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와 LG화학이 전기차 배터리 개발을 위해 전략적 협력 관계를 맺었다. 르노삼성차의 2대주주인 삼성그룹의 계열사 삼성SDI가 전기차 배터리를 만들고 있는데 르노삼성차는 왜 LG화학과 협력관계를 맺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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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수아 프로보 르노삼성자동차 대표이사 |
티에리 볼로레 르노그룹 최고경쟁력책임자는 21일 서울 LG그룹 본사에서 권영수 LG화학 사장을 만나 ‘차세대 장거리 전기차 공동개발 업무협약’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현재 대부분의 전기차는 1회 충전시 주행 거리가 150km 수준인데 이를 두 배로 늘리자는 내용이었다.
권영수 LG화학 사장은 "르노그룹과 장거리 전기차 기술을 개발해 전기차의 대중화를 이끌 것"이라며 기대를 나타냈다. 티에리 볼로레 르노그룹 최고경쟁력책임자도 "LG화학과 차세대 배터리 공동개발을 통해 르노가 추진하는 다양한 전기차사업이 한 발 더 나아가게 됐다"고 화답했다.
르노삼성차의 2대 주주는 삼성카드(19.9%)다. 르노삼성차의 뿌리도 역시 삼성차다. 그동안 르노삼성차와 삼성그룹은 꾸준히 협력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렇지만 이번에 LG화학과 손을 잡았다. 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SDI도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한다. 이 배터리는 BMW나 폭스바겐 등 외국 자동차회사에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르노삼성은 삼성SDI의 경쟁사인 LG화학과 손을 잡았다.
르노삼성차는 2009년 전기차 사업계획을 발표하고 핵심부품인 배터리 개발을 위해 2010년부터 삼성과 접촉했다. 당시 장마리 위르티제 르노삼성차 사장은 “삼성그룹과 르노그룹이 만나 전기전자, 배터리 개발 관련 이슈와 관련해 토의하며 그룹 차원에서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SDI는 2008년 독일 자동차부품회사 보쉬와 합작해 자동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SB리모티브’를 세운 상황이었다. 또 이건희 회장이 5대 신수종사업 중 하나로 자동차 배터리를 꼽은 이후 그룹 차원에서 배터리사업 지원에 나섰다. 따라서 업계는 르노삼성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는 삼성SDI가 만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르노삼성차은 지난해 10월 전기차 'SM3 Z.E.'의 본격 생산을 앞두고 삼성SDI가 아닌 LG화학의 배터리를 선택했다. 르노삼성차은 “배터리 밀집도에서 LG화학 제품이 뛰어나 고심 끝에 결정을 내렸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삼성SDI 입장에서 믿었던 도끼에 발등 찍히는 격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르노삼성차의 최근 행태에 삼성도 적잖이 불쾌해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때 개발 및 기획업무에서 기둥역할을 했던 삼성차 출신들이 모두 르노삼성차를 떠난 상태다 보니 갈수록 멀어지는 것같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차 이전 삼성차 때부터 근무하던 간부들이 회사를 떠나 삼성과 연결고리가 약해졌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르노삼성차는 삼성차에서 출발했다. 삼성차가 1995년에 설립된 이후 외환위기 등으로 운영이 어려워져 2000년 지분 80%를 프랑스 르노에 팔았다. 르노는 삼성이라는 브랜드 인지도를 유지하기 원했으므로 해마다 매출의 0.8%를 로열티로 지급하는 조건으로 르노삼성이라는 이름을 사용해 왔다. 삼성은 지분 19.9%를 보유하고 있지만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다.
르노삼성차와 삼성의 냉랭한 분위기 탓에 업계에서 삼성이 앞으로 르노삼성차와 결국 갈라설 것이란 예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그러나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회장은 지난해 9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회사 이름도 계속 르노삼성으로 남을 것"이라며 분리설을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