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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개발공사는 2012년 프리미엄 생수인 한라수를 출시했다. |
프리미엄 생수시장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에비앙, 볼빅 등 몇 개의 유명 브랜드에만 의존하던 데서 벗어나 국내기업들도 하나둘 진출하고 있다.
물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프리미엄 생수시장도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비싼 가격만큼 제값을 하고 있는지 의심의 시선도 여전히 존재한다.
동원F&B가 최근 프리미엄 생수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브리즈에이’라는 이름의 생수를 시장에 선보였다. 480ml 제품 가격은 1500원으로 기존 동원에서 출시된 미네마인(500㎖, 750원)보다 2배 가량 비싸다.
삼다수를 생산하는 제주도개발공사는 2012년 프리미엄 생수인 한라수를 출시했다. 제주도개발공사는 한라수를 고급호텔과 백화점 등에 유통하고 중국으로 수출을 확대해 세계 물 시장을 선점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프리미엄 생수 수입도 늘고 있다. 최근 5년 동안 프리미엄 생수의 수입실적은 2009년 662만 달러에서 2013년 8월 1588만 달러로 급증했다.
◆ 프리미엄 생수, 왜 인기를 끌까
프리미엄 생수가 인기를 끄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본다.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여전한 가운데 일본 원전사태, 구제역 가축매몰지 침출수 유출 등 물과 관련된 사고들이 터지면서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고의 건강관리 비결이 물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지면서 사람들이 물을 까다롭게 고르기 시작했다. 비싼 돈을 주고서라도 기왕이면 깨끗하고 몸에 좋은 물을 마시겠다는 소비자가 크게 늘었다.
다양해진 취향을 모두 수용할 수 있을 만큼 선택의 폭이 넓어진 점도 시장확대를 뒷받침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유통중인 프리미엄 생수는 70여 종이 넘는다.
기능도 다양하다. 집중력 향상 및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주는 생수부터 시작해 피부미용 및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생수, 소화불량 해소 및 혈액순환에 좋은 생수 등이 있다. 가장 인기가 높은 에비앙은 미용에 도움을 주는 생수로 알려져 있다.
물이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 된 지도 오래다. 남들과 다른 것을 마시고 싶다는 일종의 과시욕을 충족하기 위해 프리미엄 생수를 선택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프리미엄 생수시장도 90년대 맑고 깨끗함을 강조하는 제품들이 인기였던 반면 요즘 건강은 물론 제품 디자인 등 스타일을 살린 제품들이 대세를 형성한다.
노르웨이산 보스는 캘빈클라인의 디렉터인 닐 크래프트와 향수 디자인 전문가들에 의해 개발됐다. 우리나라에서 2012년 현대카드가 디자인한 프리미엄 생수가 나오기도 했다. 이 생수는 같은 곳에서 나온 이마트의 자체상품(PB상품)보다 20% 가까이 비싸게 판매됐다. 디자인만으로 프리미엄화를 시도한 것이다.
서울대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는 “현대사회는 와인, 커피, 차 그리고 물까지 소비하는 모든 것들의 프리미엄화가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패션부터 커피 등의 기호식품까지 희소성이 높은 제품을 찾아 소비하려는 욕구가 강하다는 얘기다.
수입생수는 종류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몇 만 원을 호가하는 생수도 있다. 북극의 빙하를 떠서 그대로 녹였다는 캐나다산 생수는 750㎖에 6만6천 원이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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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비앙은 수입 프리미엄 생수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
◆ 비싼 만큼 제값하나
프리미엄 생수의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비판도 많다. 국내 소비자 가격이 수입원가의 최대 8배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탄산수 페리에의 경우 병당 수입원가가 545원인데 시중에서 3.6배 높은 2천 원에 팔린다. 오스트리아산 와일드알프 베이비워터는 수입가격이 447원이지만 국내 판매가는 8.4배나 많은 3750원이다.
게다가 이들이 강조하는 특별한 기능은커녕 제품에 표기된 성분조차 제대로 들어있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2012년 소비자시민모임에 따르면 시중에 판매되는 주요 생수 15개 제품 중 10개 제품의 미네랄 함량이 표시된 함량에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에비앙, 볼빅 등 고가의 수입생수 5개 제품은 미네랄과 칼슘, 마그네슘 등이 모두 미달됐다.
수입산 프리미엄 생수가 별다른 검증절차 없이 반입되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비싼 만큼 영양가가 높거나 실제로 효능이 입증되면 괜찮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광고 이미지나 유명세에만 의존해 비싼 생수를 구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외국의 환경단체 등은 병에 담긴 생수가 수돗물보다 더 위생적이지 않다고 비판한다. 미국이나 유럽 등 정부가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관리하는 수돗물이 일반회사에서 품질관리를 하는 생수보다 더 위생적이라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페트병 생수와 수돗물은 별다른 차이가 없는 데도 생수업체들이 프리미엄 식수를 담았다면서 고가의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네랄이 풍부하다는 해양심층수의 경우에도 실제 심층수와 표층수의 미네랄 함량은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미네랄의 경우 한국인 하루 권장량은 식사를 통해 충분히 섭취될 수 있기 때문에 생수를 통해 섭취되는 미량의 미네랄은 건강상의 효능이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