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누구도 이기지 못했다. 그렇다고 누구도 졌다고 말할 수 없다. 새누리당은 선방했고 새정치민주연합은 선전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결국 표심 앞에 여야는 깊은 고민을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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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오른쪽) |
5일 지방선거 개표 결과 광역단체장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9곳, 새누리당은 8곳을 각각 차지했다.
새누리당은 경기(남경필) 인천(유정복) 부산(서병수) 대구(권영진) 울산(김기현) 경남(홍준표) 경북(김관용) 제주(원희룡) 등 8곳을 차지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서울(박원순) 대전(권선택) 세종(이춘희) 강원(최문순) 광주(윤장현) 충남(안희정) 충북(이시종) 전남(이낙연) 전북(송하진) 등 9곳에서 승리했다.
기존에 새누리당 9곳, 새정치민주연합 8곳이었던 데 비하면 새정치민주연합이 1곳 더 늘어났다.
새누리당은 세월호 참사의 수렁에서 출발했다. 수도권에서 대패가 예상됐고, 안마당인 부산과 대구도 흔들리고 있었다. 그러나 막판에 ‘박근혜 대통령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며 새정치민주연합의 심판론에 정면으로 맞섰다.
‘박근혜 사수론’를 펼친 셈인데 결과적으로 보수층의 결집을 이뤄내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세월호 참사 속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40% 이상을 유지한 것이 큰 힘이 된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박근혜 정부 심판론을 거세게 제기했다. “대한민국이 세월호처럼 침몰할 수 있다”고 공세를 펼쳤다. 선거결과 이런 공세는 일정하게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광역단체장 수가 1곳 더 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도권의 패배는 뼈아프다. 결과적으로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낮은 지지율이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최고의 조건 속에서도 민심을 표로 담아내지 못한 것은 결국 새정치민주연합의 역량에 대해 민심이 믿지 못한다는 것을 뜻한다.
여야 모두 민심이 무섭다고 말한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새누리당 이완구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5일 비대위 회의에서 “국민의 빈틈없는 균형감각에 감사한다”며 “민심의 무서움을 다시 한번 절감한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김한길 공동대표도 최고위원회의에서 "여야 모두에게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내라는 (국민의) 엄중한 명령"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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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한길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
이번 선거를 놓고 새누리당은 선방했고, 새정치민주연합은 선전했다고 자평할 수 있게 한 것은 수도권의 결과다.
새누리당은 경기도와 함께 인천을 얻어 패배라는 평가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서울만 건져 승리했다고 말할 수 없게 됐다. 수도권의 선거 결과는 박근혜 정부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줬고, 새정치민주연합에게 집권능력에 대한 깊은 반성을 안겨줬다.
이번 선거에서 충청지역은 다시 한번 캐스팅보트임을 증명했다.
충청의 민심을 얻지 못하면 결국 누구든 집권할 수 없음을 확인했다. 새누리당은 충청에서 전패를 한 것이 뼈아플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충청의 민심을 어떻게 계속 확보할 수 있을지 과제를 안게 됐다. 충청의 민심이 언제든지 돌아설 수 있음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여야 모두 더 이상 안마당에서 자신할 수 없다는 것도 확인됐다. 새누리당은 부산과 대구에서 가까스로 승리를 지켰다. 새정치민주연합도 광주에서 겨우 체면을 세웠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민심은 오히려 교육감 선거에서 극적으로 표출됐다.
17개 시도 교육감 중에서 서울 조희연 후보, 경기 이재정 후보 등 진보성향 후보들이 13곳에서 압승을 거뒀고 보수성향은 3곳, 중도성향은 1곳에 그쳤다.
보수후보들이 단일화에 실패해 난립하면서 표가 분산된 원인도 있지만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이명박 정부부터 경쟁중심의 교육정책을 펼쳐온 데 대한 학부모의 피로도가 보수진영 후보들에게 등을 돌리게 했다. 박근혜 정부는 초중고 교육정책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