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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중국진출이 사실상 실패로 끝나는 모양새다. 최근 이마트는 상하이에 있던 매장을 추가로 폐점했다. 일부에서는 이마트가 중국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 부회장은 중국 이마트가 지속적인 적자에 허덕일 때에도 “중국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라며 애착을 보여 왔다. 2011년에는 자신의 매제까지 현장에 보내는 등 중국시장을 살리기 위해 애썼지만 이마트의 적자는 계속 쌓이고 있다.
한 때 27개까지 늘었던 중국 내 이마트 매장 수는 이제 15개가 됐다.
◆ 정용진 “중국은 포기할 수 없는 시장”
이마트 중국법인이 지난 4월 중국 상하이에 있던 이마트 ‘인뚜점’을 폐점한 것으로 17일 알려졌다. 지난 2011년 11개 매장을 정리한 뒤 3년 만의 폐점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해외 매장 효율화 작업으로 수익이 좋지 않은 매장을 정리한 것”이라며 “남은 15개 매장도 효율성을 점검하는 작업을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3년 만에 이마트의 중국매장 정리가 다시 시작된 셈이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정 부회장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이마트의 중국시장 진출이 실패로 끝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특히 2011년부터 진행했던 과감한 구조조정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 부회장에게 중국은 그의 글로벌 경영능력을 실험할 수 있는 무대였다. 중국시장은 내수시장이 포화된 지금 이마트가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시장인 동시에 신세계 그룹의 유일한 해외사업이다.
이 때문에 정 부회장은 그동안 계속 제기됐던 중국사업 철수설을 끝까지 부인하며 중국시장을 살리기 위해 노력해 왔다.
특히 정 부회장은 신세계그룹 부회장 자리에 오르기 전부터 오랜 기간 이마트 경영에 참여하는 등 이마트에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은 이마트가 중국시장에서 신통찮은 실적을 내자 직접 팔을 걷어붙였다. 이마트의 적자가 급격하게 누적되기 시작한 2000년대 중반부터는 직접 중국을 오가며 사업을 챙겼다.
정 부회장은 2006년 중국매장 4호점 개장행사에 참석해 “중국 소비자가 원하는 저렴한 가격과 국내의 우수한 서비스가 어울리는 접점을 찾겠다”고 말하며 중국진출 실패의 원인으로 지적된 현지화 실패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이마트의 중국법인 당기순손실이 208억 원을 기록하며 세 자릿수가 되자 현업에서 물러나 있던 정오묵 부사장을 2009년 다시 복귀시키며 중국에 투입했다. 정오묵 부사장은 국내 이마트 1호점 점장 출신으로 이마트를 최초로 만들었던 인물 중 하나다. 그만큼 정 부회장이 중국사업을 중시한다는 방증이었다.
그러나 이마트의 적자는 계속해서 쌓여갔다. 정 부회장은 2011년 자신의 매제인 문성욱 신세계 I&C 부사장을 직접 중국에 파견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또 중국 까르푸와 테스코 등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중국 유통전문가 제임스 로를 직접 중국본부장(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이마저도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정 부회장은 과감하게 11개의 점포를 매각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영효율화를 꾀한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정 부회장의 이런 노력에도 이마트의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이마트 중국법인은 지난해 누적손실 530억 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225억 원의 순손실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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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9년 개장한 중국 이마트 19호점 무뚜점 |
◆ 이마트는 왜 중국에서 실패했나
이마트는 1997년 상하이에 현지법인을 설립해 중국에 진출했다. 까르푸와 매트로 이후 3번째로 중국에 진출한 유통기업이 됐다. 시장진출은 늦지 않았지만 진출 7년 만인 2004년 3호점을 여는 등 느린 대응으로 시장을 선점할 기회를 놓쳤다. 이마트가 주춤하는 사이 다른 글로벌 유통기업들은 공격적으로 매장을 내며 시장점유율을 높여갔다.
중국인의 식성, 기호 등에 대해 충분한 사전조사를 거치지 않고 급하게 진출한 점은 가장 큰 실패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 소비자의 특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국내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들을 그대로 들고 간 것이다. 특히 고급 매장 이미지를 유지하려 했던 것이 오히려 악재가 됐다.
일례로 한국의 대형마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내장까지 깨끗이 손질한 생선은 중국에서 거의 팔리지 않았다. 중국 소비자들은 한국 소비자들과 달리 죽은 생선은 잘 사지 않는다. 자국 내 먹거리에 대한 불신이 큰 중국인들은 직접 살아있는 식재료를 눈앞에서 손질해 주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선반에 가지런히 진열된 물품도 중국인들에게는 매력적이지 않았다. 중국인들은 물건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야 물건 값이 싸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성공적으로 영업 중인 대형마트들이 창고형 매장이거나 재래시장처럼 복잡하고 산만한 구조를 띠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낮은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상하이, 텐진 등 대도시에 매장을 연 것도 패인이 됐다. 이들 지역은 모두 임대료는 비싼 반면 다른 대형마트는 많아 매출을 많이 올리지 못하는 지역이다. 까르푸나 월마트 등 외국계 유통업체가 중국 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 낮은 인지도의 이마트를 찾을 만한 뚜렷한 요인이 없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