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석 동아쏘시오그룹 회장이 바이오사업의 중장기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경영복귀를 서두를 수도 있어 보인다.
한종현 동아쏘시오홀딩스 대표이사를 비롯한 전문경영인들이 강 회장의 수감 동안 지주회사와 자회사를 나눠 맡아 실적 감소를 방어하는 등 그룹을 원활하게 이끌면서 경영공백을 최소화했지만 동아쏘시오그룹은 3년 넘게 신약 연구개발이나 대규모 투자 등 오너의 결단이 필요한 부문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 강정석 동아쏘시오그룹 회장.
12일 동아쏘시오그룹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전문의약품 전문기업인 동아에스티가 최근 인천 송도에 810억 원을 들여 의약품 제조 공장을 신설하기로 결정한 것을 두고 사실상 강정석 회장의 경영복귀를 앞두고 미뤄뒀던 중장기 계획을 서서히 추진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송도 공장은 애초 강정석 회장이 추진하려던 중장기 계획의 핵심인데다 최근 동아쏘시오그룹에서 대규모 투자가 추진됐던 횟수가 손에 꼽힐 정도로 적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오너’의 판단이 작용했을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투자규모도 동아에스티의 2019년 연결기준 순이익의 114%로 작지 않다.
강정석 회장은 2017년 본격적으로 경영전면에 나섰는데 이때 내세운 중장기계획이 바로 ‘송도 미니 클러스터’다.
동아쏘시오그룹은 2011년 인천 송도의 14만4천여 ㎡ 부지를 약 685억 원을 주고 사들였는데 강 회장은 여기에 그룹의 바이오 제조 공장과 연구시설을 모두 모아 바이오사업에서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큰 그림을 그렸다.
하지만 강 회장은 곧바로 리베이트 제공 등 혐의로 검찰의 수사망에 올랐고 특수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으면서 구상도 어그러졌다.
강 회장은 최근 출소했는데 정확한 날짜는 확인되지 않는다.
강 회장이 구속된 뒤 동아쏘시오그룹은 3년 동안 전문경영인체제로 운영됐다. 올해 코로나19에도 지주회사는 물론 대부분 자회사 실적이 안정적으로 유지된 만큼 시장에서 긍정적 평가도 나오지만 제약바이오업계는 결국 강 회장이 경영복귀를 서두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약바이오업계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는데다 동아에스티나 에스티팜처럼 신약 개발이나 증설 등을 위해 대규모 투자가 뒷받침돼야 하는 사업회사들은 결국 오너의 빠른 판단과 결단에 따라 생존이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장 강 회장에게 취업제한 등 법적 제재가 따르지 않고 이사회 규정도 사내이사 선임에 사법적 제재행위를 문제삼지 않는 만큼 경영복귀에 걸림돌이 될 것도 없다.
동아에스티는 올해 다양한 신약 후보물질의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는데 올해 상반기 매출에서 연구개발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11.3%로 2019년 상반기보다 0.3%포인트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동아에스티는 현재 당뇨병 치료제 ‘DA-1241’를 비롯해 당뇨병 치료제 ‘슈가논’의 대동맥판막 석회화증을 적응증으로 하는 미국 임상2/3상 임상시험, 자가면역 치료제 ‘스텔라라’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인 ‘DMB-3115’의 임상시험 등 다양한 신약 후보물질의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에스티팜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올해 에스티팜의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12.9%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4%포인트 감소했다.
현재 동아쏘시오그룹은 한종현 대표이사가 지주회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를 이끌고 있다. 최호진 대표이사가 동아제약을, 김경진 대표이사가 에스티팜을, 엄대식 대표이사가 동아에스티 등을 맡고 있다.
다만 동아쏘시오그룹 전체가 기업의 이미지 제고에 힘을 주는 상황에서 강 회장이 좀 더 시간을 두고 경영에 복귀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동아쏘시오홀딩스는 2019년 부패방지 경영시스템 ISO37001의 인증을 받았다. ISO37001은 국제표준화기구가 제시하는 표준에 따라 조직에서 발생 가능한 부패행위를 사전에 식별하고 통제하기 위해 고안된 부패방지 경영시스템 인증제도다.
경영 투명성을 위해 대표이사 직속으로 반부패 전담조직인 정도경영실을 두고 독립성이 보장된 사외이사로 구성한 감사위원회를 도입하기도 했다. 또 올해 8월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국제표준인 ISO26000에 입각한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처음 내놨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