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철강 계열사들이 불황에도 불구하고 좋은 실적을 거뒀다. 정몽구 회장이 심혈을 기울여 구축한 수직계열화 체제 속에서 현대기아차의 후광 효과를 입은 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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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
한국기업평가원은 최근 현대비앤지스틸의 신용등급 및 전망을 ‘A- 안정적’에서 ‘A- 긍정적’으로 상향조정했다. 한국기업평가원이 올해 들어 철강기업 중 신용등급 또는 전망을 상향조정한 기업은 현대비앤지스틸이 유일하다.
현대비앤지스틸은 스테인리스 냉연강판 부품 및 소재 전문 기업으로 현대기아차에 자동차용 철강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원은 현대비앤스틸의 신용등급 전망 상향조정에 대해 “현대차그룹 계열사와 거래하면서 발생하는 매출이 전체 매출의 44%에 이를 정도로 높다는 점에서 사업안정성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또 “현대기아차 등 계열사를 중심으로 채산성이 높은 고부가가치제품 공급비중이 확대됐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현대비앤지스틸은 신용등급 전망이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상향되면서 신용등급도 A-에서 A로 상향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대비앤지스틸뿐 아니라 현대차그룹의 다른 철강 계열사들도 불황에도 불구하고 선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를 두고 정몽구 회장이 구축한 ‘쇳물에서 완성차까지’의 수직계열화가 효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3고로를 완성하고 현대하이스코 냉연부문을 합병하면서 쇳물에서 열연강판, 냉연강판, 후판을 생산하는 일관제철소로 거듭났다. 현대제철은 현대하이스코의 알짜배기 사업부문인 냉연부문을 합병하면서 수익성이 대폭 증가했다. 현대제철은 올해 1분기 매출 3조9360억 원, 영업이익 2332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기간과 비교해 각각 41.6%, 91.7%씩 증가한 수치다.
현대하이스코는 냉연부문을 현대제철에 떼어 주면서 지난해 매출이 반토막 났다. 하지만 올해 1분기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내면서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현대하이스코는 올해 1분기 매출 1조632억 원, 영업이익 972억 원을 거뒀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4.8%, 130.2%씩 증가한 실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좋은 중국법인의 판매량이 증가했고 잔존 강관사업의 원가절감 효과에 기인한 것”이라며 “현대기아차 중국공장의 자동차 생산량 증가가 꾸준히 이어지게 되면 앞으로 좋은 실적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즉 현대하이스코가 현대기아차에 자동차용 강판을 납품하는 역할을 맡고 있어 냉연부문 분할에 따른 타격이 상쇄됐고 향후 전망도 밝다는 말이다.
현대비앤지스틸은 내년 8월 현대제철 당진 특수강공장 완공에 맞춰 특수강 하공정(2차 공정) 공장을 착공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강은 엔진과 변속기 등 자동차 구동계 구성품에 사용되는 핵심소재다. 현대비앤지스틸이 특수강 하공정사업에 진출하게 되면 현대제철-현대비앤지스틸-현대기아차로 이어지는 생산 납품 수직계열화 체제는 더욱 굳건해진다. 이에 따라 현대비앤지스틸은 하공정부문에서 내부거래분을 맡아 안정적 수요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른 철강기업들은 현대차그룹 철강 계열사들과 달리 불황의 여파를 피할 수 없었다. 한국기업평가원은 최근 발표한 평가보고서에서 “철강업황 부진이 개별 철강사 신용에 똑같이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동국제강의 신용등급은 A로 유지됐지만 신용등급 전망은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됐다. 전방산업인 조선업 침체로 후판부문에서 적자가 심화된 탓이다. 동국제강은 조선 해양플랜트 철강재인 후판사업을 주력 사업으로 삼고 있다.
동부메탈은 BBB+ 안정적에서 BBB 부정적로 신용등급과 전망이 모두 하향됐다. 동부메탈이 업계 1위를 지키고 있는 망간계 합금철시장에서 판매가격이 떨어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된 탓이다. 또 동부메탈은 동부그룹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매각자산으로 분류되면서 그룹의 자금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된 점도 신용등급 하락에 영향을 끼쳤다.
세아베스틸과 유니온스틸의 신용등급은 그대로 유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