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 담합으로 큰 피해를 봤다며 국내외 항공사 1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LG그룹이 승소하면 잇따라 다른 수출업체들도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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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본무 LG그룹 회장 |
LG전자 LG화학 LG디스플레이 LG생명과학 등은 아시아나와 대한항공 국내 항공사 2곳과 싱가포르항공, 에어프랑스, 캐세이패시픽, JAL 등 해외 항공사 10곳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이 진행 중인 사실이 3일 확인됐다.
LG그룹 관계자는 “계열사들이 제품을 수출할 때 항공사들의 화물항공기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항공사들의 운임담합으로 제품의 운송료가 높아져 수출 경쟁력이 떨어져 손해배상을 소송을 냈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1999~2007년 항공사들이 유류할증료를 새로 도입하거나 변경하는 과정에서 운임을 담합했다며 2010년 11월 12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이 이번 소송의 계기가 됐다.
LG그룹은 일단 손해배생 소송액으로 4억400만 원을 제기했으나 LG그룹 측이 입은 손해액에 대한 감정결과가 나오지 않아 앞으로 소송액은 수백 배로 커질 가능성이 있다.
LG그룹은 법무법인 태평양을, 항공사들은 광장·화우·충정·세종 등을 소송대리인으로 내세워 대형 로펌 간 치열한 법리공방도 예상된다.
법조계는 LG그룹이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법원이 지난달 중순 국내외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 가격담합에 대한 공정위 과장금은 정당하다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이번 LG그룹의 소송과 관련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LG그룹이 피해액을 산출하고 그에 걸맞은 증거를 제출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 관계자는 "앞으로 원고들의 청구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뒤 신중하게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유류할증료는 항공유 가격이 급등할 때 항공사의 원가상승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본 운임에 일정금액을 추가 부과하는 것이다. 유류할증료는 1개월 평균 유가를 기준으로 매달 매겨진다.
유류할증료를 둘러싼 갈등은 해묵은 문제다. 국내 수출회사는 국적항공사의 유류할증료 인상에 대해 여러 차례 문제를 제기했다.
한국무역협회와 국내 수출회사들은 2005년부터 2007년까지 국적항공사들의 항공화물 유류할증료 인상 움직임과 관련해 일방적으로 빈번하게 유류할증료 인상에 대해 반대입장을 밝혔다.
국적항공사는 2005년 9월 유가상승으로 항공화물 유류할증료 부과방식을 4단계 추가하는 인상안을 건설교통부에 요청했다. 유류할증료의 상한선은 kg당 360원이었는데 최대 kg당 600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는 그 전해 kg당 240원에서 360원으로 인상된 후 7개월 만에 또다시 올리는 것이다. 유류할증료가 2년 동안 150% 오른 것이다.
1kg당 늘어난 금액은 얼마 안되지만 무게가 늘어나면 그 차이는 몇 억 원에 이른다. 실제로 삼성전자가 2005년 부담한 항공운임은 4582억 원이며 이 가운데 611억 원이 유류할증료였다. 2004년과 비교하면 전체 항공운임에서 유류할증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5.9%에서 13.3%로 높아졌다. LG전자도 이 비율이 5.4%에서 10.5%로 크게 늘었다.
무역협회는 당시 “유류할증료가 유가인상률에 비해 지나치게 높게 인상돼 정보기술 제품이 수출에 타격을 입고 있다”며 유류할증료 인하를 요구했다. 2003년에 비해 2006년 항공유가는 167% 인상됐는데 항공화물 유류할증료는 400%나 인상됐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