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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 |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입원 치료를 받음에 따라 삼성그룹이 잇단 계열사 합병과 지분 정리를 통해 지배구조 개편을 숨가쁘게 추진해온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회장의 건강이 예전같지 않음이 확인되면서 삼성그룹이 이재용 체제로 전환하려는 움직임도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해외출장을 마치고 11일 오전 급히 귀국해 이 회장이 입원중인 삼성서울병원으로 직행하다 이 회장의 건강이 호전되고 심장시술 경과가 좋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회사로 발길을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미국 등에서 갤럭시S5의 시장판매 확대와 사업제휴 등을 논의하기 위해 신종균 삼성전자 IM부문 사장과 함께 지난 1일 출국했다.
이 회장의 입원 소식에 자녀들도 병원을 찾아 경과를 지켜보고 있다. 이 회장의 첫째 딸인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은 이날 오전부터 이 회장을 돌보고 있으며 오후 1시께에는 둘째 딸인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사장도 병원을 찾았다.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등 그룹 수뇌부들이 병원에 집결해 대책을 숙의했다. 최근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으로 선임된 이준 팀장도 현장에서 상황을 파악했다. 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 부회장과 사장들도 연락을 받은 뒤 병원이나 회사 등에서 비상대기하고 있다.
이들은 이 회장의 건강이 위독한 수준은 아니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안도했다.
삼성그룹은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 명의로 '10일 밤 11시경 호흡곤란 증상으로 자택에서 순천향대학병원 응급실로 이동했으며 응급실 도착 직후 심장마비 증상 나타나 심폐소생술 등 응급조치를 시행함' 등의 입원 관련 경과를 공식발표했다.
그동안 삼성 안팎에서 올해 들어 숨가쁘게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것과 관련해 이 회장의 건강 때문에 올해 안에 삼성그룹을 이재용 제제로 전환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삼성그룹은 삼성SDI와 제일모직 합병 등을 통해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전자부문을 지배력을 확보했고 삼성증권과 삼성화재 등 삼성그룹의 금융계열사를 삼성생명 중심으로 재편했다. 또 삼성그룹의 두뇌인 미래전략실을 젊은피로 대거 바꾸는 등 인적 개편도 끝냈다. 특히 최근 삼성SDS를 상장하기로 결정해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그룹을 승계하기 위한 재원확보 작업에 들어갔다.
이를 놓고 삼성그룹이 올해 안에 이재용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으며 그 배경에 이 회장의 건강문제가 자리잡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 회장은 지난달 17일 미국과 일본 등에서 겨울을 보내고 귀국하면서 “건강하다”고 자신했으나 한달도 못돼 건강에 이상이 있음이 이번에 확인됐다. 이 회장은 평소 건강에 이상이 있을 때 삼성서울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으나 이번에 순천향대병원 응급실을 찾은 것은 그만큼 상황이 심각했음을 보여준다.
이 회장은 올해 72세인데 1999년 말~2000년 초 폐 부분의 림프암이 발병해 미국에서 수술과 치료를 받았다. 이 회장은 수술 후 재발을 막는 데 주력해 왔고 매년 겨울이면 날씨가 따뜻한 해외에서 건강관리를 해왔다.
이번에 이 회장이 심장시술을 받음에 따라 이 회장의 건강 문제가 삼성그룹의 향후 경영승계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삼성그룹이 이재용체제로 전환을 위한 작업에 더욱 속도를 내고 올해 안에 이재용 체제를 공식적으로 출범시킬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삼성그룹이 전자부문과 금융부문의 지배구조 재편을 끝낸 만큼 이재용 부회장이 아버지 이 회장 보유 삼성생명의 지분만 물려받더라도 삼성그룹 전반에 대한 지배력은 확보할 수 있다. 지분확보가 이뤄지면 이 부회장이 ‘회장’이 되더라도 지배구조에 관한 한 어느 정도 명분을 확보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이 건강을 회복하겠지만 건강상태가 예년같지 않은 점이 확인된 만큼 우선 이재용체제로 전환한 뒤 이건희 회장이 이재용 부회장을 도와주면서 경영권 승계를 위한 나머지 과제들을 진행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그룹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남은 문제는 이재용 부회장과 이부진 사장, 이서현 사장의 상속 대상 확정, 이에 따른 삼성에버랜드의 정리,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한 건설 화학 중공업 부문의 재편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