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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SK그룹 회장.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주사 SK의 등기이사로 복귀하는 데 예상치 못한 변수가 등장했다.
SK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최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안건에 반대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주주총회에서 자칫 표대결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15일 국민연금 등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18일 열릴 예정인 SK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 회장의 사내 이사 임명에 반대한다는 뜻을 표명할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최 회장은 배임과 횡령 등의 사유로 형사처벌을 받았던 전력이 있어 국민연금 내부 의결권 행사지침에 따라 반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지침 27조에 따르면 ‘법령상 이사로서의 결격사유가 있거나 기업가치의 훼손 내지 주주권익 침해 우려가 있을 경우 국민연금은 사내이사(등기이사) 후보 안건에 반대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최 회장은 회삿돈 465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2013년 1월 법정 구속돼 지난해 8월15일 광복절특사로 풀려났다.
국민연금은 최 회장(23.4%)에 이어 SK의 2대주주다. 국민연금은 SK 지분 7.46%를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16일 투자위원회를 열어 이 안건에 대한 공식입장을 결정한다. 투자위원회는 강면욱 기금운용본부장이 주관하고 기금운용본부 실장급 인사들이 참여한다.
국민연금은 그동안 외부기관인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에 의결권 행사를 위임해 왔다. 하지만 이번 사안은 반대 명분이 명확하다는 점에서 투자위원회를 통해 직접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결정은 특히 기금운용을 책임지고 있는 강 본부장이 임명된 지 한달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도 최근 SK의 외국인주주들에게 최 회장 등기이사 선임건에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최 회장이 업무상 배임과 횡령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전력이 있는 만큼 등기 이사 복귀 시 회사에 부적절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업계에서는 외국인투자자들이 대표이사 범죄에 매우 부정적인 만큼 SK 주총에서 반대표가 적지 않게 나올 수 있다고 예상한다. SK의 외국인 투자자 지분율은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23% 수준에 이른다.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도 국내 기관 투자가들에게 최 회장의 SK 사내이사 복귀안건에 대해 반대할 것을 권유했다.
SK그룹은 국민연금 등 일부 주주들이 반대하더라도 주총에서 최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연금과 외국인주주 일부가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더라도 주총에서 최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안건은 원안대로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SK의 최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최 회장 23.4%, 여동생 최기원 행복나눔재단 이사장 7.46% 등 모두 30.88%에 이른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을 포함한 소액주주 지분도 26.1%에 이르러 최 회장 측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은 아니다.
국민연금 지난해 6월 SK와 SKC&C의 합병안건이 상정된 임시 주총에서도 반대의결권을 행사했는데 당시 주총에서는 출석 주주 86.9%의 찬성으로 합병안이 통과됐다.
주총에서 표 대결이 예상되자 SK그룹은 국내 기관들을 상대로 우호 지분 확보에 안간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