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승그룹 3세들이 화승그룹의 모태기업인 ‘화승’을 매각했다. 화승그룹 3세들이 경영권 강화를 위해 지주역할을 하는 회사를 중심으로 계열사 지분을 무리하게 매입하면서 채무가 늘어나자 이를 견디다 못해 모태기업을 팔았다고 업계는 분석한다.
|
|
|
▲ 현지호 화승그룹 총괄부회장 |
화승그룹은 신발제조회사 화승의 지분 50.23%를 지난해 말 경일에 매각했다고 26일 밝혔다.
화승그룹에서 빠져나온 나온 화승의 경영은 지난 3월 퇴임했던 고영립 전 화승그룹 회장이 맡았다. 화승의 지분을 보유하게 된 경일의 주요 주주는 고 전 회장의 아들인 고희광씨로 알려졌다. 고 전 회장은 화승의 독자적 경영을 위해 최근 화승 사옥도 금천구 가산동으로 옮겼다.
업계 관계자는 “고 전 회장은 이전부터 브랜드 사업에 애착을 보여왔다”며 “사업구조를 재편하려는 화승그룹 3세들과 이해관계가 딱 맞아 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화승그룹은 화승을 매각하면서 3세 경영을 위한 재편을 마쳤다. 화승그룹은 화승알앤에이와 화승인더스트리가 그룹의 핵심 계열사가 됐다. 화승알앤에이는 자동차 부품, 소재, 종합무역을 담당하고 화승인더스트리는 필름과 신발OEM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형제인 현지호 총괄 부회장과 현석호 부회장은 지난 2월부터 각각 화승알앤에이와 화승인더스트리의 대표이사로 있다. 양대 핵심 계열사의 최고경영자 자리를 3세 경영인이 각각 차지했다. 현지호 대표는 화승알앤에이의 지분 16.93%를 보유한 2대 주주이며, 현석호 대표도 화승인더스트리 지분 16.16%를 보유해 2대 주주에 올라 있다.
하지만 현 총괄부회장이 화승을 매각한 것은 의외라는 평가다. 화승은 화승그룹의 어머니와도 같은 회사다. 현수명 초대 회장이 운영하던 동양고무산업을 아들 현승훈 화승그룹 총괄회장이 물려받아 화승으로 이름을 바꾸고 키워왔다. ‘르까프’ ‘머렐’등 유명한 신발 브랜드를 내면서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던 기반은 화승이었다. 화승그룹의 역사나 다름없는 회사를 매각한 셈이다.
현 총괄부회장이 화승을 매각하게 된 이유는 채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화승알엔에이와 화승인더스트리가 올해 안에 갚아야 할 단기차입금과 단기매입채무가 1조700억 원에 이른다. 현재 화승알앤에이와 화승인더스트리의 유동비율은 90%가 채 안되는 상황이다. 유동비율이 200%이상 유지되어야 안정적 재무상태로 본다는 걸 감안할 때 위험한 수치다.
화승알엔에이와 화승인더스트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나란히 적자였다.
두 회사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된 것은 3세 경영승계에 따른 부작용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화승알앤에이는 지난해 3월 화승이 보유한 화승티앤드씨의 지분 100%와 화승네트웍스의 지분 86.8%를 인수하며 지배력을 강화했다. 이 과정에서 지분을 무리하게 인수한 것이 재무건정성을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화승알앤에이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 화승티엔드씨 등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단기차입금이 크게 증가해 당기순이익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재무건전성을 악화시킨 큰 원인은 계열사 지분 인수 등 경영승계 과정”이라며 “재무상태가 좋지 않은 상태였는데 꼭 이렇게 무리하게 경영승계 작업을 진행해야 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