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수재 기자 rsj111@businesspost.co.kr2021-07-05 13:5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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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프로에이치엔과 휴켐스가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정책에 힘입어 사업기회가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5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을 유인하기 위한 정책과 배출권시장 조성제도의 안정적 운영을 추진하고 있어 온실가스 저감 사업을 통해 장기성장성을 확보한 에코프로에이치엔과 온실가스 저감시설 투자를 통해 탄소배출권을 확보한 휴켐스가 사업 확대의 기회를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 (왼쪽부터)윤성진 에코프로에이치엔 대표이사와 신진용 휴켐스 대표이사 사장.
탄소배출권은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다.
기업들이 유엔(UN)으로부터 인증받은 온실가스 감축량만큼 탄소배출권을 할당받으며 이를 환경부 승인을 거쳐 국내 탄소배출권시장에서 사고팔 수 있다.
정부는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2015년부터 도입했는데 2021년부터 2025년까지 3기가 시작됐다. 정부는 1기(2015~2017년)에 배출권 할당대상업체에게 탄소배출권을 무상으로 할당했다.
이들은 2기(2018~2020년)부터 배출권 가운데 3%를, 3기부터는 배출권 가운데 10%를 돈을 주고 구매해야 한다. 3기부터는 기업들에게 본격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이 요구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탄소배출권 할당대상업체는 정부로부터 받는 탄소배출권을 1기에는 무료로 받았지만 2기부터는 배출권의 3%를, 3기부터는 배출권의 10%를 돈으로 사야하는 유상할당을 받는다. 배출 할당량보다 적게 배출하는 기업은 남는 배출권을 외부에 판매해 수익을 거둘 수 있고 할당량보다 많이 배출하는 기업은 배출권을 구매해야 해 추가 부담을 진다.
할당대상업체는 최근 3년 동안 온실가스 배출량이 12만5천 tCO2-eq(이산화탄소상당량톤) 이상이거나 2만5천 tCO2-eq 이상인 사업장을 하나 이상 보유한 업체 또는 할당대상업체로 지정받기 위해 환경부에 자발적으로 참여를 신청한 기업이다.
이산화탄소상당량톤이란 이산화탄소 1톤이나 기타 온실가스의 지구 온난화 영향이 이산화탄소 1톤에 해당하는 양을 말한다.
정부는 앞서 3월16일 온실가스 감축을 유인하기 위한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배출권 거래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이 개정 시형령은 3월23일 공포됐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배출량 감축에 따른 비용부담이 큰 업종에 2023년까지 유상할당 적용을 유예해 온실가스 감축을 준비하도록 하며 △탄소배출권 거래 활성화와 안정적 운영을 위한 시장조성자를 ‘투자매매업과 투자중개업의 인가를 모두 받은 자’로 구체화한 점 등이다. 환경부는 3월29일 한국투자증권과 하나금융투자, SK증권 등 증권사 3곳을 시장조성자로 선정했다.
장이재 환경부 기후경제과장은 “탄소 배출권거래제 3차 계획기간부터는 본격적 온실가스 감축이 요구되는 만큼 기업 부담을 고려하며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방안을 계속해 강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을 타고 온실가스 저감 장치를 제조하는 에코프로에이치엔과 선제적 환경설비 투자로 탄소배출권을 확보한 휴켐스가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에코프로에이치엔은 에코프로에서 인적분할을 통해 2021년 5월1일 신설된 사업 자회사다. 온실가스 및 유해가스 저감장치, 대기환경 플랜트 등을 제조·판매하는 환경사업을 하고 있다.
독자적 온실가스 제거 촉매를 개발해 생산해오고 있으며 온실가스 저감설비 설치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어 해외에도 온실가스의 감축설비를 판매할 수 있는 기업으로 꼽힌다.
주요 사업부로는 반도체 공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촉매를 통해 분해하는 온실가스 감축 솔루션사업부와 화학 등 산업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의 원인인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를 제거하는 미세먼지저감솔루션사업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공정의 유해가스를 제거하는 클린룸케미컬필터사업부 등이 있다.
청정개발체제(CDM, Clean Development Mechanism)사업을 통해 2024년부터 해마다 100억 원 수준의 영업이익이 추가될 것으로 예상됐다. 청정개발체제사업이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부여받은 선진국들이 감축목표가 없는 개발도상국가에 자본과 기술을 투자하여 온실가스 감축사업을 실시한 결과로 달성한 온실가스 감축량을 선진국의 감축목표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선진국은 저비용으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고, 개발도상국가는 선진국으로부터 기술과 재정지원을 받아 지속적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1차로 중국 내 6개 사업장에서 9개 온실가스 감축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2020년 중국 질산 기업인 티엔지 등과 청정개발체제사업 계약을 체결하고 440억 원을 투자해 연 100만 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한다는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
2차 사업으로는 중국 내 8개 사업장에서 14개 프로젝트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2차 사업은 2019년 중국 10대 석탄제조기업이자 국유기업인 양취안메이예 그룹 등과 청정개발사업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현재는 본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안에 2차 사업 본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에코프로에이치엔은 2025년까지 매출이 연평균 32%, 영업이익은 47%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2024년부터는 새 사업 추진을 통한 제2의 도약기가 도래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휴켐스는 반도체와 자동차, 가구·건설 내장재에 사용되는 공업용 질산을 생산하는 화학회사다. 질산 생산능력을 173만 톤 보유해 아시아권 1위를 차지하고 있면서도 온실가스 감축에도 앞장서 국내에서 탄소배출권을 가장 많이 확보한 회사로 알려졌다.
암모니아에서 질산을 만드는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발생한다. 휴켐스는 교토의정서가 시행된 이듬해 2006년부터 질산공장에 온실가스 저감시설을 설치해 질산 생산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여 배출권을 확보했다.
휴켐스는 2020년 탄소배출권에서만 매출 606억 원, 영업이익 374억 원을 거뒀다. 이는 전체 매출에서 10%를 차지하지만 영업이익 쪽 비중은 39%나 된다.
이안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요국들의 친환경정책이 단단히 진행되는 만큼 2021년 하반기 탄소배출권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며 “휴켐스가 탄소배출권을 올해 하반기에 탄소배출권 판매를 늘려 실적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