 메타버스기기 특성상 디스플레이와 카메라 성능, 무게와 편의성 등이 중요한테 삼성전자는 여러 부품계열사를 통해 첨단 기술력을 대부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가볍고 성능과 전력 효율이 뛰어난 디스플레이 패널을, 삼성전기는 크기가 작고 성능이 높은 카메라모듈 및 기판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메타버스 기기에 쓰이는 자체 프로세서를 직접 개발하고 생산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스마트폰시장 점유율은 애플을 앞서고 있으며 메타버스 하드웨어 부품 공급망과 제품 생산망 관리 측면에서 삼성전자가 우위를 보일 가능성도 충분하다.
다만 삼성전자는 애플이나 메타와 달리 메타버스 하드웨어에 활용할 전용 소프트웨어 및 콘텐츠 플랫폼을 단기간에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시장 진출에 약점을 안고 있다.
그동안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쓰이는 운영체제와 앱스토어 등 플랫폼을 모두 구글 안드로이드에 의존했기 때문에 메타버스 분야에서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새로 구축하는 일은 쉽지 않을 수밖에 없다.
다만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최근 직원 간담회에서 “삼성만의 메타버스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만큼 관련된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메타가 가상현실 전문기업 오큘러스를 인수해 메타버스 선두기업에 오른 것처럼 삼성전자도 인수합병 등 공격적 방식을 통해 단기간에 사업 역량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메타버스시장에서 애플의 설계역량과 하드웨어 기술, 거대한 생태계 경쟁력 등을 따라잡을 만한 기업은 보이지 않는다”며 “결국 애플이 경쟁에서 곧바로 승기를 잡을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