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과 르노삼성자동차가 해외 모기업의 완성차를 속속 들여오고 있다.
모기업 완성차 도입은 회사 입장에서 신차를 개발하는 데 따른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다. 소비자들도 수입차와 국산차의 장점을 모두 갖춘 차량을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하게 돼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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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동훈 르노삼성차 부사장. |
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차는 내년 모기업 르노의 미니밴 ‘에스파스’를 수입해 판매하기로 했다.
르노삼성차가 에스파스를 국내에 들여오면 QM3에 이어 두 번째로 완성차를 들여오는 것이다. 에스파스는 르노의 프랑스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
르노삼성차는 2013년 말 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QM3를 들여와 대성공을 거뒀다. QM3는 르노의 스페인공장에서 전량 생산돼 유럽에서 ‘캡처’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
QM3는 2014년 1만8천 대 넘게 판매된 데 이어 올해 들어 8월까지 1만4700여 대 판매되며 내수시장에서 소형 SUV 돌풍을 주도하고 있다.
한국GM도 준대형 세단 임팔라를 미국에서 들여와 판매하고 있다.
임팔라는 사전계약을 시작한 지 일주일도 안돼 1차 출고물량 1천여 대 가운데 전시차와 시승차를 제외한 700여 대가 모두 판매됐다. 한국GM은 GM 본사로부터 임팔라를 추가공급받기로 했다.
한국GM은 내년 GM의 볼트도 들여와 판매한다.
한국GM과 르노삼성차가 모기업이 판매하는 차량을 잇달아 들여오는 이유는 신차개발에 따른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데다 해외시장에서 이미 검증받은 차량인 만큼 판매에 대한 부담감이 적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차는 2011년과 2012년 연속으로 2천억 원대의 적자를 기록했다. 그 뒤 경영여건으로 볼 때 완전히 새로운 신차를 출시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QM3를 들여 왔다.
임팔라는 1958년 미국에서 처음 출시돼 50년 넘게 인기를 누리며 상품성을 인정받은 차량이다.
르노삼성차와 한국GM이 국내 판매가격을 현지 판매가격보다 낮추는 등 공격적 가격정책을 펼친 점도 이들 차량의 인기에 한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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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사장. |
르노삼성차는 유럽에서 3천만 원에 판매되고 있는 QM3를 2250만 원부터 판매했다. 운송비와 관세가 추가되지만 가격을 오히려 낮췄다.
한국GM도 미국보다 낮은 가격을 책정했다. 임팔라의 가격은 3409만~4191만 원으로 미국 현지가격보다 최대 500만 원가량 저렴하다.
한국GM이나 르노삼성차의 서비스망을 이용할 수 있는 데다 공임이나 부품값도 다른 수입차보다 싸 유지비도 적게 드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소비자들에게 수입차라는 점을 내세울 수도 있다. 박동훈 르노삼성차 부사장은 QM3에 대해 “QM3는 현재 자동차시장의 화두인 디젤과 수입차, 연비를 모두 충족하는 차”라고 말했다.
하지만 신차개발 등 연구개발을 소홀히 할 수 있다는 점은 단점으로 꼽힌다. 르노삼성차의 연구비는 2008년 1976억 원에서 2014년 1437억 원으로 27.3% 줄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