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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역사교사모임과 빛고을역사교사모임 소속 교사들이 12일 광주시교육청 본관 앞에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시스> |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국정 한국사 교과서 발행 방침을 밝혔지만 앞으로 갈 길은 험난해 보인다.
학계에서는 무엇보다 집필진 구성이 쉽지 않고 집필진을 모은다 해도 촉박한 시간 때문에 부실 교과서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 집필진 구성은 어떻게 하나
집필진에 따라 역사교과서의 성격이 규정되기 때문에 집필진 구성을 두고 향후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와 여당은 보수와 진보, 중도 성향 학자들을 모두 참여시켜 이른바 ‘통합 교과서’를 만들어 나간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은 12일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는 전문가들로 집필진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집필진 구성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며 “역사가뿐만 아니라 정치사, 경제사, 사회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분들을 초빙해 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좌파학자’도 집필진에 참여시킬 것이냐는 질문에 “본인들이 참여한다면 개방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사회적 관심과 국정화에 대한 반대여론이 높은 가운데 부담을 무릅쓰고 초빙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더구나 이념 성향을 불문하고 대부분의 역사 전공 교수와 교사들이 ‘집필 거부’의사를 내비치며 국정화 반대 선언에 동참한 점을 고려하면 김 위원장의 말은 ‘빈말’이 될 가능성이 크다.
경희대 사학과 박윤재 교수는 “역사학계가 문제제기를 지속적으로 하는데도 국정화를 하겠다면 역사학자들은 제작에 참여하지 않는 쪽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 촉박한 시간, 부실 우려
새 한국사 교과서는 2017학년도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늦어도 내년 10월까지는 ‘완성본’이 만들어져야 한다. 앞으로 남은 기간은 최대한으로 따져도 1년 남짓뿐이다.
이 기간에 ‘집필진 구성→연구ㆍ개발→집필→심의→수정ㆍ보완→출판’까지의 모든 과정을 마쳐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시간이 촉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첫 단추인 집필진 구성부터 이미 험로가 예고돼 있다.
집필진의 상당수가 교학사 교과서 필진이나 학계 주류의 공인을 받지 못한 뉴라이트 계열 학자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 주장대로 ‘오류 없는 교과서’를 만들기에 1년은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전문가들도 사안에 대한 의견이 대립되고 있는 상황에서 1년이라는 시간은 너무 짧다고 입을 모았다.
이영호 인하대 사학과 교수는 “제대로 된 역사교과서를 위한 연구시간으로 1년은 너무 짧다”며 “북한의 역사교과서가 교양교육의 교재로 사용되고 있는데 우리나라 국정 역사교과서도 그런 차원에서 다뤄지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국정교과서를 발행하는 나라는 터키,그리스,아이슬란드 등 3개국뿐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