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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데드풀' 스틸이미지. |
마블 캐릭터의 변신은 어디까지 계속될까?
마블코믹스(마블)가 창조한 영웅이 올해도 국내 비수기 극장가를 달구고 있다.
지난해 ‘어벤저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으로 슈퍼히어로 군단이 몰려왔다면 이번에는 다소 찌질하고 엉뚱하며 색다른 캐릭터로 찾아왔다.
18일 국내 개봉한 ‘데드풀’(감독 팀 밀러)은 마블이 탄생시킨 역대 슈퍼히어로들과 다른 캐릭터란 점에서 매력지수를 높이고 있다.
데드풀은 전직 특수부대 출신 용병이었던 웨이드 윌슨이 뇌종양을 치료하는 비밀실험에 참가한 뒤 ‘실수로’ 태어난 슈퍼히어로다.
기존 영웅들이 멋진 외모와 파워풀한 능력, 정의감까지 갖춘 것과 달리 데드풀은 정의감이나 책임감 따위에 구애받지 않고 행동한다.
초인적 능력으로 악당을 쫓지만 그저 얼굴을 망가뜨린 데 대한 개인적 동기에서 비롯된 것일 뿐이다. 엉뚱하고 거침없으며 욕설과 농담, 성적 욕구까지 충만한 캐릭터다.
한마디로 대중들이 아이언맨이나 캡틴 아메리카 등의 기존 영웅들에게 선망했던 요소는 데드풀에게서 찾아보기 어렵다.
데드풀은 국내 개봉일 하루 동안 43만 명 관객을 끌어 모았으며 19일 현재 주요 영화예매 사이트에서 독보적 1위를 달리고 있다.
히어로무비로는 드물게 19금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는데도 데드풀의 매력이 국내에서도 ‘통한’ 것이다. 물론 폭력성과 선정성이 난무해 호불호도 엇갈려 장기 흥행에 성공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데드풀은 북미지역에서 2월12일 개봉해 첫 주말 1억 3275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역대 2월 개봉 최고수입액을 경신했다. R등급(청소년관람불가) 영화 개봉 첫 주 최고 흥행성적이기도 하다.
데드풀이 이처럼 미국은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관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은 여러 측면으로 해석된다.
일단 캐릭터 설정이 독특해 기존 캐릭터에 식상해진 관객들에게 신선함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데드풀은 굉장히 수다스러운 캐릭터인데 원작 만화에서 독자에게 말을 걸기도 한다. 덜 영웅스러울지라도 대중들에게 공감과 동일시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데드풀은 ‘힐링팩터’라고 불리는 자가치유능력을 갖고 있다. 팔이 잘려 나가는 상처를 입어도 신체조직이 재생되는 불사의 존재인 것이다. 상처받고 고통받는 어른들의 세계에서 대리만족을 주기에 충분한 요소다.
또 국내에서 마블 원작 영화들이 꾸준히 상륙해 친밀도를 높인 점도 데드풀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낳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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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 밀러 감독. |
마블이 창조해낸 영웅들은 만화나 영화를 통해서 뿐 아니라 게임캐릭터 등에도 활용되며 마블마니아층을 넓히고 있다. 특히 키덜트가 주요한 구매층으로 떠오르면서 국내에 마블 공식 라이선스 상품만을 판매하는 마블 컬렉션 스토어까지 등장했다.
데드풀은 캐릭터 설정 뿐 아니라 기존 마블판 히어로무비와 영화 외적으로 다른 길을 걸었다. 마블은 2009년 디즈니에 인수돼 현재 디즈니 자회사인 마블엔터테인먼트 출판부에 포함돼 있다.
데드풀은 마블 만화캐릭터로도 오래 전부터 인기를 끌었지만 영화캐릭터로 탄생하기까지 10년 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가장 큰 이유는 ‘마블 유니버스(Marvel Universe)’로까지 불리는 세계관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디즈니의 세계에서 ‘진선미’는 동일한 것으로 간주된다. 선한 것이 아름다운 것이며 곧 참이자 옳은 것이다. 외모적으로 추하고 일그졌으며 성적인 것을 포함한 개인적 욕망에 충실하면서 생각과 행동이 다소 정신없기까지 한 영웅이 발 딛기 어려운 세계다.
이런 탓인지 데드풀은 결국 디즈니가 아닌 이십일세기폭스에서 탄생했다. 어벤저스2제작 당시 아이언맨으로 출연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한명의 몸값 8천만 달러에도 못미치는 ‘저렴한’ 제작비 5800만 달러에 연출도 신예 팀 밀러 감독이 맡았다.
데드풀은 결과적으로 저예산 B급 성인용 히어로물이라는 타이틀을 얻으며 마블판 후속물에도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