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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수출입 화물의 99% 이상을 차지하는 해운업이 심각한 위기상황에 내몰렸다. 정부의 지원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한진해운의 컨테이너선 모습. |
해운업은 우리나라 수출입 화물의 99% 이상을 차지하는 기간산업이다. 국내 수출입 화물의 대부분이 배로 운송이 된다는 얘기다.
이 기간산업이 중병을 앓고 있다. 조금만 더 방치하면 말라 죽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더 늦게 전에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9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국내 해운업계는 장기간 지속된 글로벌 경기침체와 선박의 공급과잉으로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국내 해운사의 누적적자만 9조8770억 원에 이를 정도로 심각하다.
해운업계 ‘빅2’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알짜사업과 상당수 선박들을 내다파는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두 회사가 2014년에 이어 올해까지 실행한 자구안 규모만 6조 원에 육박한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뼈를 깎는’ 고통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한국선주협회는 해운업계에 가장 절실한 정부지원방안으로 해운산업 특화 금융기관 설립,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에 대한 유동성 지원 등을 꼽고 있다.
특히 해운산업 전문 금융기관 설립은 해운업계가 지난 30년 동안 정부에 요청해 온 사안이지만 정부의 태도는 미온적이다.
현 정부 출범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선박금융공사 설립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예산부족을 이유로 지금은 한국해양보증보험의 형태로 격하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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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양호 한진해운 회장. |
그나마 해양보증보험도 설립 6개월이 지나도록 개점휴업 상태다. 지난 6월 보험업 본허가를 받았지만 자본금 규모가 작아 제대로 된 보증업무를 수행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해양보증보험의 납입자본금 규모는 750억 원이다.
해양보증보험의 자본금은 당초 2조 원에서 5500억 원으로 축소됐다. 이마저도 정부 출자가 늦어지면서 결국 1500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해양보증보험 관계자는 “지금의 자본금 규모로 정상적 활동을 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최근 내놓은 회사채 신속인수제도 실효성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이용하는 한진해운, 현대상선의 실질이자율은 10% 이상의 고금리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이자 갚기도 버거울 정도다. 이마저도 올해 말로 제도가 폐지된다.
이에 비해 중국과 일본, 유럽 등 해운강국들은 해운선사들이 불황을 헤쳐나올 수 있도록 수조 원의 금융지원을 해주고 있다.
외국 해운사의 배만 불린 선박금융제도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내 선사들이 유동성 위기 극복에 매달리는 동안 한국의 정책금융이 조선업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외국 해운사에만 집중됐다는 얘기다.
2009년부터 2014년 사이 수출입은행이 해외선사에 제공한 선박금융 지원액은 128억 달러에 이르는 반면 국적선사에 지급된 지원액은 고작 11억 달러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우호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운해사연구본부장은 “한국정부가 해외선사에 금융지원을 해 준 것은 국내 조선소를 살리기 위한 정책이었지만 이것이 부메랑이 돼 한국 해운산업의 목을 조르고 있다”며 “그나마 조선소들도 엔진 등 주요 기자재는 유럽산을 쓰도록 한 옵션 때문에 큰 실익을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부의 조선업 지원에 대해서도 해운업계는 못마땅해 한다.
김영주 한국선주협회 전무는 “조선산업을 지원해야 해운산업을 살릴 수 있다는 생각은 크게 잘못된 것”이라며 “선도산업인 해운산업에 대한 지원이 우선돼야 조선산업도 침체를 극복하고 동반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무모한 수주경쟁으로 수조 원의 적자를 자초한 조선사에 지원을 주저하지 않으면서 해운사에 고작 수백억 원을 지원하는 것조차 머뭇거린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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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백훈 현대상선 사장. |
또 다른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 같은 세계적 해운사를 만들려면 수십년의 세월이 걸린다”며 “해운업은 한 번 경쟁력을 잃으면 회복이 정말 어렵기 때문에 단순한 적자산업이나 구조조정 대상으로 보지 말고 외국처럼 정부가 발벗고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 양대 해운업체가 무너지면 향후 국내 해운업은 회생이 불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해운산업은 전후방으로 조선, 철강, 보험, 금융 등 다양한 산업과 연관돼 있고 그 파급효과가 크다. 반도체, 석유화학, 철강, 자동차, 조선 등과 함께 6대 외화가득산업으로 꼽힌다.
해운업 종사자는 29만 명으로 조선업계 종사자 23만 명보다 많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