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자녀들의 지분정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 회장의 셋째 딸 정윤이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전무는 현대차 보유 지분 전량을 매각했다. 정 전무는 현대차그룹의 호텔업에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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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
정의선 부회장이 이노션 보유 지분 전량 매각을 결정하면서 정 회장의 첫째 딸 정성이 이노션 고문은 이노션의 단일 최대주주가 됐다. 정의선 부회장의 현대차 경영권 승계에 앞서 정지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14일 현대차에 따르면 정윤이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전무는 현대차 보유 주식 전량 3423주를 지난 8일 장내 매도했다. 정 전무는 이 거래를 통해 7억 원 가량의 자금을 손에 넣었다.
정 전무가 현대차 지분 전량을 매각한 후에도 오너 일가의 현대차에 대한 지배력은 약화되지 않았다. 정 전무의 지분율이 미미했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최대주주는 현대모비스로 1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정몽구 회장은 4%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다른 오너 일가로 정 회장의 장남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 첫째 딸 정성이 이노션 고문, 둘째 딸 정명이 현대커머셜 고문, 셋째 딸 정윤이 전무의 남편 신성재 하이스코 사장이 약간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정 전무는 현대차 지분을 정리하면서 현대차그룹 후계 과정에서 자신의 몫으로 물려받게 될 호텔사업에 전념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이 최근 호텔 계열사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를 통해 비즈니스호텔사업 확장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정 전무의 호텔사업 승계의 연장선 상에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는 현재 시장에 매물로 나온 인터컨티넨탈, 반얀트리, 콘래드, 르네상스 등 특급호텔의 유력한 매입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현대그룹이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시장에 내놓은 반얀트리 호텔 인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가 몸집을 불려나감에 따라 회사에서 실무를 맡고 있는 정 전무가 향후 지배력 확대를 위해 지분 늘리기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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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윤이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전무 |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지분 대부분은 기아차(40%) 현대위아(17%) 현대모비스(10%) 현대글로비스(5%) 등 5개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다. 계열사 보유분을 제외한 나머지 지분은 정 회장(8%)과 세 딸들(각각 6.67%씩)이 보유하고 있다.
정 전무는 현대차 지분 매각으로 자금을 확보한 데 이어 추가적 자금 확보를 통해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지분 매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 전무의 현대차 지분 전량 매각으로 정 전무의 남편 신성재 현대하이스코 사장의 현대차 지분 매각에 관심이 쏠린다. 신 사장은 현대차 주식 7천 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16억 원이 넘는다.
지난달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이 광고 계열사 이노션 지분을 정리한 데 이어 정윤이 전무가 현대차 지분을 정리하면서 현대차그룹 세 딸들의 후계 구도가 더욱 명확해지고 있다. 이는 후계자 정의선의 승계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다.
정의선 부회장은 4월 이노션 보유 지분 40% 전량을 외국계 사모투자 전문회사 2곳이 구성한 컨소시엄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정 부회장은 이 거래를 통해 4천억 원의 자금을 확보하게 됐다.
정몽구 회장의 첫째 딸 정성이 이노션 고문은 정 부회장과 함께 이노션 지분 40%씩을 보유하고 있는데 정의선 부회장이 지분을 정리하면서 단일 최대주주 자리에 올라섰다. 정성이 고문은 회사가 설립될 때부터 고문직을 맡아 회사를 이끌어 왔다. 정 고문이 이노션의 경영권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최대주주 자리에 오르면서 현대차그룹의 광고사업 승계는 마무리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몽구 회장의 둘째 딸 정명이 현대커머셜 고문에 대한 승계도 어느 정도 일단락된 상태다. 현대차가 보유한 현대커머셜 지분 50%를 제외한 나머지는 정명이 고문(33%)과 남편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17%)이 보유하고 있다.
다만 정태영 사장이 현재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현대라이프생명보험 외에도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등 다른 금융계열사를 이끌어나가길 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이 부분에 대한 승계가 쟁점으로 남아있다. 정명이 고문과 정태영 사장은 현재 현대커머셜을 제외한 다른 금융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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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 |
현대차그룹 세 딸들의 승계는 후계자 정의선 부회장의 승계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의 성격이 강하다. 이에 따라 정의선 부회장의 승계 관련 움직임도 주목된다.
정의선 부회장은 이노션 지분 정리로 4천억 원의 자금을 확보하게 됐지만 이는 현대차그룹 승계에 동원되야 할 자금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정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자금 마련을 위해 추가로 자금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의 최대 자금줄로 현대글로비스 지분이 꼽힌다. 정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 31.88%를 보유하면서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정 부회장 보유 지분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3조 원에 이른다. 현대글로비스는 최근 해운업 불황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확대하거나 STX팬오션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등 사업확대에 나서고 있다.
또 다른 정 부회장의 자금줄은 현대엔지니어링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달 현대엠코를 흡수합병했다. 두 회사가 합병할 때 정 부회장의 승계자금 확보를 위한 물밑 작업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었다. 두 회사 합병으로 정 부회장 보유지분의 가치가 크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은 현재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11.72%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지분의 시장가치는 4천 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정 부회장의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을 현금화 하기 위한 방안으로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